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는 지도자의 모든 것
'인사가 만사'라는 말은 '인사는 지도자의 모든 것'이라는 의미이다.

최성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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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드컵 4강 신화의 히딩크도 좋고, 박지성이 몸담고 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퍼거슨도 좋으니까, 백지수표를 흔들면서 대한민국 국회의원 299명 가운데에서 선수를 엄선하여 그들의 남은 임기 3년 안에 세계적인 명문 축구 팀을 만들어 달라고 하면, 두 감독이 뭐라고 할까. 쇠망치를 휘두르는 솜씨하며, 전기톱을 다루는 개인기하며, 철문을 걷어차는 역발산기개세의 무쇠 발하며, 5천만의 귀청을 찢어놓는 깡다구하며, 세계 70억의 두 눈들을 휘둥그래 만드는 창의성하며, 열흘이고 보름이고 먹지도 않고 자지도 않고 버티는 강철 체력하며, 그 무한한 잠재력에 군침을 삼킬 만하지 않은가.

 

 거스 히딩크는 새파란 아마 선수에서 한물간 프로 선수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 모든 축구 선수 중에서 마음대로 골라잡을 수 있는 권한이 있었고, 알렉스 퍼거슨은 세계 모든 축구 선수 중에서 그렇게 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세계의 축구 팬들에게 짜릿한 즐거움을 선사하는 그들이지만, 선수 선발권이 극도로 제한되어 있거나 선수의 잠재력을 알아보는 안목이 없다면, 그들이 아무리 탁월한 지도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축구 팬들에게 짜증만 안겨 줄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겨우 2년 차에 주요 내각에서 새 얼굴 넷을 선보였다. 베스트 오브  베스트 중에서 3년 이상의 장수 장관이 아쉬운 대로 절반 가량 나오면, 그럭저럭 성공한 인사가 되겠거니와, 1년도 못 채우고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으르렁-불뚝 장관을 포함하여 경제 대통령의 747 점보 경제 수장과 실용 대통령의 남북-여야-양다리 실용 수장을 바꾼다는 것은 적어도 첫 인사는 실패작임을 스스로 자인한 셈이다.    

 

 대한민국 대통령은 히딩크나 퍼거슨은 감히 꿈도 꾸지 못할 정도로 막강한 인재 발굴권이 있다. 자원도 자본도 없는 상황에서 오로지 뛰어난 인재 육성과 인재 등용으로 불과 반세기 만에 세계 최빈국에서 세계10위권 강국으로 부상한 나라답게, 대한민국에는 국회에서 보는 바와 같이 엉터리 인간도 많지만 세계 어디 내놓아도 뒤떨어지지 않을 인재도 곳곳에 늘려 있다. 기꺼이 그 능력을 국가와 민족에 바칠 인재가 곳곳에 숨어 있거나 드러나 있다. 단지 국가 지도자가 키우지 않고 발탁하지 않을 따름이다. 세계 챔피언급 승부욕 하나만 보고 대한민국 국회에서 축구 선수를 찾으면 아무리 노심초사하며 밥도 안 먹고 잠도 안 자고 눈을 가늘게 뜨고 날카롭게 살펴봐도 아마추어 유망주 하나 찾을 수 없는 것처럼, 엉뚱한 데서 찾기 때문에 못 찾을 따름이다. 또는 매일 봐도 알아 보지 못할 따름이다.

 

 인재 육성과 발탁은 박정희 정부와 전두환 정부가 단연 발군이었다. 그게 바로 그들의 능력이었다. 화려한 시위 경력과 고래심줄보다 질긴 권력에 대한 집요한 일편단심으로 마침내 정권을 장악한 대통령부터는 '고려공사 사흘'이 부활했다. '인사는 만사'를 입에 달고 다니는 사람 때부터 '인사가 망사(亡事)'가 되기 시작했다. 차포(車包)에 이어 마상(馬象)도 내 편이 아니라고 일단 다 떼고 졸(卒)과 사(士) 중에서 고르려니 제대로 된 인재가 발탁될 리 없었다. 어쩌다가 차포나 마상 중에서 한둘 선심 써서 발탁하더라도 그들에게 졸과 사의 역할만 맡기니, 이전에는 대장군 한신의 위세를 떨치던 인재도 말년에 무명시절에 하였듯이 남의 다리 사이 밑이나 기다가 손가락질 받기 일쑤였다. 졸이나 사가 왕의 총애로 어느 날 갑자기 장군의 직을 맡는다고 갑자기 장군의 위엄을 갖출 리 없다. 그러니 연신 갈아댈 수밖에! 2년이면 장수 장관이다!

 

 엉터리이긴 하지만 김대중 정부는 상대적으로 약간 나았다. 위기를 맞아 전혀 뜻이 맞지 않았지만, 정권 획득 수능시험에서 4수가 5수로 굴러 떨어지지 않는 데에  결정적 공헌을 한 영원한 원수에게 지분의 반을 뚝 잘라 주기도 하고, 인재 천국 시대의 일부 유망주가 훌륭한 인재로 성장했음을 알아보고 발탁하기도 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 때도 지도자가 인재를 알아보는 안목은 아주 좁았다. 경제 전쟁의 대장군으로, 안보 전쟁의 대장수로 역량을 십분 발휘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지금은 6공화국 제5기다. 6공화국의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제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입법부에서도 대통령은 마음대로 자신의 머리와 눈과 귀와 입과 팔다리를 대리할 인재를 골라갈 수 있다. 이걸 이전에 악용한 국가 지도자도 있지만, 이명박 정부는 아예 인재의 풀에서 이들을 제외시키고 있다. 이에 대해 여당도 야당도 불만이 폭발 직전이다. 그것은 국회에서만이 아니라 거기의 크고 작은 맹주들과 관련된 적지 않은 인재들은 일체 쓰지 않겠다는 뜻도 된다. 인재다운 인재가 나올 리 없다. 나오더라도 제대로 일할 수 있을 리 없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은 '인사는 지도자의 모든 것'이라는 의미이다. 천하의 히딩크도 퍼거슨도 한국의 국회에서 또는 서울시 동네 조기 축구회에서 제2의 박지성을 발굴할 수는 없는 법이다. 천문학적인 연봉이 문제가 아니다. 인재  발굴에 대한 독점적 권리와, 인재를 단숨에 알아보는 안목과,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처럼 인재를 십분 활용하는 지도력이 돈에 앞서도 한참을 앞선다. 청계천에서 청룡을 발견할 수는 없는 법이다. 한강에서 고래를 잡을 수는 없는 법이다. 낙동강에서 깨진 오리알이라면 몰라도 10년, 20년 후부터 수십 년간 5천만이 먹고 살, 핀란드의 휴대폰 같은, 한국의 철강이나 반도체나 조선이나 휴대폰과 액정화면과 같은 새로운 노다지를 발견할 수는 없는 법이다.

 

 하긴, 아무나 히딩크 하고 아무나 퍼거슨 하랴! 어린 박지성을 발굴하거나, 세계 축구의 불모지 한국에서 딱 한 사람 박지성을 데려가서 그 기량에 맞게 늘 기용하지는 않더라도 성장 속도에 맞추어 적재적소에서 산소탱크로 내달리게 하는 그들의 툭 트인 날카로운 안목이야말로 세계적인 축구 감독의 가장 큰 능력이다. 그와 비슷한 역량의 또는 그보다 훌륭한 선수들을 싹수가 파랄 때부터 알아보고 담금질하여 적절한 시기에 투입하거나 천문학적 연봉으로 다른 팀에서 모셔와서 수천만 팬들을 잠 못 이루게 하는 것이야말로 그들의 가장 큰 지도력이다. 그들은 절대 직접 축구장에서 뛰지 않지만(대한민국의 최근 몇몇 최고지도자는 감독과 선수의 역할 구별조차 못하는 듯), 11선수가 모두 그의 분신이므로 사실상 그들이 뛰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래서 한 사람은 대한민국의 명예 시민이 되어 희동구라는 이름으로 대한민국의 주민등록증도 갖게 되었고, 한 사람은 영국 여왕으로부터 기사 작위를 받기도 했던 것이다. 역시 인사는 만사다. 지도자의 모든 것이다.                  
           (2009. 1. 20.)
 

[ 2009-01-20, 17:20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미투데이미투데이  요즘요즘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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