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택시기사의 온갖 생각
그 어떤 보고서나, 보도나, 이야기보다도, 더욱 생생한 사람들의 삶을 느낄 수 있었다. 삶의 망망대해에서 11시간 헤엄치다 나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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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문수 지사가 어제 온종일 택시기사로 일한 다음 올린 글입니다. 링컨은 대통령이 된 다음에도 백악관에서 매일 반나절은 일반시민들을 만났다 합니다. 가까운 사람들이 왜 그런 별 볼일 없는 사람들로 시간낭비를 하냐고 물으니까, 링컨은 '난 이런 식의 대중여론 목욕탕 Public Opinion's Bath에서 목욕하기를 좋아합니다'라고 대답했다 합니다. 남신우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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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문수(경기도지사)
  
  작년 12월26일 택시자격시험을 보고, 1월10일, 11일 이틀간 20시간의 교육 이수 후, 1월13일 운전적성정밀검사를 3시간 반이나 받아서, 드디어 오늘 처음으로 택시운전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까짓 택시운전이 뭐 그리 대단하냐고 말씀하실 수도 있겠지만, 나는 나름대로 가슴이 설레었다.
  
  설날 다음날인 오늘 1월27일 오전 6시50분에 도청 옆에 있는 광일운수에 도착했다. 우선 택시운전 요령에 대해 다시 배웠다. 제일 어려운 것은 카드결제 방법이었다. 가스충전방법, 미터기 사용방법 등에 대해서도 배웠다.
  
  7시20분에 회사를 출발했다. 우선 수원역에서 손님을 기다렸다. 수원역 앞에서는 택시줄이 두 줄로 늘어서서 수십 대가 서있었다. 20분 정도 지나서야 겨우 손님 한 분을 태웠다. 상냥하게 “어서오세요. 어디로 모실까요?” 인사부터 드린 뒤, 내가 길을 잘 모르니, 네비게이션을 우선 찍겠다고 양해를 구하였다. 어떤분들은 이상하게 생각하시기도 했지만, 대체로 다 양해해 주셨다.
  
  오늘은 11시간 조금 넘게 운전을 했는데, 총 21팀 손님을 모셨다.
  
  그런데 그 가운데서 여섯 팀이 외국인 손님이었다. 중국동포가 두 팀, 베트남 출신 노동자가 두 팀, 러시아 노동자가 한 팀, 방글라데시 노동자가 한 팀이었다. 명절을 맞아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 지방에서 올라왔다가 내려가는 외국인 노동자들도 네 팀이나 되었다. 이들은 모두 20대나 30대였는데 우리나라 생활이 힘들기는 해도, 그들에겐 꿈과 희망과 활기가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택시에서 내려, 마중나온 20대 젊은 친구의 자전거 뒤에 타고 사라지는 그들의 모습에서 내 젊었을 때, 공장에 다니던 기억이 살아났다.
  
  육체적으로 힘들지만, 그들의 젊음과 우리나라의 상대적 고임금, 귀국 후 그들 나라에서 펼쳐 나갈 그들의 희망찬 꿈 때문에, 그들이 어려움을 잘 견뎌내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우리나라가 얼마나 다민족사회가 되었는지를 실감할 수 있는 날이었다.
  
  손님을 확실하게 모실 수 있는 곳은 수원역과 시외버스터미널과 대형마트 뿐이었다. 나머지 길가를 다니거나, 등산객이 줄지어 내려오는 곳에서도 손님 만나기가 쉽지 않았다. 수원역에는 특히 손님 모시기 위해 기다리는 줄이 교통질서를 크게 어지럽힐 만큼, 길고 어지러웠다. 택시줄이 길수록, 불경기의 골짜기가 깊다. 아무리 줄이 길더라도, 이곳에서 기다리지 않고 다른데 돌아다녀 봐야, 손님 만나기가 기약 없는 일이니, 다른 길이 없다는 것이다.
  
  택시손님 가운데 젊은 분들이 많았다. 노인분은 할머니 한 분밖에 없었다. 연세 드신 분들은 아무래도 버스를 많이 이용하시는 모양이다.
  
  인접한 수원, 용인, 화성을 넘나들 때마다 시계외 할증요금이 적용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님은 손님대로 불편해 하고, 기사는 기사대로 불편해 한다. 지금의 버스와 철도처럼, 서울과 경기도 전역을 묶어서 시행되는 통합환승할인제도를 도입할 수는 없을까?
  
  택시기사는 택시가 너무 많다고 생각하고, 시민들은 택시 잡기가 어렵다고 생각하는, 이 간격을 어떡하면 줄일 수 있을까?
  
  사납금 6만9000원 내고, 가스 충전 1만2500원 내고, 남는 돈을 세어보니, 겨우 만원뿐이었다. 회사에서 일당이라고 1만4000원을 주었다. 오늘 11시간 동안에 총 2만4000원을 번 셈이다. 처음 치고는 괜찮은 편이라고 위로해 주었다.
  
  오늘 체험은 도지사 취임 이후 2년 7개월간의 활동 가운데 가장 강한 느낌을 남겼다고 생각된다. 우선 생생한 현장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어떤 보고서나, 보도나, 이야기보다도, 더욱 생생한 사람들의 삶을 느낄 수 있었다. 삶의 망망대해에서 11시간 헤엄치다 나온 것 같다.
  
  나는 최선을 다해 손님을 정성으로 모시고자 노력했다. 즐거운 마음으로, 모자라는 나의 모든 실력을 보충하기 위해서라도, 정성을 다해 손님을 모시면서, 나는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기쁨을 느꼈다.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따뜻한 마음으로 사람들을 모실 수 있는 삶은 아름답다는 생각이 드는 하루였다.
  
  (2009.1.27.)
  
[ 2009-01-28, 23:02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미투데이미투데이  요즘요즘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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