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일 땐 악법 양산, 소수일 땐 깽판
북한의 노동당에는 노동자가 없고, 한국의 민주당에는 민주가 없다.

최성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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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의 국회가 해외 토픽에서 으뜸자리를 차지한 모양이다. 거대한 망치로 빗장문을 내리치는 자, 쇠사슬을 휘두르는 자, '매국노' 원수의 멱살을 잡는 자, 소화기를 분사하는 자, 악다구니를 지르는 자 등의 사진과 함께, 저마다 해외 언론매체들은 한국의 국회를 조롱하는 촌평을 단 모양이다. 깽판 세력이 왜 그러는지 주석을 단 해외언론도 더러 있는데, 여당이 단독으로 문에 빗장을 지르고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을 본회의에 상정하자, 그에 반대하여 사생결단하는 거라고 써 있다. 좀더 자세히 알아보면, 자신들이 다수세력일 때 당시 야당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미국과 한국의 통상대표부가 이미 합의한 내용으로 최대의 성과로 자랑하던 것이다.

 

 스스로 자랑하던 것이었지만 소수당으로 전락하자 그들은 표변하여, 국제수역(獸疫)국에 따르면 등급 외인 한우보다 월등히 안전한 미국 쇠고기의 10년 전 광우병 전력을 트집잡아(미국 1억 마리 중 3마리, 영국 500만 마리 중 19만 마리) 국민의 건강을 심히 걱정하는 여러 시민단체와 순진무구한 학생들과 가슴 답답한 국민들에 앞장서서 붉은 띠를 머리에 질끈 동여매고 득의만면, 새 정부 허니문 100일 동안 낮에는 <<애국가>>를 부르고 밤에는 <<아침이슬>>을 부르는 실용 정부의 혼을 빼놓아 아예 국회의 문을 닫았다. 드디어 연말에 여야합의로 국회를 여는가 했더니, 가투(街鬪) 본능을 주체하지 못하고 좁은 실내에서 논리 대신 욕설, 질서 대신 난장판, 입 대신 어깨, 두뇌 대신 발로써 소수가 다수를 궁지에 몰아넣거나 질질 끌고 다니기 시작했다. 스스로 최대 치적으로 꼽던 한미 FTA는 일차 쇠고기 파동으로 표류되고 이제 이차로 국회 깽판에 의해 난파되기에 이르렀다.

 

 한미FTA는 1997년 노동법이 연말의 어느 새벽에 여당 단독(당시 야당 곧 지금의 야당에 따르면 날치기)으로 통과는 되었지만, 바로 사문화되고 1년간 가투의 빌미가 되었던 것과 비슷한 운명에 처할지 모르겠다. 그 덕분에 오히려 그들에게 10년 집권의 길이 열렸다만. 그 때와 다른 것은 이것은 국내만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과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것인데, 미국 역시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그들의 입장에서 한미FTA는 불공정하다고 보기 때문에 미국의 여당과 한국의 야당이 내용은 정반대지만 서로 자기 나라가 불리하다는 입장에서는 의견일치를 보아 사문화될지도 모르겠다. 미국의 새 정부로선 한국의 국회를 마음껏 조롱하는 한편 그것이 도리어 반가울 수 있다. 비록 황야의 무법자 같은 세력이지만 한미FTA를 없던 일로 하자는 데는 의견이 같을 수 있으니까!        

 

 돌이켜보면, 지금의 야당이 다수당이었을 때 그들은 신바람이 나서 민주와 민족과 평등의 이름으로 증오와 보복과 대못의 악법을 대량생산했다. 그 중의 많은 것은 지금의 여당이 당내의 자칭 개혁 세력에 떠밀려 찬성한 것도 많다. 그래서 그런지 보수당은 새로 집권했지만, 한국의 헌법에 대못으로 박힌 악법을 폐지하거나 개정할 생각을 별로 하지 않는다. 다만 경제가 어려워지니까 부동산에 관한 것은 일부 개정하고 있다. 정치적인 악법은 거의 손도 못 대고 있다. 아마 여당 내에 생각이 야당과 비슷한 사람이 많아서 그럴 것이다. 대통령은 과연 어느 입장인지 애매모호하다.

 

 대한민국은 대놓고 부정하고 김씨왕조는 간접적으로 긍정하는 숱한 악법도 마지막 두 보루는 무너뜨리지 못했는데, 그것은 지금의 여당이 따뜻한 국회가 아닌 추운 거리에서 투쟁했기 때문이다. 국가보안법과 사학법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이 두 법도 거의 사문화되거나 개악되어, 쟁쟁하던 대북 전문가는 아직도 모조리 집에서 눈칫밥이나 먹고 있고, 중등이든 대학이든 사학재단은 임시이사가 파견되는 순간 암행어사 출또에 쥐구멍을 찾는 사또와 향리 신세가 된다. 참고로 조선시대 암행어사는 그 자체가 부정의 온상이 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암행어사 박문수는 특별한 예외였는데, 그나마도 전설에 가깝다. 청백리는 탐관오리로 탐관오리는 청백리로 암행어사의 세 치 혀에 의해 둔갑했던 것이다. 그들의 붓끝은 대개 뇌물에 의해 향기로워졌던 것이다. 사학재단에 파견되는 임시이사도 타락한 조선의 암행어사와 비슷하다. 모든 건 임시이사 마음이다!     

 

 북한의 노동당에는 노예가 있을 뿐 노동자가 없고, 한국의 민주당에는 인기주의 또는 독선이 있을 뿐 민주가 없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한국의 여당도 민주당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여야 자리만 바뀌었을 뿐 입법 과정이 구태의연하기만 하다. 또한 생각이든 말이든 행동이든 민주당이나 민노당과 비슷한데, 그걸 요상하게 당내 개혁세력으로 회칠하고서 당선 가능성에 따라 당적을 바꾸었을 뿐인 자들이 너무 많다.
        (2009. 12. 21.)

[ 2008-12-21, 18:36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미투데이미투데이  요즘요즘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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