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북핵)보다 강한 펜(삐라)
삐라와 방송을 통해 진실이 알려지면 북핵은 고철덩어리가 된다.

최성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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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펜은 칼보다 강하다. 칼은 피와 살의 육체를 굴복시킬 따름이지만, 펜은 칼로는 결코 벨 수 없는 영혼의 무릎을 꿇리기 때문이다. 한 자루의 칼이 천 자루의 펜을 단숨에 동강낼 수도 있지만, 그 칼이 불의의 칼이면, 침략의 칼이거나 동족을 학살하고 굶기고 침묵시키는 공포의 칼이면, 아무리 힘없는 무지렁이 중생도 육체의 고개를 숙일 뿐 영혼의 고개는 되려 죽창보다 꼿꼿이 세우고 칼로 두 동강난 펜 대신 마음의 펜으로 검은 잉크 대신 붉은 피로 진실과 사실과 상식을 양심의 강철 종이에 또박또박 깊게 새긴다. 

 

 삐라라면 원래 북한의 불온전단을 뜻하던 것으로 신고대상 1호였다. 그걸 몰래 읽고 집안 깊숙이 숨겨두고 가슴을 두근거리며 북한의 독재를 선망한 자는 아마 육이오 이후엔 한국에서 이중 생활하는 빨갱이까지 포함하여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초등학생이야 산이나 들에서 북한의 삐라를 발견하면 착한 어린이 소리를 들으려고 신고했겠지만, 중학생만 되어도 바로 쓰레기통으로 쑤셔 박았다. 왜? 온통 거짓말이었기 때문이다. 척 보면 거짓말로 시작해 거짓말로 끝난다는 것을 그 정도 나이면 누구나 알았기 때문이다. 아무 재미를 못 보자 어느 날부터 김씨왕조는 남쪽으로 더 이상 삐라를 뿌리지 않았다.  

 

 대신 한국에서 국군이 풍선으로 또는 대포에 실어 라디오나 과자, 껌 등과 함께 날려 보낸 삐라는 북한에서 상당한 효과를 거두었다. 왜? 하나에서 열까지 진실이었으니까! 거기에 귀하디 귀한 라디오도 있었고, 먹어도 절대 죽지 않는 사탕이 있고 빵이 있었으니까!

 어느 날부터 한국에서 보내는 삐라는 북한인권단체의 전유물이 되었다. 대체 어느 나라 경찰이고 어느 나라 군인인지 경찰이 그들의 길을 막고 군인이 그들의 주위를 폭도인 양 에워싼다. 민간인 중에 몸싸움과 욕설이 전공인 국회의원을 쏙 빼 닮은 자들이 주먹과 돌멩이와 욕설로 가로막기도 한다. 어느 나라 신문이고 어느 나라 방송인지 신문과 방송에서 격렬하게 남북관계를 훼손하는 자라고 성토하기도 한다. 점잖게 충고하는 글쟁이들도 있다.

 

 김정일은 진실을 가장 두려워한다. 대를 이은 공산독재가 빚은 비극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저승사자 만나는 만큼 두려워한다. 북한 주민 누구나 체험으로 아는 수령독재체제지만 그에 대한 진실은 북한의 어떤 펜 끝으로도 흘러나오지 못하게 한다. 입으로도 절대 담지  못하도록 한다. 무엇으로? 칼로써! 북한 전역이 도산검림(刀山劍林)이다. 이것이 바로 공포정치다. 연산군과 일본 천황과 스탈린과 모택동으로부터 배워 주체적으로 집대성한 공포정치다. 1960년대 말 유일독재체제를 구축할 때, 김일성이 가장 역점을 둔 것이 전국의 모든 펜을 꺾거나 꼬부라뜨리는 것이었다. 책이란 책은 모조리 거두어 거기 김일성의 과거에 대한 진실이 한 글자라도 들어 있거나 한국과 육이오에 대한 진실이 한 획이라도 숨어 있으면, 불사르거나 까맣게 칠하여 누구도 볼 수 없도록 만들었다. 김일성 일대기도 한민족의 5천년 역사(특히 근현대사)도, 철저히 위조하고 완벽하게 왜곡했다. 북한에선 김일성 신화가 곧 조선역사다. 김일성 어록이 곧 헌법이다. 

 

 한반도 유일합법국가로서 대한민국은 50년간 라디오 방송과 휴전선 방송과 삐라로 한 자루의 펜조차 성한 것이 없는 북한에 꾸준히 진실을 알렸다. 그러다가 지난 10년간 정부 차원의 이런 진실 알리기는 거짓말같이 사라졌다. 평화의 이름으로, 민족의 이름으로, 통일의 이름으로, 화해의 이름으로! 편지 한 통 주고받지 못하고 전화 한 통 주고받지 못하고 한 평생 헤어진 가족마저 쇼 윈도가 아닌 곳에서는 단 한 쌍 만나지 못하고, 진실의 펜이 한 자루도 없는 곳에서 총칼에 에워싸여 아슬아슬 즐기는 공포 체험 대가로 독재유지비용을 바칠 뿐이었다. 서구의 자유와 풍요가 라디오와 TV를 통해 김일성의 절친한 친구 차우세스코의 나라에서도 가감 없이 전해졌지만, 오히려 북한에는 민주와 인권과 민중을 입에 달고 다니는 자들이 정권을 잡은 이후 그 알량하던 라디오의 주파수와 확성기의 음파도, 대포 대신 대한의 국군이 쏘아 올리던 진실의 삐라도 모조리 차단했다.

 

 그것은 이른바 정권 교체했다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김정일이 가장 두려워하는 진실을 알리는 일은 정부가 완전히 손을 떼었다. 핵실험하고 미사일 쏘고 대한민국의 군함을 침몰시키고 관광객을 조준 사살하는 김씨왕조에게 돈 주고 쌀 주고 비료 주고 중유 주는 역할만 담당할 따름이다. 이쪽 저쪽 눈치를 살피면서! 핵무기보다 무서운 진실 알리기는 경찰과 군인과 국회의장을 내세워 슬금슬금 가로막고 반 설득 반 협박 중지시킨다.  

 

 칠흑같이 어두운 북한에 대한 것은 안개 첩보와 구름 정보밖에 없는데, 한밤중에도 대낮같이 밝은 한국에 대한 것은 햇빛 첩보와 형광등 정보로 실시간으로 그대로 김정일에게 생중계된다. 단, 북한주민에게는 꼬부라진 펜을 거치지 않는 한 절대 알리면 안 된다. 유일한 진실 통로인 풍선 엽서도 대한민국 정부의 간접 방해와 친북좌파의 직접 방해로 안중근 의사가 이등박문을 쏘아 죽이는 것보다 힘들고 유관순 열사가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는 것보다 위험하다. 안중근 의사와 유관순 열사는 한민족 전체가 열렬히 지지했지만, 자유민주체제에서 가장 큰 혜택을 누리고 있는 자들이 공산독재체제에서 가장 큰 혜택을 누리는 자들과 한 마음 한 뜻으로 극력 반대하기 때문이다. 김정일의 협박 한 마디에 황송해서 어쩔 줄 모르는 자들이 가당찮게 민주와 평화와 민족을 독과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 살포되던 북한 삐라는 거짓이기 때문에 한국에선 누구도 심지어 빨갱이도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러나 북한에 석 달 가뭄에 어쩌다 한두 줄기 찔끔거리는 비처럼 떨어지는 북한인권단체의 삐라는 그것이 아무리 작고 적어도 폐부를 찌르는 진실이기 때문에, 김정일과 북한의 공산귀족이 핵무기보다 무서워한다. 그들은 펜이 칼보다 강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안다. 김정일에게 꼬박꼬박 위원장이라는 호칭을 붙이는 자들도 알게 모르게 북한의 진실이 드러나는 것을 무척 두려워한다. 자신들의 거짓과 위선과 독선이 들통날 것이 너무나 두렵기 때문이다.
       (2008. 12. 17.)         

[ 2008-12-17, 21:04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미투데이미투데이  요즘요즘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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