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의 뻐꾸기 작전
어디서 앵무새의 왕관을 쓰고 쓱 나타나 그 둥지가 자기 것이라며 기어코 새끼 독수리 박근혜를 둥지 밖으로 떨어뜨리고

최성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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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뻐꾸기는 스스로 둥지를 마련할 줄 모른다. 대신 암 뻐꾸기는 멧새·노랑할미새·때까치·종달새 등의 둥지에 1~3개씩 알을 낳는다. 가짜 어미 새에 의해 부화되면, 뻐꾸기 새끼는 1~2일 사이에 가짜 어미 새의 알과 새끼를 등으로 밀어서 떨어뜨리고 둥지를 독차지한다. 뻐꾸기는 약 30cm나 되기 때문에 금방 가짜 어미보다 더 커진다. 둥지가 너무 협소할 때쯤 뻐꾸기 새끼는 둥지를 떠나는데, 떠나서도 자신보다 훨씬 작은 가짜 어미 새로부터 먹이를 한 1주일 정도 더 얻어먹는다. 그리고는 영원히 떠나 버린다. 매정하게 뒤도 한 번 안 돌아보고! 

 사람도 이런 자들이 있다. 깡패나 도둑만이 아니라 정치인 중에 이런 자들이 유독 많다. 독재 국가나 사이비 민주 국가에는 오히려 뻐꾸기형 정치인이 그렇지 않은 정치인보다 더 많다.

 이명박은 전형적인 뻐꾸기형 정치인이다. 그의 뻐꾸기 작전은 너무도 감쪽같아 사람들은 번히 보고도 속아 넘어 간다. 열렬한 팬들도 많다. 이명박은 한일수교에 반대하는 시위를 주도하다가 가슴에 별을 단 적이 있다. 팔자 고치려다 일본으로부터 아직까지 한 푼도 못 받은 북한을 보면 알겠지만, 한일수교는 한국이 세계사의 도도한 흐름에 동참한 결정적 계기였다. 당시 목숨을 걸고 반대한 대학생과 지식인은 현대판 위정척사(衛正斥邪)파로 스스로는 민족주의적 열혈 진보파를 자처했지만,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겠지만, 시대를 거슬리는 수구보수주의자에 지나지 않았다. 뻐꾸기 새끼가 가짜 어미 새의 알과 새끼를 밀어내듯이 이명박을 비롯한 6·3세대는 미군과 이승만과 박정희가 간신히 얼기설기 엮어 놓은 자유민주와 시장경제의 허름한 둥지 속에서 구국의 혁명을 일으킨 군인 출신 정치인과 이제 막 기지개를 키기 시작한 산업 역군을 몰아내고 그 둥지를 통째로 차지하려고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던 것이다. 알고 보니, 그들이 차지하려고 했던 둥지의 새는 조그마한 종달새가 아니라 뻐꾸기보다 훨씬 크고 사나운 독수리였던 것이다.

 일차 실패한 이명박은 호랑이 새끼였던 정주영의 굴로 들어갔다. 독수리 박정희와 호랑이 정주영은 배고픈 한국인을 배불리 먹여 주기 위해 작은 손 큰 손 맞잡고 쓰레기더미에서 장미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호랑이 정주영의 굴에서 이명박은 작은 호랑이(실은 살쾡이였는지 모름)가 되었다. 스스로 창업할 재목은 아니었지만, 호랑이 정주영의 보살핌 속에서 그는 뛰어난 사냥 실력을 발휘했다.

 스스로 자립할 수 있을 즈음에 뻐꾸기가 가짜 어미 새 곁을 미련 없이 떠나듯이 이름 꽤나 알려진 후에, 이명박은 정치인으로선 정주영보다 차원이 달랐던 김영삼의 둥지로 비호처럼 날아갔다. 과연 변신은 성공적이어서 그는 정치 1번지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되었다. 그러나 과정이 비민주적이었다. 결국 들통나는 바람에 임기를 채울 수 없었다. 그런데도 그는 새로운 둥지에서 떠나지 않았다. 스스로 둥지를 틀 능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기다린 보람이 있어서 그는 다시 기회를 잡았다. 옛일을 잊고 새 둥지의 새 형제자매들이 적극 밀어 준 덕분에 국회의원보다 훨씬 좋은, 작은 대통령 서울특별시장에 당선된 것이다. 이명박은 아름다운 새 둥지에서 멋지게 뻐꾸기 노래와 뻐꾸기 왈츠를 췄다. 알고 보면 그의 노래는 음정 박자가 제 멋대로요 춤은 저 혼자 흥겨운 것이었을 뿐인데, 신문과 방송과 여론조사기관이 동상이몽으로 낯간지럽게 추켜세우고 적극 홍보해 주었고 객관적 수치로 기정 사실화해 주었다.         

 다들 손가락질하고 침 뱉는 문패를 눈물의 소매로 정성껏 닦아 천막에 꿰매어 달고, 크고 아름다운 옛 둥지를 문패 하나만 들고 미련 없이 떠나 새로 둥지를 튼 박근혜를, 문패만 옛 문패였을 뿐 완전히 새로운 둥지를 피와 땀과 눈물로 만든 박근혜를, 자기보다 훨씬 작은 가짜 어미 새이자 가짜 동생인 새끼 독수리 박근혜를 밀어내고, 뻐꾸기 이명박은 둥지를 독차지했다. 뒷짐 지고 본 척 만 척하다가 새 둥지가 과거보다 더 크고 화려하게 되자, 어디서 앵무새의 왕관을 쓰고 쓱 나타나 그 둥지가 자기 것이라며 기어코 새끼 독수리 박근혜를 둥지 밖으로 떨어뜨리고 마침내 가장 유력한 당의 대통령 후보로 뽑힌 것이다.

 지금까지 이명박은 처음만 실패했을 뿐 정주영 둥지, 김영삼 둥지, 이회창 둥지, 박근혜 둥지에 들어가 차례로 작지 않은 성공을 쟁취했다. 마침내 가장 큰 정치 둥지의 새 주인이 되었다. 둥지의 주인이 되자마자, 그는 은밀히 뒤에서 모이던 어린 시절의 뻐꾸기 형제들과 그 뒤를 졸졸 따르는 자들을 불러 모아서 가짜 어미 새의 새끼들을 둥지 밖으로 떨어뜨리고 그들로 하여금 둥지를 완벽하게 장악하게 만들었다. 아연실색한 박근혜와 이회창! 박근혜는 촌철살인으로 이명박을 움찔하게 만들고는 긴 침묵에 들어갔고, 이회창은 이명박한테 맡기면 이제 당의 둥지만이 아니라 국가의 둥지도 위험하다며, 그런 비극을 막기 위해 새 둥지를 만들겠다며 아름다운 뻐꾸기 노래가 아니라 어흥어흥 어찌 들으면 고양이 소리 같은 호랑이의 울음을 울기 시작했다.

 이명박은 무섭다. 그의 뻐꾸기 작전은 집요하고 치밀하다. 의뭉하게 기다렸다가 잽싸게 파리를 잡아 먹는 두꺼비처럼, 결정적 기회가 오면 번개같이 빠르고 주몽의 화살처럼 정확하다. 스스로 둥지를 만들지는 못하지만, 남의 둥지를 차지하는 데는 비상한 재주가 있다. 둥지를 차지하는 과정에서 저지른 크고 작은 비리가 하나하나 드러나도, 타고난 눈의 특성상 순간적으로 깜박해도 사람들이 미처 못 알아 보겠지만 외눈 하나 깜박하지 않고, 이명박은 가장 거대하고 가장 화려한 봉황의 둥지를 차지하기 위해 계속 아름다운 뻐꾸기 노래를 부를 것이다. 사람들이 뻐꾸기의 실체는 전혀 모른 채 또는 알아도 뻐꾸기의 과거는 일체 불문에 부치고 뻐꾸기 노래만 들으면 스스로 엔도르핀과 도파민을 분비하며 황홀해 하듯이, 이명박의 '민주, 경제, 환경' 뻐꾹 아리아에 취한 숱한 사람들이 길길이 뛰면서 일제히 반대자들을 향해 거대한 음모론의 호루라기를 불면서 죽기 살기로 이명박의 뒤를 따를 것이다.    
                       (2007. 11. 23.)

 

[ 2007-11-23, 20:55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미투데이미투데이  요즘요즘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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