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명박'은 실체인가? 유령인가?
'노명박'이 실체라면 이명박 정부의 탄생은 분명히 정권 교체가 아닌 정권 연장이다

李長春(前 외무부 대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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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진]민주국가의 정권 교체에서 뚜렷이 나타나는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정치무대에 새 인물들이 등장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새 인물들이 새 정책을 내놓는 것이다.
  
   새 정책이 그 모습을 드러내는 데는 다소 시간이 걸리니깐 좀 기다려 봐야겠지만 이명박 정권이 내놓은 인물들을 보면 과연 정권 교체가 이뤄진 것인지 아닌지를 헷갈리게 한다. 그들 중에서 과연 누가 새 인물인가?
  
   정권 인수위원회가 치른 시험은 ‘F'학점이었고 내각 등의 인적 구성에서 노정된 도덕불감증은 극명했다. 준비된 정부로서 새 정책을 내놓을 조짐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정권의 탄생 배경과 결코 무관할 수 없다.
  
   며칠 전 언론에 소위 ’노명박 정부‘란 말이 등장했다. 당장은 지난 3월 3일 개최된 새 정부의 첫 국무회의를 가리킨다. 노무현 정권 때 임명된 각료 4명과 이명박 정권의 각료 11명으로 봉합된 새 정부 출범상의 일시적 기형을 꼬집은 말이다. 그러나 기실은 새 정부의 색깔과 성격을 집약하는 말로 진화할 가능성이 많아 보인다.
  
   ‘노명박’이란 말은 2007년 6월 8일 익산의 원광대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을 때 청중을 웃긴 우스개 소리[盧+名博]에 연유한다. 그것이 2007년 10월 4일 평양에서 발표된 노무현-김정일 간의 공동선언을 따라 심상찮은 함의를 담은 말[盧+明博]로 대선 막바지에 돌연변이 했다.
  
   失政의 뒤탈을 두려워한 盧 대통령을 일방으로 하고 평양으로부터 신변의 위협을 받으며 BBK로 시달리던 李 후보를 타방으로 하는 양측 간에 묵계가 이뤄졌다는 것을 뜻했다. 대선으로 가면서 대남총책을 두 번이나 남파한 북한의 김정일이 가만히 있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은 상식이다.
  
   ‘노명박’이란 말이 2007년 대선 이후로는 남북관계와 남한의 정치 향방을 예고하는데 끼이는 단골 메뉴가 되더니 2008년 초에 그 유력한 단서가 잡혔다. 김만복 정보원장이 대선 하루를 앞둔 2007년 12월 18일 당일 평양을 방문한 결과 남긴 북측과의 대화록이 공개된 것이다. 남측 [노무현]은 북측[김정일]에게 ‘이명박 후보의 당선이 확실하나 남북관계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과 ‘오히려 李 후보가 남한 내 보수층을 잘 설득할 수 있어 盧 정부보다 더욱 과감한 對北정책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을 말했다고 한다. ‘노명박’의 정체를 이보다 더 밝게 조명하는 증거가 당분간은 나오지 못할 것 같다.
  
   최근에는 ‘노명박’이 李 당선자의 말수가 盧 대통령만큼 많기로 서로 닮았다는 경고에서 쓰이더니(2008년 2월 15일 한국정치학회 토론회) 그의 최측근 류우익 지리학 교수가 남긴 언중유골을 따라 그 용도가 늘어났다.
  
   류 교수는 2월 16일 새 권력의 중진들이 모인 워크숍에서 ‘지난 10년이 잃어버린 10년이 아니다’고 공언했다. 그의 말은 2007년 대선에서 ‘잃어버린 10년’을 되찾아야 한다던 수많은 유권자들의 기대를 꺾었다. 뿐만 아니라 ‘지난 10년’을 감싸는 뉘앙스로 새 정부와 ‘지난 10년’ 간에 필경 무슨 곡절이 있을 것이라는 궁금증이 촉발되어 ‘노명박’이 뜨게 되었다.
  
   한편, 정호영 특검팀과 李 당선자 간의 소위 삼청각 ‘만찬調査‘가 있었던 바로 그 다음날인 2월 18일 盧 대통령과 李 당선자 간의 회동이 이뤄졌다. 너무나 이례적인 만남이었다. 대선 때의 ’노명박‘에 대한 의혹이 되살아날 수밖에 없었다.
  
   곧 권좌에 앉을 자가 곧 권좌에서 물러나는 자를 백주에 찾아갔을 때는 단순한 경의 표시에 더하여 무슨 곡절을 에워싼 중대한 ’담합‘이 있었을 것으로 보는 것이 상식에 맞다. 그런 ’담합‘이 권력 간의 통상적인 교대에서는 불필요하고 또한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노명박’에 대한 의혹이 증폭된 것은 당연하다.
  
   그런 가운데 의혹의 껍질이 한 꺼풀 벗겨졌다. 새 내각의 면면이다. ‘노명박’의 정체를 밝히는 단서치고는 너무 선명하다. 한결같이 ‘잃어버린 지난 10년’ 동안에 장관이나 장관급 자리를 지냈거나 ‘햇볕 정권’의 시녀로 또는 盧 전 대통령의 일급 使臣 등의 重臣으로 봉사한 사람들이다.
  
   한승수 국무총리는 말할 것도 없고 외무[유명환]․ 국방[이상희]․ 통일[김하중]․ 정보[김성호] 등 외교안보 부처의 수장이 모두 그런 사람들이라는 것은 예사롭지 않다. ‘盧 정부보다 더욱 과감한 대북정책을 추진’하지는 못하더라도 지난 10년 동안의 ‘퍼주기’ 現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절묘한 발탁이다.
  
   ‘반역의 시대 10년’을 수놓은 그들은 이념과 원칙을 공유하는 동지들이 아니다. 어떤 권력에도 봉사할 수 있는 무색무취한 솜씨로 ‘잃어버린 지난 10년’을 장식하면서 연마한 ‘노하우’를 가진 것이 그들의 공통점이다. ‘햇볕’의 시혜를 다시 보장받은 것이나 다름없는 북한의 김정일 독재정권이 그들의 중용을 경탄해 마지않을 것은 뻔하다.
  
   더욱이 새 정부는 盧 정권이 심어놓은 권부의 핵을 모두 인수했다. 검찰을 포함한 전형적 국가‘폭력’의 총수들이 연명하게 된 것은 새 정부를 탄생시킨 권력적 배경과 새 정부의 권력적 포진 간의 함수관계를 나타내는 적나라한 증좌이다. 거기에다 이명박 권력의 핵이 될 청와대 민정수석[이종찬]과 국가정보총책[김성호]이 삼성그룹으로부터 주기적으로 떡값을 받았다는 보도가 나온 것은 ‘노명박’의 정체를 밝힐 실마리가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삼성특검이 이명박특검의 再版이 된다면 ‘노명박’은 부정부패를 은폐해 주는 유령으로 설칠 수 있을 것이다.
  
   정치변동의 계절에 한국적 권력의 전형인 자리들을 바꾸지 않은 대신 가뜩이나 지난 10년 동안에 무주공산이 되어버린 행정각부의 차관들을 한꺼번에 바꾼 것은 한갓 정권 교체의 시늉에 불과하다. 민주주의에 필수적인 관료의 정치적 중립을 보지할 의지가 있었다면 관료 그룹의 수장들을 일거에 날려버리지 않았다. 어느 선진민주국가에서도 그렇게는 하지 않는다. 그렇게 하는 것이 새 정권의 모토로 강조되고 있는 ‘선진화’와 ‘실용’에 맞는다고 우긴다면 거짓말이다. 예사로 거짓말을 하는 풍토로는 절대로 선진 대열에 끼일 수 없다.
  
   ‘노명박’은 실체인가? 유령인가? ‘노명박’이 실체라면 이명박 정부의 탄생은 분명히 정권 교체가 아닌 정권 연장이다. ‘노명박’이 유령이라면 언제까지 계속 출몰할 것인가? 김정일-노무현-이명박의 3각관계에 파열음이 생길 때까지라고는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때까지 한국의 무고한 국민들은 ‘노명박’의 희롱을 당해야만 하는가?
  
[ 2008-03-06, 17:57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미투데이미투데이  요즘요즘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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