농촌이든 북한이든 퍼주기론 살릴 수 없다
북한 퍼주기와 농촌 퍼주기를 경쟁력 키우기로 바꾸지 않는 한, 2천만 북한 주민과 340만 한국 농민은 점점 더 괴로워질 뿐이다.

최성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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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처럼 노무현 대통령이 깨끗한 우전(右前) 안타를 쳤다. 제1 야당의 적극 지지와 지리멸렬 여당의 극렬 반대라는 요상한 분위기 속에 한미 양국 정부가 14조 달러 규모의 시장을 통합하기로 원칙적인 합의를 본 것이다. 모양새가 이라크파병 때와 비슷하다. 대통령 비판 세력은 찬성하고 대통령 지지 세력은 반대한다. 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여든 야든 최종 결정권자인 국회의원에게 전화 한 통 안 넣고 문자 메시지 한 줄 보내지 않고 밥 한 그릇 사지 않는다는 점에서 진정성(眞情性)이 의심되긴 한다. 거스를 수 없는 대세에 마지못해 편승한 듯하다. 어쨌든 한미자유무역협정(FTA) 타결은 양국의 국회 비준이라는 절차가 남긴 했지만, 늦어도 2년 안에는 정식으로 발효될 것이다.

 코러스(KORUS)의 제일 큰 걸림돌은 한국의 농촌과 북한의 개성공단이다. 대통령 지지 세력의 극렬한 시위는 그들이 이 두 지역의 수호천사임을 세계만방에 알리는 굿판 또는 깽판이다. 만약 한국의 농업을 전혀 개방하지 않기로 한다고 했거나 북한의 개성공단 제품을 무조건 무한정 한국 제품으로 인정한다고 했으면, 지난 14개월간의 막가파 시위는 숫제 흥겨운 놀이마당이 되었을지 모른다. 그들의 협박에 굴복해서일까, 최종협상 결과는 쌀은 제외하되 쇠고기는 점진적으로 완전 개방하고, 개성공단 제품도 한국 제품으로 인정할 수 있다는 어정쩡한 것이다. 김영삼 정부 이래 쌀에 대해 절대 바른 말 못하고 무조건 고운 말만 해야 하는 '애국적' 분위기에 압도되어서인지, 노무현 대통령도 쌀에 관한 한 단호하기만 하다. 개성공단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아마 쌀과 개성공단에 대해 미국의 대폭적인 양보가 없었다면, 막판에 노무현 대통령이 깽판을 놓았을 가능성이 크다. 

 

 1993년 김영삼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한국은 휴전선 너머 북쪽과 태평양 너머 남쪽에서 동시에 거센 도전을 받았다. 북핵과 우루과이라운드가 바로 그것이다. 미국의 '봐주기' 안보우산과 '봐주기' 자유무역 체제를 기가 막히게 활용하여 쓰레기더미에서 장미를 피운 한국이 세계적인 냉전체제의 종식과 더불어 안보든 경제든 홀로 서기에 성공하여 당당히 국제사회의 성인 국가로 거듭나야 할 냉혹한 운명에 직면한 것이었다.

 김영삼 정부는 선거에 의한 '문민'혁명에 스스로 도취되어 날마다 민주 술을 퍼마시고 개혁 주정을 부리기 시작했다. 싱가포르나 아일랜드처럼 독수리 날개를 펴고 5대양 6대주를 훨훨 날고, 미국의 레이건이 호랑이 이빨을 드러내어 시베리아의 핵무기를 무용지물로 만들었듯이 진돗개 이빨로 김정일의 넓적다리를 꽉 물어 영변의 핵무기를 안전핀이 제거된 수류탄으로 만들어야 할 때에, 김영삼 정부는 꿩 날개를 펴고 고양이 수염을 꼿꼿이 세워 무조건 '안 돼! 안 돼!'하면서 농촌과 북한에 대대적인 퍼주기에 나섰다. 한편 문민 완장을 차고 정의의 호루라기를 불면서 북핵의 창과 방패가 되어야 할 국군은 물 고문하고, 우루과이라운드의 첨병이 되어야 할 국내 기업 특히 대기업은 멍석말이시키고, 전체 노동자의 10%에 지나지 않는 노조 소속 노동자는 꽃가마 태우는 것을 개혁이라 일컬으며 선진국의 무도회에 불쑥 찾아가, 김영삼 정부는 제 흥에 겨워 메들리로 뽕짝을 불렀다. 무도회를 썰렁하게 만든 기념으로 만장의 박수를 받으며, 김영삼 정부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수출은 어렵고 수입은 쉬운 OECD 체제를 도입했다.   


 북한 퍼주기는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김대중, 노무현)으로 이어졌고, 농촌 퍼주기는 농어촌구조개선사업에서 농특세 사업(김영삼)으로 농촌발전계획(김대중)으로 농촌투융자계획(노무현)으로 점점 그 규모가 커졌다. 북한의 연간 예산의 20배나 되는 막대한 돈과 물자가 북한의 블랙홀로 퍼 올려졌고, 1500만 근로자의 세금을 14년간 몽땅 농촌의 밑 빠진 독에 퍼 내려졌다. 김정일에게 간 돈이 얼마인지 아무도 모르고 농촌의 누구에게 얼마가 어떻게 가서 어떻게 쓰였는지도 아무도 모른다. 그걸 따지다가는 반동이 되고 매국노가 되기 때문이다. 

 14년간 북핵 액땜으로 퍼준 8조 원 플러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알파, 14년간 쌀 사수용(死守用)으로 퍼준 130조 원은 북한 전역을 10% 깡패와 90% 거지가 동물적 본능만으로 살아가는 사진 촬영 절대금지의 난민촌으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하게 만들었고, 한국의 농촌을 눈먼돈 먼저 본 자가 임자요, 빚 갚는 자 바보요, 전국을 무대로 데모하는 자 영웅인 살벌한 동네로 만들었다. 북핵이든 농가부채든 눈덩이처럼 커진 폭탄을 정신없이 돌리고 있는 상황이다. 북한이든 한국의 농촌이든 천문학적인 그 돈을 경쟁력 키우는 데 제대로 썼으면, 북한은 지금쯤 동남아의 떠오르는 태양 베트남이 부럽지 않는 사회가 되었을 것이요, 한국의 농촌은 네덜란드나 뉴질랜드의 작지만 부유한 농촌 부럽지 않은 무릉도원이 되었을 것이다.

 북한의 노동자는 개성공단의 노동자조차 중국의 죄수보다 직접 손에 쥐는 임금이 적고, 한국의 농민은 날마다 죽는다고 아우성치지만 집집마다 자가용이 있다. 한국의 농민은 안 갚으면 언젠가는 탕감 받게 예정되어 있는 빚더미에 올라앉아 있지만, 실제 생활하는 것은 북한의 최고위급 공산당원 수준보다 오히려 높다. 그들에게 없는 자유가 있으니까, 한국의 농민은 북한의 장관급보다 실은 더 낫다. 대신에 쌀을 확 개방하면 그 날로 340만 농민의 절반이 폭삭 망한다. 유기농을 하지 않는 한, 쌀은 국제경쟁력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130조 원을 퍼주었지만, 쌀의 경쟁력은 더욱 떨어진 것이다. 이러고도 책임지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고 정부여당은 물론 야당조차 바른 말을 절대 못한다. 이심전심으로 그냥,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을 빙빙 돌린다. 매국노 소리 들을까 봐 농민한테는 고운 말을 골라 쓰고, 국내외의 시장 경제파에게는 거친 말을 폭포수처럼 쏟아낸다. 

 북한 퍼주기와 농촌 퍼주기를 경쟁력 키우기로 홀로 서기로 바꾸지 않는 한, 1993년에 맞이한 한국의 두 도전은 앞으로 설령 15년을 더 채운다고 해도, 해결될 리 만무하고 그 결과로 2천만 북한 주민과 340만 한국 농민은 점점 더 괴로워질 뿐이다. 그렇게 또 15년을 허송한다면, 남북한의 7천만이 핵 폭탄이 터지고 농가부채의 폭탄이 터져서 다같이 깡통을 찰지도 모른다.

                           (2007. 4. 6.)
 


 
     
 

 


 

[ 2007-04-06, 19:37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미투데이미투데이  요즘요즘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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