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를 물로 보는 김정일
월맹식 평화협정을 맺을 수 있으리라고 볼 듯

최성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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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신년 공동사설에서 북한은 미국을 유례없이 싹싹하게 대했다.

 

--제국주의의 사상문화적침투와 심리모략전을 단호히 짓부시고 온 사회에 사회주의생활양식을 더욱 철저히 확립해나가야 한다.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실현하고 동북아시아와 세계의 평화와 안전을 수호하기 위한 우리 공화국의 자주적인 대외정책의 정당성은 날이 갈수록 더욱 힘있게 과시되고있다.
--우리를 우호적으로 대하는 나라들과의 관계를 발전시키며 세계의 자주화위업실현에 적극 이바지해나갈 것이다.

 

 다음 2008년과 2007년의 공동사설과 비교해 보면, 북한의 전투적 신파조에서 이상의 말이 얼마나 자제한 표현인지 잘 드러난다.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끝장내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교체하며 남조선에서 침략적인 합동 군사연습과 무력증강 책동을 저지시키고 미군 기지들을 철폐하여야 한다.
--현실은 제국주의의 강권과 전횡이 그 어디에도 통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이상 2008년)
--미국은 우리 민족끼리 손을 잡고 통일에로 나아가는 조선반도의 정세 흐름을 차단하고 전 조선에 대한 지배야망을 실현해 보려고 반공화국, 반통일 전쟁책동에 미친 듯이 매달리고 있다. 미제의 악랄한 책동에 의하여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전이 엄중히 위협당하고 있다.
--미국의 지배주의적이며 침략적인 본성을 똑똑히 꿰뚫어 보고 전쟁의 근원으로 되는 남조선 강점 미군을 철수시키기 위한 투쟁을 강력히 전개해 나가야 한다.(이상 2007년)

 

 노골적으로 한국과 미국 모두 민주당이 집권하길 선동하고 응원하던 북한이 2007년은 한국에서 한나라당이 집권하여 실망하던 차에 2008년은 미국에서 민주당의 흑인 후보가 백악관의 안방을 차지하자, 미국에 대한 북한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한 옥타브 내려가고 로동신문의 강철 펜은 솜털 붓으로 바뀌었다. 김일성 출생 100주년이 되는 해이자 주한미군의 전시작전권을 한국군에 이양하는 해인 2012년을 강성대국 원년으로 선언하는 데 이상이 없다고 보는 듯하다. 바락 오바마의 '바락'은 아랍어로 '축복'의 뜻인데, 오바마의 당선이 북한에게 축복(적화통일)으로 비치는가 보다.  

 

 하긴, 1994년 핵무기 연출가로 국제외교무대에 깜짝 데뷔한 김정일이 자신감을 넘어 최후의 승리를 따 놓은 당상으로 여기는 것이 이상할 것도 없다. 8년간 미국 진보당의 클린턴에게 심판전원 일치 승리를 거둔 데 이어, 또 다시 8년간 이번에는 미국 보수당의 부시에게도 6명 심판전원의 이구동성 승리를 거두었으니까! 한 주먹거리도 안 되는 한국의 세 대통령이야 말할 것도 없다. 동해로 두 차례 잠수정, 서해로 역시 두 차례 군함을 내려보내고, 동해 서해 번갈아 가며 미사일을 발사하고 중국과 일본의 중간 지점에서 핵폭탄 실험을 하는 등 협박성 선군(先軍)정치와, 뇌물 받고 군량미 챙기는 개구멍 개설이라는 사기성 민족화해정책을 번갈아 쓰면서 북한판 문화혁명의 붉은 기를 세계만방에 떨쳤으니까!

 

 북한의 목표는 조금도 흔들림이 없다. 그것은 김일성의 주체사상을 고스란히 이어받은 김정일의 선군정치로 우리식 사회주의 이상국가 곧 강성(强盛)대국을 건설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한국이 사상전에서 일패도지(一敗塗地)하여 이미 오래 전부터 반공이란 말은 좌파만이 아니라 우파마저 감히 입 밖에도 꺼내지 못하고 북한인권이란 말은 국가인권말살위원회에 의해 남대문 시장바닥에서 회개하라고 외치는 광신도의 하나님 말씀처럼 희화화되었다. 엎어지면 코 닿을 데 사는 2천만의 생존권과 기본권 박탈이 아득히 먼 나라의 밀림에서 밀렵꾼으로부터 이따금 위협받는 동물들의 생존권에 대한 것보다 관심을 적게 끈다. 소련의 괴뢰집단으로부터 출발하여 오늘에 이르기까지 북한은 세계최강국 미국의 군사력과, 일본 이후 비서구 국가로서 선진국의 문턱을 처음으로 넘어서기 직전인 한국의 경제력을 상대로 말이든 행동이든 지난 15년간 연전연승한 비결은 사상과 무기다. 북한은 선(善), 미국과 한국은 악(惡)이라는 것이 그들의 핵심 사상이고, 김정일의 심기를 조금이라도 건들면 언제든지 한국을 핵무기로 잿더미로 만든다는 것이 그들의 초강력 무기다. 

 

 2008년은 보수를 자처하는 한나라당이 집권했지만, 김정일은 말뿐 행동을 거의 안 보였다. 자진해서 꼬리를 내리겠다는 데도 불구하고 검증도 하고 말뚝도 박을 겸 서해로 두 번이나 군함을 내려보내 마구잡이로 또는 정조준하여 대포를 쏘아댄 것에 비하면, '숭미사대주의 반민족' 집단이 청와대와 국회를 접수한 상황에서도 금강산 관광객을 '한 명 살해하는' 것으로 그친 것은 김정일이 아랫것들을 시켜 말 대포나 요란하게 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어쩌면 이명박 정부는 상대도 안 된다고 보거나 손바닥 들여다보듯이 들여다보고 있다는 암시인지도 모른다. 김정일은 머잖아 바락 오바마를 지켜보다가 벼락 행동으로 이명박 정부를 시험할지도 모른다.  

 

 오바마는 외교를 제네바협정으로 김정일의 생명을 보장해 주었던 클린턴의 부인에게 맡겼다. 그 아래 사람들도 왕년의 그 사람들이다. 부시가 압박하면 안다리를 걸거나 귀를 물어뜯어 결국은 클린턴의 외교정책을 그대로 이어받게 만들었던 '평화의 사도'들이다. 더군다나 오바마는 북한과 이란의 핵무기 연출가를 직접 만나 담판을 짓겠다고 했다. 자신의 멋진 연설을 들으면 일평생 독재자가 눈물을 뚝뚝 흘리며 그 자리에서 민주주의자로 둔갑할 거라고 착각하는 듯하다. 그는 조폭세계보다 험난한 국제외교무대에 대해 사춘기 소년 정도의 이해밖에 없다고 봐도 될 것이다. 김정일이 누군가. 비록 밤낮으로 너무 일을 열심히 하다가 수족이 조금 불편해진 듯하다만, 나이도 있고 하니까 밤일만 좀 줄이면 몸짱 오바마를 평화와 비핵화와 경제건설이란 지당한 용어로 농락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다. 월맹식 평화협정을 맺는 데 아무 이상이 없다고 볼 것이다.

 

 열쇠는 사실 한국이 쥐고 있다. 김정일과 김대중과 노무현의 궤변을 깨고 법치를 확립하고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계승하면, 전시작전권 문제를 없던 것으로 하고 한미동맹을 굳건히 하면, 북한인권 문제를 핵 문제보다 우선하면, 미국도 내 편이고 북한 주민 2천만도 내 편이고 한국 국민 5천만도 내 편이 될 것이지만, 그렇지 못하면 공동사설에서 선동한 대로 한국의 친북좌파가 방송과 신문과 인터넷과 길거리 웅변과 발길질과 화염병과 돌멩이로 완전무장하여 '위대한 김정일 동지'와 강철같은 통일전선을 구축할 것이다. 

   (2009. 1. 6.)

[ 2009-01-06, 16:32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미투데이미투데이  요즘요즘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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