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기회 다 놓친 이명박 선장
이명박 선장은 다섯 번의 호기를 다 놓쳤고 이제 여섯 번째의 호기를 맞고 있다.

최성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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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12월 대한민국의 주권 행사자는 거의 더블 스코어(48.7% 대 26.1%)로 임명직 경영자 겸 선출직 행정가 출신을 대한민국호의 5년 임기 새 선장으로 뽑았다. 이명박 후보에게 주권자의 열렬한 염원이 올라감과 동시에 그들의 서릿발 엄명이 떨어졌다. 염원은 아마 산전수전 죄다 겪은 새 선장이라면 능히 잃어버린 10년을 되찾을 것이라는 희망사항이고, 엄명은 고독한 항로 결정권자에게 10년 또는 15년 사이에 신기루로 사라진 듯한 50년 기적이 결코 사라진 것이 아니라 포세이돈의 안개와 사이렌의 노래 탓에 잠시 아니 보였을 뿐 바로 눈앞에 있음을, 바로 옆에 있음을 불신과 공포에 휩싸인 선원과 승객에게 보여 주고 들려 줌으로써 그들에게 자신감과 용기를 불어넣어 50년 한강의 기적에 제2의 한강의 기적을 연결하는 철의 다리를 놓으라는 명령이다.  

 

 호수처럼 잔잔한 바다라면 굳이 탁월한 선장이 필요 없으리라. 대한민국호의 선장이 호수나 진 배 없는 지중해를 오가는 유람선의 선장 정도라면(옛 유고슬라비아 지역 외에는 오늘날 유럽은 상식과 말이 통하고 법과 예절이 잘 지켜지기 때문에 서구든 북구든 동구든 으뜸 도우미 역할이라야 한국의 우량 중소기업 사장이나 우수 기초자치단체의 장이면 능히 감당할 것), 신라의 흥무대왕과 태종 곧 김유신과 김춘추, 고려의 현종과 강감찬, 조선의 세종과 이순신처럼 비범한 능력의 소유자가 아니어도 괜찮을 것이다. 대한민국호가 나아가는 바다는 지중해가 아니라 태평양이요, 인도양이요, 대서양이요, 북극해이다. 또한 대한민국호가 험한 바다를 헤쳐 가는 그 자체보다 더 힘에 겨운 일은 헌법과 법률 무시하기를 무상의 영광과 신나는 특권으로 여기는 자들에 의해 언제든지 선상반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아니나다를까, 새 선장이 대한민국호의 선장실에 들기 전부터 새 선장을 시험하는 일이 벌어졌다. 설날에 보트 피플 22명이 서해의 북방한계선을 넘어 대한민국 품으로 들어왔다. 헌 선장은 이미 보따리 싸기에 바빴지만 무슨 배짱인지 새 선장을 아랑곳하지 않고 애처로운 눈길로 바들바들 떠는 양떼들을 당일에 바로 호랑이 소굴로 고스란히 돌려보냈다. 포세이돈의 안개는 여전히 자옥했고 사이렌의 노래는 여전히 사방에 가득했던 것이다. 새 선장은 첫 번째 찾아온 절호의 기회를 멀뚱멀뚱 놓친 것이다. 가타부타 아무 말도 없었다!

 

 두 번째 기회는 절반 성공 절반 실패였다. 4월 총선에서 여당이 과반수 의석을 훌쩍 넘겼지만, 장·차관 인선처럼 이번에도 능력과 애국심이 아니라 새 선장에 대한 충성도에 따라 인재 아닌 인재를 고르고 또 고르다가 총선에서 이기기도 이긴 것이 아닌 이상한 정국이 전개된 것이다.

 

 세 번째 기회는 태평양을 건너왔다. 서툰 면은 있었지만 절대 없을 수가 없는 뼈 조각을 트집 삼아 수년 간 끌어오던 쇠고기 협상을 헌 선장이 애초에 약속한 대로 새 선장이 마무리지었다. 참 잘한 일이었다. 그것은 호수의 산들바람이 일으키는 잔물결처럼 새 선장의 취임을 축하하는 물결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선상반란을 꿈꾸는 세력에게 더없이 좋은 빌미를 제공했다. 잠시 잦아드는 듯했던 사이렌의 요란한 노래가 전국에 울려 퍼졌다. 촛불에 촛불이 이어지고, 돌멩이에 돌멩이가 어지럽게 날았다. 불과 5개월 만에 양대 선거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하는 유례없는 축복 속에 출범한 대한민국호는 그 날로 21세기의 난바다로 힘차게 나아가는 게 아니라 무려 100일이 넘도록 제자리서 맴돌기 시작했다. 대한민국호의 새 방향과 새 선장의 역량이 결정되고 드러나는 결정적인 100일 간의 밀월여행이 엉망진창이 되어 버렸다.

 

 선상반란 세력이 펼친 포세이돈의 안개에 제우스의 밝은 햇빛을 비추고 승객의 귀를 속이고 마음을 훔치는 사이렌의 노래를 맑고 부드러운 제피로스의 노래로 바꿀 절호의 기회였다. 그것은 낮은 목소리와 부끄러움 없는 진실과 어린애도 알아들을 논리로 능히 가능한 일이었다. 또한 죄 없는 사람에겐 너무 성글어 숫제 보이지도 않지만 죄 있는 자에겐 상하좌우 어디로도 빠져나갈 수 없을 만큼 촘촘하고 질긴 법망(法網)을 촛불과 돌멩이 위로 서슴없이 던지기만 하면 가능한 일이었다. 지난 10년 또는 15년 동안 민주의 허울로 갈가리 찢겨진 법망을 펼쳐, 대한민국호가 새 선장을 맞이하여 진수하자마자 만선(滿船)으로 일단 부두로 돌아올 수 있었던 100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하는 절호의 기회였다. 

 

 이명박 선장은 새벽부터 일어나 밤늦게까지 선원들을 독려하고 승객들을 만나 격려했지만, 막상 가장 시급한 문제인 선상반란 기도는 윗사람 눈치만 살피기 마련인 기율반을 시켜 그냥 에워싸게 하고는 그들이 밀리고 맞아도 멀거니 쳐다보기만 했다. 새 선장은 선상반란 세력 때문에 대한민국호가 제자리를 맴돌고 있는데도 송사리 한 마리 빠져나갈 수 없는 법망을 끝내 던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을 동정하고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흘려보내기도 했다. 보다 못한 승객들이 자발적으로 이 곳 저 곳에서 일어나 포세이돈의 안개에 활활 타오르는 횃불을 던지고 사이렌의 노래에 우렁찬 애국가로 답했다. 다행히 그들 덕분에 선상반란은 더 이상 커지지 않았다.

 

 네 번째 기회는 북에서 왔다. 피보다 귀한 달러 보태 준 죄 아닌 죄밖에 없는 금강산 관광객을 살인자의 방해로 확인할 수는 없지만 능히 짐작할 수 있는 이유로 북한의 붉은 무리가 사살한 반인륜적 반민족적 행위와, 역시 90%가 적자지만 돈 보태 준 죄 아닌 죄밖에 없는 개성공단의 한국인을 일방적으로 남행열차에 태워 보낸 적반하장의 일이다. 금강산 사건은 인권 문제를 제기하여 북핵을 고철로 만들 절호의 기회였고, 개성공단 사건은 남북간 불평등 계약을 개정할 절호의 기회였다. 노동자의 고용과 해고뿐 아니라 그들에게 직접 월급 주는 것도 불가능한 전세계에서 가장 불평등한 계약을 비롯해서 빈 열차를 정기적으로 운행해야 하는 것, 나가라면 언제든지 나가야 하는 것 등의 불평등 계약을 평등 계약으로 바꿀 절호의 기회였다.

 

 더군다나 그것이 북한인권의 미사일인 대북전단을 빌미로 삼는 것임에야, 저들의 방송은 일방적으로 약속을 어기고 한국의 새 선장을 마음껏 욕하고 저주하는 것을 산더미 물증으로 내세워 정부차원에서 대북 진실 방송을 다시금 송출할 절호의 기회였다. 동시에 전군에 갑호 비상령을 내려 핵으로 무장한 반민족적 전쟁광 공산독재집단이 절대 허튼 수작을 못하게 막으면서 평화의 스모그에 갇혀 군기가 쏙 빠진 국군을 귀신 잡는 군인으로 거듭 태어나게 할 절호의 기회였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어물쩍어물쩍했다.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이쪽 저쪽으로부터 욕을 얻어먹는 것으로 일관했다. 정말 대단한 인내심이었다.   

 

 다섯 번째는 멀리 아메리카에서 태평양을 건너온 태풍이었다. 미국 발 금융위기는 일찍이 없었던 것으로 메가톤 급이 아니라 기가톤 급 태풍이었다. 대한민국호만 아니라 전세계의 모든 배를 능히 좌초시킬 수 있는 초강력 태풍이었다. 새 선장으로선 역량을 발휘하기에 이보다 좋은 기회가 있을 수 없었다. 그러나 이번에도 허둥지둥 도대체 선장이 누군지 모를 정도였다. 누구는 강만수라고 하고 누구는 이성태라 하고 누구는 이명박이라고 했다. 중국과 일본만이 아니라 대만 싱가포르 홍콩도 끄떡없었지만 패를 다 보여 주는 섣부른 환율 정책과 국가원수가 직접 대기업 총수에게 호통치는 등의 세계시장에 맞서는 고압 정책으로 환율이 전세계에서 1등을 기록하며 치솟았다. 일인당 국민소득이 4만 불을 목표로 한다고 했는데, 1년도 안 되어 2만 불이 1만 불로 내려앉았다. 최고경영인 출신 새 선장은 외국인의 배를 불릴 만큼 불린 후에야 환율은 내버려두는 것이 제일이라는 뒤늦은 깨달음을 기자 앞에서 고백했다.       

 

 연말에 절호의 기회는 또 찾아왔다. 과연 대한민국은 역동적인 나라다. 이번에는 2004년 국회 쿠데타 세력이 또 한 번 선전선동 방송과 어둠의 세력에 기대어 재미 좀 보려고 거대한 망치와 무시무시한 전기톱을 들고 나타났다. 그들은 조폭 세력이 아니라 논리와 말로 먹고살아야 하는 금 배지거나 금 배지의 바지저고리들이었다. 과연 이명박 선장이 이번에는 어떻게 대처할지 모르겠다. 입법 능력에 앞서 설득력과 의사소통 능력이 중요한데, 삼권 분립을 내세워 그는 지켜보고만 있다. 조타실을 점거한 세력에게 무선 전화 한 통 않는다. 국민의 집게손가락이 이들에게 향하게만 할 수 있다면, 2009년은 대한민국호에 다시 한 번 기적이 탄생하는 역사적인 첫 해가 될 것이요, 그렇게 하지 못하면 2009년 역시 2008년보다 나을 게 없어 차라리 구관(舊官)을 그리워하는 한 해가 될 것이다.
        (2009. 12. 28.)
             
 

[ 2008-12-28, 20:16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미투데이미투데이  요즘요즘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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