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불황이 북한에 미칠 영향
장기적으로 북한이 세계경제불황으로부터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이다.

최성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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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 10년 주기로 지구촌 곳곳에서 경제위기가 발생한다. 1980년대 이후를 꼽아 보면, 중남미의 외채위기, 공산권의 파산, 아시아의 외환위기, 미국의 금융위기가 그 시발점이다. 2008년 미국의 경제 위기는 자본주의의 빅 브라더가 휘청거린다는 점에서 이전 것과는 차원을 달리 한다. 이전에는 한쪽 동네의 경제위기가 다른 동네의 호황을 가져옴으로써 지구촌 전체의 부를 증가시키는 데 도움을 주었다. 이어서 경제위기의 진원지도 국제 경제시장에 적응하는 정도에 따라, 한 단계 발전하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을 수 있었다. 

 

 그와는 달리 미국의 경제위기는 지구촌 전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외국인 직접투자로 단기간에 세계최고 수준의 부를 만끽하던 아이슬란드가 공황 상태에 빠진 것을 비롯하여 EU와 일본 등 선진국뿐만 아니라 석유 부국도 전전긍긍한다. 세계의 공장으로 급부상한 중국도 수출에 빨간 불이 켜지면서 지난 30여년간 각종 모순과 어설픔에도 불구하고 승승장구하던 선순환의 고리가 끊어질 위기에 처해 있다. 국제공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선순환의 대명사이던 세계화가 악순환의 원흉으로 지탄받을지도 모른다.

 

 논리적 추론에 따르면, 세계시장의 오지인 아프리카의 사하라 지역과 북한이 미국발 경제위기에서 가장 안전할 것 같다. 실지로 현재까지 경제상황의 변화가 가장 적은 곳이 이 두 지역이다. 그러나 이들 두 지역은 더 이상 악화될 것도 없을 것 같은 절대빈곤 지대이지만,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어떤 곳보다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주변에 세계적 강국이 전혀 없는 아프리카는 제외하고 북한을 중심으로 살펴볼까 한다.

 

 부자는 망해도 삼대 약 100년까지 버틸 수 있지만, 가난뱅이는 바로 죽는다. 쌀독에서 인심이 나는 법인데, 잘살 때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 더러 선심을 쓰지만 살림이 하루아침에 팍 쪼그라들면 경황도 없거니와 푼돈도 더 이상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 아니다.      

 북한주민은 오래 전에 절대빈곤의 늪에 빠졌다. 다이어트하기 바쁜 한국인에겐 도무지 믿어지지 않겠지만, 300만이 굶어 죽었다. 그런데도 북한의 정권은 무너지지 않았고 도리어 독재유지자금을 일부 떼 내어 핵폭탄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3,000만 명을 굶겨 죽이는 와중에 핵폭탄을 개발한 중공과 비슷한 면이 있다. 빈곤 자체가 정권을 무너뜨리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중공은 그러나 정치적인 면에서는 그렇지 못했지만, 경제정책의 실패에 따른 책임추궁이 뒤따랐다. 절대권력자 모택동이 죽은 다음 그 추종자가 제거되고 공산당이긴 하나 모택동과는 정반대되는 경제정책을 표방한 주자파(走資派)가 집권했다. 북한에선 절대권력자 김일성이 죽었지만, 김일성식 곧 모택동식 경제 정책은 그대로 계승되었다. 중공과 달리 북한에서는 절대권력자의 경제실정을 비판할 만한 세력이 완벽하게 숙청되었기 때문이다. 제2의 김일성, 김정일이 들어선 것이다.

 

 사실 김정일은 1970년대 중반부터 경제정책을 주도했다. 그런 자가 경제정책을 바꿀 리가 없다. 스스로를 부정하는 것보다 어려운 것은 없으니까! 힘없는 사람한테도 자기부정은 죽기보다 어려운 문제인데(자기부정이 가능한 사람은 자살하지 않음), 하물며 최고 권력자야 말할 것도 없다. 북한의 경제파탄은 김일성 사망 이전부터 김일성과 김정일의 공동책임이었던 것이다.

 

 김정일에게는 천만다행으로 300만 아사 후에 든든 언덕과 노천 노다지가 생겼다. 중국과 한국이 바로 그것이다. 중국의 공산당이 미국을 견제해 주는 언덕이라면, 한국의 민주정권은 김정일의 통치자금을 음으로 양으로 대어 주기로 예정된 노다지다. 한국은 외환위기를 겪었지만, 오히려 그것을 계기로 김정일과 귓속말을 할 수 있는 세력이 집권하는 데 성공했다. 그 후로는 김정일의 일방통행이었다. 중국이나 유럽 또는 미국으로 망명할 위기에 처했던 김정일로서는 그보다 더 통쾌한 뒤집기가 있을 수 없었다. 시험삼아 잠수함도 내려보내고 대포 쏘는 군함도 내려보냈지만, 대한민국의 수장은 대한민국의 안보체제를 더욱 허무는 것으로 보답하고 달러와 식량과 비료를 올려보내는 것으로 달랬다. 대한민국이 외환위기를 겪긴 했지만, 그 정도의 돈과 물자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었다. 김정일에게 섭섭하게 대하면, 김대중과 노무현은 민족과 평화의 이름으로 부시에 대드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대한민국만 두 차례의 연평교전과 핵실험, 미사일 발사에 아랑곳없이 김정일의 통치자금을 올려보낸 게 아니다. 중국과 평화를 원했던 미국도 중유다, 식량이다 해서 2차대전 후 마셜 정책으로 서독에 퍼 주던 것 못지않게 퍼 주었다. 돌아온 것은 욕설과 저주와 협박뿐이었지만!  중국은 열 배 스무 배 넘는 장사를 했지, 무상으로 준 것이 없다. 

 

 이게 다 미국과 중국과 한국의 경제가 잘나갈 때의 일이다. 미국의 소비시장과 중국의 생산공장으로 대표되는 세계적 호황으로 한국은 외환위기를 쉽게 극복할 수 있었다. 그 바람에 북한에 퍼 주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이번은 다르다. 중국과 미국과 한국뿐 아니라 북한을 둘러싼 인권 선진국 일본, 자원 부국 러시아도 다 같이 어렵다. 더군다나 김정일 독재를 독재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상당수 포진한 정당이 정권교체하는 데 성공했다. 알쏭달쏭하게  실용을 내세우긴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여당의 만만찮은 견제와 정권 창출에 혁혁한 공을 세운 정통우파의 비판 때문에 하고 싶어도 햇볕정책을 그대로 계승할 수는 없다. 설상가상으로 경제대통령의 이미지가 날로 구겨지고 있다. 세계경제가 잘 나갈 때는 크게 드러나지 않았지만 어려울 때는 속속 드러날 이전 정부의 역주행 경제제도와 관행도 747 비행기를 이륙도 못하게 할 큰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다. 대외 여건도 국내 여건도 언덕 넘어 산이요 강 건너 바다다. 이래저래 김정일에게 통치자금을 보내기 어렵다.

 

 중국도 미국도 경제상황이 어려워지면 여유가 없어지고 짜증이 늘어날 것이다.
 '좋게 말할 때 그만해라. 외상값 좀 갚고.' --호금도
 '녹음기 그만 틀어라. 나, 무지 바쁜 사람이야. 굿 바이.' --버락 오바마    

 

 김정일은 상식이 통하지 않는다. 어떤 것이든 제 좋은 대로 해석하고 제 좋은 대로 말하고 제 좋은 대로 행동한다. 제일 좋아하는 것은 남들의 예상을 깨는 일이다. 정기예금보다 확실하던 남조선 펀드가 반 토막의 반 토막으로 증발하면, 세계 모든 사람의 예상을 깨는 일을 저지를 것이다.
  (2008. 12. 7.)     

 

 

[ 2008-12-07, 23:20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미투데이미투데이  요즘요즘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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