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두 꽃상여와 3백만 거적때기
제발 서른 두 꽃상여에 대한 관심의 백만분의 1이라도 3백만 거적때기에 대해 관심을 갖자.

최성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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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지니아 공대로 향하는 애도의 물결이 끊이지 않는다. 60억이 방울방울 흘린 눈물이 거대한 애도의 물결을 이루어 끝없이 버지니아 공대의 서른 두 꽃상여로 밀려든다. 원형의 토론장이든 사각의 링 위든 만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정정당당히 말 또는 힘으로 겨루면 웃음거리만 된다는 것을 익히 알았을 한 겁쟁이가 최첨단 무기로 중무장한 한니발이 되어 모세가 홍해를 가르듯이 버지니아 교정을 가로질러 동에 번쩍 기숙사에서 서에 번쩍 강의실에서 1분 전만 해도 한가로이 지식의 풀밭에서 파릇파릇한 봄 풀을 뜯어먹던 서른 두 어린 양들을 영원히 침묵시켰던 것이다. 어찌 그들의 생죽음에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있겠는가.

 만약 조승희가 백만 군대를 수족처럼 부릴 수 있고 3백만 당원을 종처럼 부릴 수 있는 권력을 쥐고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어느 순간 마성이 폭발하여 한 3백2십만을 학살하지 않았을까.

 실지로 그런 인간이 이 지구상에 존재한다. 그가 바로 김정일이다. 그 자는 만고의 민족 배반자 제 아비의 무덤을 치장한답시고 같은 민족 3백만을 굶겨 죽여 거적때기에 둘둘 말아 묻어 버렸다. 조승희는 일말의 양심이 있어 스스로 목숨을 끊었지만, 김정일은 조승희의 백만분지 일의 양심도 없다. 자살할 생각은 눈곱만치도 없다. 자살할 생각은커녕 살아 남은 2천만을 인질 삼아 지난 13년간 전세계로부터 아방궁 유지비를 당당히 뜯어내고 있다. 전쟁 소리만 들으면 99.99% 혼비백산 달아나던 조선 중기의 선조 이하 전 백성처럼 '무조건 평화'를 외치며 벌벌 떠는 노무현 대통령 이하 4800만 대한민국의 국민들! 김정일은 걸핏하면 대량살상무기로 이들을 위협하여 줄줄이 머리를 조아리는 바보들에게 꼬박꼬박 국방위원장의 칭호를 들으며 키득키득 '자주와 평화'를 독과점하고 있다. 때가 무르익으면 무장해제된 4800만을 상대로 기꺼이 한 천만 명을 총칼과 몽둥이로 대량학살할 모양이다. 그 때가 되어서야 한국인과 전세계 인류는 김정일이 3백만 굶겨 죽인 것이 지어낸 이야기가 아님을 알지 모른다.

 놀라운 것은 한국의 언론이요 방송이요 인터넷이다. 세계의 언론이요 방송이요 인터넷이다. 지옥을 탈출하여 저마다 대하소설을 안고 지상낙원에 온 탈북자가 1만 명이 넘었건만, 그들이 하나같이 300만의 '새까만 시체'에 대해 증언하건만, 한국인은 그리고 인류는 옆 집 강아지 한 마리 죽은 것에 대해 표하는 만큼의 관심도 안 갖는다. 유태인을 6백만이나 학살했대요, 라는 말에 아무도 귀를 기울이지 않던 것보다 더하다. 왜냐하면 그 때는 전시 상황이라 보도가 철저히 통제되어 사실 확인이 무척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마음만 먹으면, 50년 전의 일도 미주알고주알 못 캐내는 것이 없는 한국의 셜록 홈즈들이 그까짓 것 알아내는 것은 수채 구멍을 뒤져 지렁이 잡는 것보다 쉽다. 

 수많은 인권단체의 노력으로 유엔도 알게 되었고 미국의 백악관과 의회도 알게 되었지만, 어쩐 일인지 김정일 앞에만 서면 다들 주문에 걸린 것처럼 횡설수설한다. 3백만이 아사한 후에 김정일을 상대한 한국의 세 대통령만이 아니다. 미국의 두 대통령과 중국의 두 주석, 러시아의 두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일본의 최근 두 수상이 김정일에 대해 제일 입바른 소리를 하고 김정일이 엄청 싫어할 조치를 취한다.  
 
 아무리 김정일이 국경을 차단하고 주민들에 대한 접근을 불허하고 사진을 못 찍게 하더라도 지금까지 흘러나온 자료와 정보만 방송에서 병적 카드 한 장 줄기차게 내보듯이 내보내면, 수십 명 죽고 수십 채 집이 떠내려가고 수만 평 농지가 휩쓸려 간 홍수에 대해 보도하듯이 3백만의 죽음과 2천만의 생지옥에 대해 하루종일 겁나게 보도하면, 일주일 안에 유난히 정 많고 부담스러울 만큼 정의감에 불타는 한국인의 양심은 깊고 깊은 잠에서 깨어난다. 예고된 군사 훈련 과정에서 아깝게 목숨을 잃은 두 여중생에 대한 관심의 백분의 1만 3백만의 생죽음에 대해 국민이 관심을 쏟고 방송이 심층보도하면, 돈 한 푼 안 들이고 피 한 방울 안 흘리고 지금도 날마다 굶어 죽고 밤마다 맞아 죽는 2천만 민족을 구하고 악의 근원 김정일을 조승희의 동무 삼을 수 있다. 

 왜 안 하는가! 왜 모른 척하는가! 그 죄업을 장차 어찌 감당하려는가! 민족을 입에 달고 다니는 한국이 침묵하는데, 한국의 방송과 신문과 인터넷이 침묵하는데, 한국의 정부와 국회와 법원과 노조와 시민단체와 총학생회가 침묵하는데, 도대체 세계의 누가 관심을 갖겠는가!

 4월 23일부터 나흘간 워싱턴에서 [김정일의 대학살 전시회]가 다시 열린다. 북한주민의 수호천사 수잔 숄티와 탈북자의 대부 남신우가 중심이 되어 4년째 시장바닥에서 설교하는 미치광이 목사 취급을 받으며 3백만의 생죽음과 2천만의 노예에 대해 피를 끓는 증언을 하고 있다. 제발 서른 두 꽃상여에 대한 관심의 백만분의 1이라도 3백만 거적때기에 대해 관심을 갖자. 병아리 눈물만큼의 눈물이라도 흘리자.

                    (2007. 4. 22.)


 

[ 2007-04-23, 00:13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미투데이미투데이  요즘요즘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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