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의 내공
현재 한국의 정치인 중에 박근혜와 내공이 비슷한 사람은 김대중이 유일하지 않을까 한다.

최성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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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의 내공(內功)은 깊이 갈무리되어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다. 겉보기엔 구중궁궐에서 자란 공주처럼 가냘파서 그 내공이 씩씩한 일개 아낙네보다 못해 보인다. 그러나 실은 연기 한 가닥 내지 않고 파랗게 타는 불꽃(爐火純靑)의 경지에 이르렀다. 회갑을 한참 앞두었지만, 그 내공은 이미 전설의 수준인 세 갑자에 이르지 않았나 한다. 현재 한국의 정치인 중에 박근혜와 내공이 비슷한 사람은 김대중이 유일하지 않을까 한다.


 내공 수련은 단단한 진주를 여린 속살로 빚어내는 것과 같고 살을 에는 엄동설한을 삼베옷 한 겹으로 견뎌내는 것과 같고 아비규환의 전쟁에서 맨몸으로 살아남는 것과 같다. 고통의 시간이 길수록, 고난의 강도가 셀수록, 질곡의 칼이 억셀수록, 배신의 독수가 악랄할수록, 고독의 시간이 길수록, 내공은 깊어간다. 일제시대와 6.25동란과 보릿고개를 겪으면서 한국인의 내공은, 특히 한국 여인들의 내공은 상상을 불허할 정도로 깊었다. 박근혜는 아직도 그 깊이를 다 드러내지 않은 듯한 김대중의 음유(陰柔)한 내공을 싸늘한 눈빛 하나로 제압했던 아버지의 내공과 그 아버지의 무시무시한 내공을 잔잔한 웃음 또는 서릿발 같은 표정으로 능히 흩뜨렸던 어머니의 내공을 함께 전수 받은 듯하다.


 박근혜의 내공은 기초가 튼실하고 정순(正純)했지만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니었는데, 어머니의 죽음으로 갑자기 20대의 새파란 나이에 한 갑자나 증가했던 것 같다. 깊은 내상을 입은 아버지 옆에서 그녀는 5년간 어머니 역할을 대신하면서 갑자기 증가한 내공을 슬기롭게 갈무리할 수 있었다. 그 때 그녀가 나는 새도 비껴가던 아버지를 믿고 갑자기 증가한 내공을 갈무리하지 않고 밖으로 있는 대로 드러내며 오만방자하게 굴었으면 아버지의 운명과 더불어 풀잎의 이슬처럼 사라졌을지 모른다.    


 박근혜의 내공은 아버지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깊디깊은 내상을 입어 회복불능의 상태에 빠졌을지 모른다. 그녀의 남동생 박지만을 보면 간접적으로 이를 알 수 있다. 내공의 기초가 거의 없었던 그는 폐인이 되다시피 했다. 그가 내상을 치료하고 한낱 보통 사람이 되는 데 장장 20여 년이 걸렸다. 


 박근혜의 내공은 아버지의 죽음으로 입은 깊은 내상을 치료하면서 오히려 한 갑자 더 늘어난 듯하다. 절벽 위의 한 송이 보잘것없는 꽃도 농담 삼아 꺾어 달라고 하면 다투어 달려갈 듯하던 군상(群像)들이 너나없이 일제히 약속이나 한 듯이 발길을 뚝 끊고 새 권력을 좇거나 부지런히 부를 축적하거나 아예 은둔하여 그 동안 쌓은 부와 명예로 호사스럽게 살아가는 것을 보고, 박근혜의 내공은 더욱 정순해지고 한층 깊어진 듯하다. 배신과 가난과 고독은 그녀의 내공 수련 과정에서 가장 큰 벗이요, 도우미요, 스승이었을 것이다. 뼈를 깎고 피를 토하는 20년 폐관수련으로 그녀의 내공은 또 한 갑자 늘어났던 것 같다.  


 시대가 부름에 마침내 ‘독재자의 딸’이 수줍은 듯 가볍게 손을 흔들며 움막 밖으로 조용히 걸어 나왔다. 처음에는 다들 피식피식 웃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녀의 순후(純厚)한 내공이 강한 인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내공은 20여년 간 폐관수련했던 그녀의 움막보다는 훨씬 화려하고 무엇보다 사람들로 북적거렸던 천막당사에서 유감없이 발휘되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그녀는 스스로 일어선 것이다.


 마공(魔功)을 익힌 자들이 천막당사 안팎에 가득했지만, 누구도 그녀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먼저 천막당사 안의 무리들이 목자를 따르는 순한 양처럼 그녀만 쳐다보았다. 그들 중 몰래 마공을 익힌 자들조차 단번에 장악되었다. 그들은 뒤에서는 온갖 쑥덕공론을 일삼다가도 일단 그녀 앞에만 서면 하나같이 다소곳이 고개를 숙였다. 괴이한 마공과 사이한 음공(音功)을 동시에 익힌 최고 권력자 노무현도 그녀 앞에만 서면 부족한 내공으로 진땀을 흘렸다. 오로지 한 사람, 마공인지 정공(正功)인지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수련으로 내공이 세 갑자에 이르렀다는 김대중만이 그녀와 내공이 엇비슷한 듯하다. 김대중만이 그녀를 상대할 수 있을 듯한데, 이들은 정면 대결을 극력 피하고 있다. 사실 그들은 정면 대결할 기회가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박근혜의 내공이 아무리 정심하다고 한들 김대중한테는 상대가 안 될 거라고 확신하는 듯하다. 따라서 2002년처럼 김대중이 대리인을 내세워 그에게 내공을 실어 주면, 박근혜는 바로 피를 토하고 쓰러질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지금까지 지켜본 바에 따르면, 박근혜는 내공을 아직 반 자락도 드러내지 않은 듯하다.  어쩌면 김대중을 능가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와 사실상 정면대결하려면 우선 자격부터 갖추어야 하는데, 이게 더 어려울 것 같다. 어울리는 무리를 보아 아무래도 마공을 익히고 감추고 있는 듯한 이명박은 내공은 그리 강하지 않은 듯한데, 외공(外功)이 대단하여 몇 달간 고공비행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독재자의 딸’이란 음공으로 아무리 당 안팎에서 흔들어도 박근혜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을 것이다. 20년 폐관수련으로 쌓은 그녀의 정심한 내공 덕분이다. 눈치 하나는 비상히 빠르나 귀가 얇고 음공이 약한 70%의 한국인은 도리어 그녀를 ‘큰바위 얼굴의 딸’이라고 믿고 그녀만 보면 눈시울을 붉히며 손 한 번 잡아보려고 아우성치는 것을 그녀는 직접 보고 또 보았기 때문에 선진한국 건설이라는 신념이 더욱 강해질 것이다.


 어쩌면 2007년은 박근혜의 해가 아닌지 모른다. 그렇더라도 그녀는 거대한 바위처럼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강점인 내공을 더 쌓고 약점인 외공도 부지런히 익혀 언젠가 나라에 크게 봉사할 기회를 얻을 것이다.


                                (2007. 4. 29.)


  

[ 2007-04-30, 08:13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미투데이미투데이  요즘요즘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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