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의 안전성과 경쟁력
과연 한우는 얼마나 안전하며 얼마나 경쟁력이 있을까. 축산농가도 살고 소비자도 사는 해법은 없을까.

최성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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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류독감이 전국 방방곡곡의 닭과 오리들을 차례로 게릴라 습격하고 있다. 작은 정부란 엄포에 지레 놀란 때문인지 조류독감 전문가들이 우르르 명예 퇴직한 상태에서, 밀월 기간도 없이 바로 뒤뚱뒤뚱 오리 신세로 전락한 듯한 이명박 정부가 우왕좌왕 초기 대응에 실패함에 따라,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 백만 배 성능의 불도저로도 못 막고 있다. 추정하기 힘들 정도로 늘어나고 있는 경제적 손실도 손실이지만, 불안에 떠는 국민의 육체적 정신적 건강 문제도 그 못지않게 심각하다. 그런데 현존하는 으스스한 조류독감의 위험에 대해서 국민들은 놀랄 정도로 침착하다. 거의 무신경 수준이다. 대신 10여 년 전 1억분의 3의 비율로 발생한 미국의 광우병(BSE)에 대해서는 방송, 신문, 국회, 정부, 청와대, 청계천, 학교, 직장, 군부대, 농촌, 도시, 할 것 없이 발칵 뒤집어졌다.
 
 논쟁이든, 촛불 시위든, 인터넷 서명이든, 저주든, 반박이든, 암묵의 계약이 있다. 그것은 한우(30개월이 아니라 100개월 넘은 암소도 포함되고 더 이상 젖을 생산하지 못하는 할머니 젖소도 포함됨)에 대한 안정성 여부는 신성시되거나 터부시된다는 것이다. 어쩌다 인터넷에 뜨는 경우는 있지만, 천둥 속의 모깃소리처럼 아무런 주목도 받지 못한다.

 

 조류독감에 대한 니나노 무신경과 설렁설렁 검역수준과 으악 위생관념으로 미루어 보면, 과연 한국의 쇠고기는 얼마나 안전할까, 하는 의구심이 절로 든다. 광우병이 보고되지 않았다고 하여 과연 광우병에 걸린 소가 없었을까. 그걸 가려낼 만한 전문가는 과연 있었을까. 광우병만 없으면 소의 기타 등등 다른 질병은 어떤 것이든 문제가 없는가. 우리나라는 과연 동물사료를 쓰지 않았으며 쓰지 않고 있으며 쓰지 않을 것인가. 도대체 감시는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을까.

 

  1924년 프랑스 주도로 설립하여 우리나라 포함하여 현재 172개국의 회원국이 가입한 국제수역사무국(OIE 國際獸疫事務局)에 따르면, 광우병 안전국은 2008년 현재 13개 나라밖에 안 된다. 1등급(a negligible BSE risk/ 거의 무시해도 좋을 정도) 국가는 식물성 사료도 먹이지 않고 풀만 뜯어먹게 하는 나라에 집중되어 있다. 호주, 뉴질랜드,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싱가포르, 이렇게 다섯 나라다. 2등급(a controlled BSE risk/ controlled가 과거분사형이므로 '통제 가능'이 아니고 '통제 완료' 또는 '완전 통제'의 뜻) 국가에는 소를 대부분 방목하여 키우는 나라다. 브라질, 칠레, 캐나다, 미국, 스위스, 대만, 이렇게 여섯 나라다.  3등급(‘provisionally free’ from BSE/ 조건부 안전) 국가도 방목 조건이 좋은 나라다. 파라과이와 아이슬란드, 이렇게 두 나라다. 

 

 아무리 살펴봐도 한국은 여기에 들어있지 않다. 등외다. 광우병에 걸린 소가 약 19만 마리에 인간 광우병에 걸린 사람이 166명이나 되었던 광우병 원조 영국이나, 9백 마리의 광우병 소에 23명의 인간 광우병 환자의 나라란 불명예를 덮어쓴 프랑스나, 1백만 마리의 소 중에 26마리(미국의 1000배 비율)나 광우병에 걸리고 1명의 광우병 환자(영국에 체류한 적이 있음)가 발생한 일본이나, 300건 이상의 광우병 발생에도 인간 광우병 환자는 한 명도 없었으나 대규모로 도살한 소를 기아에 허덕이는 북한에 선물한 독일이나, 광우병 소도 인간 광우병 환자도 보고된 바가 없는 한국이나 광우병 안전국에는 들지 못했다.

 

 국제수역사무국의 기준은 몹시 까다로워 어떤 나라가 스스로 '우리는 없음'이라고 보고한다고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또한 광우병과 인간 광우병은 대체로 10년 전의 일이다. 이제는 어느 나라든 거의 사라졌다(전세계 기준 1992년 3만7280건에서 2007년 141건으로 줄어듦 / 미국은 3건 이후 10여 년간 0건). 초식동물에게 육식을 시킨 게 원인이란 게 밝혀지면서 전세계적으로 소에게 강제 육식을 금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국민 건강에 대해 노처녀 B 사감의 잔소리보다 까다로운 규제가 시퍼렇게 살아 있는 나라일수록 엄격히 지킨다. 광우병이 미래에 갑자기 확 늘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오히려 광우병보다 소를 포함하여 동물들의 다른 질병, 예를 들면 조류독감이나 소나 돼지 등의 입과 발굽이 동시에 허는 구족병(口足病) 따위를 더 걱정해야 할 것이다.

 

 역사상 인간의 질병은 자연에서 가축으로 가축에서 인간으로 옮겨지는 게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지금 당장 인간이 어떤 가축 질병에 대해 면역력이 있다고 해서 장래에도 면역력이 있다는 보장은 전혀 없다. 오히려 잠재적으로 가축이나 애완동물에게 존재하는 모든 질병은 언젠가는 인간에게 전염될 가능성이 거의 100%다. 바이러스와 박테리아는 환경에 대한 적응력이 지구상에서 가장 뛰어난 만큼 진화속도가 말 그대로 번개같이 빨라 언제 어떤 변종이 생길지 모른다. 호시탐탐 '맛있고(온갖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있음) 풍부한(무려 65억)' 인간을 노린다. 자연상태에서 멀어질수록, 사육장이 열악할수록, 가축이든 애완동물이든 인간과의 거리가 좁혀질수록 치명적인 새로운 질병이 발생할 가능성은 점점 더 높아진다.  

 

 한국의 축산농가는 호주산 소는 별로 두려워하지 않지만, 미국산 소는 서늘한 아침에도 생각만 하면 절로 식은땀이 나도록 두려워한다. 호주나 아르헨티나의 소는 광우병만이 아니라 여러 질병에서도 거의 자유롭고 가격 경쟁력에서도 압도적인 우위에 있지만, 한국인의 입맛에는 그다지 맞지 않다. 풀만 먹고 자라서 고기가 질기기 때문이다. 반면에 미국의 쇠고기는 송아지 때는 어미 소의 젖과 풀만 먹고 자라다가 나중에는 풀과 곡식을 같이 먹고 마지막에는 곡물 사료만 먹기 때문에, 풀과 곡물사료로 키우는 한우와 맛이 거의 비슷하다. 거기에 가격 경쟁력도 호주나 아르헨티나에 별로 뒤지지 않는다. 광우병이 발생하기 이전 미국에서 쇠고기를 수입함과 동시에 우리나라 축산농가에 악몽 같은 소 파동이 일어난 것은 바로 그런 연유 때문이다. 

 

 축산농가도 언제까지나 애국심에 노골적으로 호소하고 신토불이(身土不二)를 은연중에 강요할 수 없다. 맛이든 가격이든 안전이든 당당히 소비자의 선택에서 우위를 점해야 한다. 불가능하다고? 한국의 반도체와 철강과 자동차를 생각해 보자. 세계의 조롱을 한 몸에 받았지만, 한국은 보기 좋게 이들 산업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었다. 패배의식에서 벗어나면 쇠고기 산업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우리는 저력의 한국인이니까!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자랑하는 맹렬 시위의 그 실력과 그 열정을 확 바꾸어 죽자 사자 국제 경쟁력 확보하는 데 쏟으면, 농업이라고 하여 몇몇 분야에서는 한국이 세계 제일이 못될 리 없다. 

 

 무엇보다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하면 안 된다. 융자금이나 보조금 제대로 쓰여져야 한다. 이제라도 국가가 앞장서서 농업을 과학화해야 한다. 최우선적으로 연구개발에 집중 투자해야 한다. 청와대부터 솔선하여 바이오 관련 과학자와 연구인을 빌 게이츠 이상으로 우대해야 한다. 또한 축산의 규모를 더 키워야 한다. 악몽 같은 소 파동 이후 소를 한두 마리 키우는 농가는 거의 없어졌다. 지금도 100두 이상 키우는 농가는 웬만한 중소기업 못지않다. 이제 이것이 최소 단위가 되어야 한다. 평균 300두는 되어야 할 것이다.

 

 사료를 국산화하는 것도 시급하다. 값싼 미국 곡물을 수입해서 사료로 만들어 한우를 키우면, 영원히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 최근에 곡물 값이 천장부지로 뛰자 축산농가는 공황상태에 빠졌다. 가만 놓아두어도 울고 싶은 참에 이마빡(예고된 것이니까 뒤통수친 것은 아님)을 툭툭 치고 울화통을 쿡쿡 찔렀으니, 한바탕 굿을 아니할 수 없었을지 모른다. 굿이란 건 원래 당사자가 하는 게 아니라 무당이 하는 것이니까, 농민을 대신하여 용한 무당, 선무당, 너도나도 대신 나서서 한(恨)을 풀어주는 것은 알고 보면 놀랄 일도 아니지만, 정도가 지나치다. 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다. 그렇게 해서는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 엉뚱한 조류독감에 작살난다.

 

 지금도 사료를 자급자족하는 축산농가는 한우 50마리만 키워도 순소득이 웬만한 대기업 임원의 연봉급이다. 그렇게 키운 소는 맛도 좋고 질병에도 거의 자유롭다. 이런 소는 홍보만 잘하면 서울 강남의 일류 한식집에 금싸라기 값에 팔린다. 없어서 못 판다.

 

 쇠고기 1년 소비량은 한국은 총 33만 톤이고, 미국은 총 1300만 톤이다. 각각 소 100만 마리와 4천만 마리에 해당한다. 미국의 수입량은 전체의 10% 정도다. 90%가 자체조달이다.  미국인은 1인당 매년 43kg을 소비한다. 한국인의 6배가 넘는다. 영국이 440만 마리의 소를 도살한 데서 알 수 있듯이, 소는 영미인들의 주식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위험하면 돈을 따지지 않고 가차없이 죽여서 쓰레기로 처분한다. 독일처럼 선물하지 않는다. 그만큼 그들은 우리보다 쇠고기의 안전에 대해 신경을 더 쓸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하여 미국이 무슨 억하심정으로 우리나라에 나쁜 것만 골라 팔 리도 없다. 이번에 이명박 정부가 의례적인 밀고 당김도 없이 도장을 서둘러 찍는 바람에, 이론상으로는 미국이 악의적으로 생각하면 한국인에게 국민 건강에 손해를 끼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게 하면 5천만이 들고일어나 리콜을 합창하면 된다. 자동차든 TV든 리콜은 언제든지 가능하다. 그것은 소비자의 천부인권이다. 계약과는 전혀 상관없다. 대신 한우에 대해서도 우리가 미국 쇠고기에 적용하는 엄격한 규제를 적용해야 할 것이다. 

 

 미국이 한국의 총 소비량에 비해 3배가 되는 100만 톤의 쇠고기를 수입한다는 것은 우리나라도 미국에 쇠고기를 팔 수 있는 가능성이 크게 열려 있다는 말도 된다. 맛과 위생과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면, 미국의 쇠고기와 맛이 비슷한 한우가 미국으로 수출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쇠고기를 농업의 반도체로 만들면, 얼마든지 가능할 것이다.            
                  (2008. 5. 12.)

[ 2008-05-12, 01:58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미투데이미투데이  요즘요즘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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