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해서 한나라당 경선과정에서 책임적인 국회의원이라도 되겠느냐는 인상을 주던 고진화 경선주자가 20일 대선후보 경선전에서 스스로 탈락했다. 고진화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당의 유력 대선 후보라는 사람들이 당 지도부부터 당원까지 모두 두 줄로 세우고 서로를 향해 비수나 날리고 있다. 당과 일부 후보의 전횡을 국민에게 알리기 위해 경선 후보를 사퇴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그는 '범여권이든 재야든 어느 세력과도 연대할 수 있다'는 한나라당을 배반하고 탈당할 의사를 시사했다.
  
  고진화 경선주자의 측근 인사는 '고 후보가 전날 이명박-박근혜 후보만을 대상으로 한 검증 청문회를 지켜본 뒤에 고민에 빠졌다. 오늘 오전 일찍 원고를 주며 '보도자료로 만들어 배포하라'고 지시한 뒤, 혼자 (경선 후보 사퇴의) 결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고진화 측이 배포한 보도자료의 제목은 '들러리로는 참여 안 한다'였다고 한다. 자신이 주인공이 아니라서, 경선 후보를 사퇴한다는 것이 고진화의 사퇴이유다. 고진화는 경선후보가 낸 선거기탁금 2억5천만원을 포기하고, 한나라당도 포기하고, 그리고 좌파진영에 유유상종 합류할 뜻을 내비쳤다.
  
   고진화가 경선후보에서 사퇴한 것은, '경선에 들러리 서지 않겠다'는 그의 불평과는 달리, 그가 한나라당 경선에서 당내외에서 1%의 지지도 받기 어려워, '경선에 들러리로 설 자격도 없다'는 사실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자신의 인기없음을 스스로 탓하지 아니하고, 한나라당의 줄서기와 경선주자들의 전횡을 문제삼아 경선에서 탈락한다는 사퇴의 변을 늘어놓았다. 이러한 고진화의 '남 탓하는 태도'는 정상적인 양심을 소유한 정치인의 모습이 아니다. 고진화가 경선후보를 사퇴하면서 표출한 수준 낮은 불평은 손학규가 한나라당에서 지지도가 낮아서 탈당할 때와 같은 수준의 저질 불평이다.
  
   고진화는 항상 자신의 실패를 남에게 돌리는 좌파분자들의 전형적 심보(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손학규가 한나라당을 탈당한 것은 자신의 지지도가 낮았기 때문이며, 고진화가 한나라당 경선에서 사퇴하는 것도 낮은 지지도 때문이다. 자신들의 인기없음을 타인의 탓으로 돌리는 비겁하고 치사한 의식구조를 고진화나 손학규가 보여준 것이다. 손학규나 고진화가 '부패한' 보수주의자들을 나무랄 정도로 도덕적 우월성을 가지려면, 자신들이 당원과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하는 현실을 자신들의 탓으로 돌리는 양심은 지녀야 한다.
  
   자신의 인기없음과 실패를 겸허하게 반성하고 성공자들을 축하하는 심보를 가져야, 최소한의 양심과 상식을 가진 정치인이 되는 것이다. 손학규나 고진화가 악마의 제국이라고 하는 미국에서 어느 정치인이 중요한 선거 레이스에서 인기가 없어 물러나면서, 경쟁력 있는 상대후보자들을 비난하던가? 고진화처럼 경선에서 물러나면서 경쟁상대를 비난하는 정치인과 손학규처럼 야당을 탈당하여 여당을 기웃거리는 정치인들이 과연 정상적 민주사회에서 살아남겠는가? 자신들을 민주평화세력으로 그리고 한나라당 주류세력을 독재전쟁세력으로 매도하는 이분법적 심보를 가진 고진화나 손학규의 타인매도와 자기교만의 심성은 분열과 파괴의 근원이다.
  
  고진화와 손학규는 좌파로서 코드가 맞고, 결국 같은 길을 갈 것이다. 한나라당 내에서 '고진화 후보가 탈당해 손학규 전 경기지사를 도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고 중앙일보는 보도했다. 고진화도 경선후보 사퇴 기자회견을 마친 뒤에 '범여권이든 재야든 어느 세력과도 연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고진화에게 잘한 결단이라고 본다. 고진화는 정상적인 이해득실을 따지는 보수세력이 주축이 된 한나라당에서 스스로 퇴출되어야 한다. 지금 고양이의 손도 필요한 한나라당에서 국회의원을 탈당하라고 촉구하지 않을 것이다. 가능하면 한 명의 국회의원이라도 더 보유하고 싶은 것이 한나라당의 지금 심정일 것이다.
  
   그러나 고진화와 몇몇 좌파분자들의 경우는 예외가 될 것이다. 지금 고진화가 한나라당을 탈당하는 것은 본인과 한나라당에 도움이 될 것이다. 사실 고진화와 가장 코드가 맞는 사람을 한나라당을 탈당하여 한나라당에 칼을 겨누는 손학규가 가장 적당하다. 군사정권의 복종시대가 끝나고 민간정부의 배반시대가 열리면서, 먼저 배반하고 먼저 불평하는 자들이 번성하는 것 같지만, 그래도 아직은 국민들의 마음 속에 손학규와 고진화와 같이 자신이 속한 정당을 불평하면서 탈당하는 배반자들이 설 여지는 좁다.
  
   부패한 사회에서 부패자는 더 매도되고, 타락된 사회에서 타락자가 더 매도되듯이, 배반의 시대에 배반자가 더 매도되는 것이다. 성적으로 타락한 미국에서 정치인이 축출될 때에 주로 성적인 문제를 들고 나온다. 물질적으로 타락한 한국에서 정치인들을 매도할 때에 주로 돈문제를 들고 나온다. 이념적으로 타락한 북한에서 정치인을 숙청할 때에 이념문제를 들고나온다. 배반이 보편화된 사회에서 배반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 것으로 착각하지만, 사실상 배반사회에서 배반자는 더 매도당하는 것이다.
  
   고진화는 손학규와 이념적으로나 정서적으로 코드가 맞아서 흥망성쇠를 같이 맞이할 것이다. 자신의 경선 사퇴를 남의 탓으로 돌리는 고진화가 자신의 탈당을 한나라당의 탓으로 돌린 손학규를 돕는 것은 운명처럼 예정된 것인지도 모른다. 좌파분자들의 중요한 특징은 자신의 실패를 남의 탓으로 돌리고, 성공자를 착취자나 억압자로 매도하는 꼬인 판단이다. 한나라당을 마치 불공정한 체제로 매도하면서, 집권 좌파세력의 대통합에 기웃거리는 좌파분자들의 특징은 '나는 옳은데, 너는 틀렸다'는 이분법적 타인차별-자기교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