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이 한 일을 박정희에게 덮어씌우기
김일성이 박정희가 한 일의 10분의 1만 했어도 해방 당시 한국 대비 10배의 공장과 10배의 지하자원을 가졌던 북한은 지금 한국만큼 잘살 것이다.

최성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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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민주든 인민민주든 민주를 입에 달고 다니는 사람들에 따르면, 박정희는 친일파에 군사 독재자다. 민족 반역자요, 민주 말살자요, 통일 훼방꾼이다. 일본 제국주의의 주구(走狗)로서 천황에게 혈서를 써서(그 당시 존재하지도 않았고 그의 이름도 안 나왔던 신문에) 독립군을 때려잡는 일본군 장교가 된 자요, 바야흐로 약간의 시련을 딛고 막 꽃피려는 민주를 군홧발로 짓밟은 자요, 독재 권력의 중독자로서 정통성의 결여에 대한 자격지심으로 배고픈 소크라테스를 배부른 돼지로 만들려고 경제개발계획에 착수했으나 그것은 4·19 민주정부로부터 지적 재산권을 강탈한 것에 지나지 않았고 그나마 원래의 계획과는 달리 매판자본에 의존하여 대기업만 키워 정경유착함으로써 민중에게 아무런 도움이 안 되는 천민자본주의를 발전시켰을 따름이다.

 

 1961년 5월 16일부터 2009년 12월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대학가와 언론계에서는 이러한 공식이 수학의 공리처럼 확고하게 자리 잡고 있다. 약간이라도 박정희에 대해 긍정적인 말을 덧보태더라도 변절자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서, 스톡홀름 증후군 환자 소리를 피하기 위해 스스로 엄격히 검열하여 ‘물론 개발독재이지만’이란 말을 반드시 첨가한다. 경제개발은 어느 정도 성공했으나 독재한 것만은 먹구름 낀 밤하늘에 달도 별도 없는 것처럼 자명한 사실이라며 여차하면 자신이 빛의 속도로 빠져나갈 대문보다 큰 뒷문을 만든다.

 

 김일성에 대해서는 어떨까? 내복 상의에 김일성 휘장을 달고 다니는 자도 공개적으로 김일성을 찬양하는 자는 아직 없다. 그러나 그가 미라가 된 지 15년이나 지났지만 그 이름 다음에 꼬박꼬박 주석이란 경칭을 달아 주는 자들은 부지기수다. 김정일 이름 다음에 위원장을 고유명사처럼 안 붙이면 냉전주의자라는 돌팔매질을 당할까, 제목에는 글자 수 때문에 못 단다고 하더라도 본문에는 반드시 위원장을 붙이는 자들은 방송이든 신문이든 예외가 없다. 조선동아라고 하여 예외가 아니다. 단, 박정희는 전 대통령이라 하든 그냥 박정희라 하든 아무런 제약이 없다. 전두환에 이르면, 숫제 이름 석 자도 입에 올리길 꺼린다. 아무리 뒤져도 그가 무슨 책임이 있는지 불확실하지만, 탈북자들의 이구동성 증언에 따르면 도리어 잔인한 민간인 살해는 북한에서 밀파된 자들이 저지른 일이라고 하건만, 그를 살인마, 인간백정라고 예사로 부른다. 각각 3백만을 죽인 김씨 부자에겐 절대 이런 말을 안 쓰고!

 

 북한에 대해서는 내재적 접근이라고 하여 김일성과 김정일에 대한 비판 자체를 신성모독이라고 여기고, 김영삼 이전의 한국에 대해서는 이데아의 잣대를 들이대어 비판하지 않음을 양심불량으로 여기는 것이 한국의 주류 지성계이다.

 

 지구 내부는 어떤 매질로 구성되어 있을까. 아무도 들어갈 수 없지만, 핵의 바깥부분 즉 외핵이 액체라는 것은 이제 중학생 정도면 다 안다. P파(primary wave)는 고체, 액체, 기체 모두를 통과하지만, S파(secondary wave)는 액체나 기체는 통과하지 못한다. 그런데 P파는 지구 중심을 지나 반대방향까지 가지만, S파는 지구 외핵부분에서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한다. 이로써 그 부분이 액체 상태임을 알 수 있다.

 

 P파 S파로 반지름 6천km나 되는 지구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듯이, 지층 연구로 지구의 과거를 읽을 수 있듯이, 김일성과 박정희에 대한 호칭에서, 그들에 대한 비판 여부에서 각각 그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간접적으로 드러난다. 한국의 지성은 한국 사회의 온갖 단물은 다 빨아 먹으면서, 6·25 전과는 달리 북한에는 절대 살러 가지 않으면서 위선을 정직이라 확신하고 자신의 청맹과니 눈을 초롱초롱 별 눈으로 맹신하고 김일성에겐 방긋방긋 웃음꽃을 선사하고 박정희에겐 퉤퉤 독침을 뱉는다. 2000년 6월부터는 반공이라면 길길이 뛰고 북한인권이라면 먼 산만 쳐다본다. 김정일에겐 너도나도 수십 억 묻지마 달러를 갖다 바치지만, 탈북자를 위해서는 천 원짜리 한 장 슬쩍 건넬 줄 모른다. 한국의 경찰을 패는 중국 근로자는 두둔하지만, 한국의 경찰에게 감시당하는 탈북자의 하소연에는 귀를 틀어막는다. 그저 개성과 금강산으로 달러가 왕창 들어가지 못하는 것에 대해 발을 동동 구른다.

 

 대학물을 먹은 한국인 대다수와, 학력 무관 노조와 대다수 시민단체와 여야 막론 정당의 말만 듣다보면, 대한민국은 지옥이다. 지하에서 하늘까지 썩었고 한라산에서 임진강까지 문들어졌다. 지금도 짐바브웨보다 못 살아야 하고 일제치하보다 괴로워야 한다. 박정희 시대는 공포 시대라 중앙정보부가 한 집 건너 두 집에 도사리고 있어서 민주라는 말은 입 밖에도 꺼내지 못하고 입 밖에 냈다 하면 3족이 강제수용소에 쥐도 새도 모르게 끌려 가야 하고, 야당 국회의원은 한 명도 없어야 하고, 정적은 민족반역자로 수만 명이 공개처형되어야 한다. 공장은 모조리 부도가 나야 하고, 근로자는 피죽도 못 끓여 먹어야 하고, 실업자는 들끓어야 하고, 외국은커녕 이웃 마을도 못 가야 한다. 직장은 정부가 배정하는 대로 정해져야 하고, 아무리 공부 잘해도 성분이 나쁘면 대학에 못 가야 한다.

 

 아니면, 김일성이 독립운동도 했고 토지개혁도 한국보다 잘했다는 북한이, 일제가 세운 공장도 한국보다 10배 많았고 지하자원도 10배 많았던 북한은 51개 계층이란 게 전혀 없이 누구나 평등하게 호의호식하면서 미군에게 성냥이나 몸이나 파는 한국에게 식량과 전기를 수시로 보태 주어야 한다. 아니면, 자원도 풍부하고 독립운동도 많이 했고 서양의 지원도 파격적으로 받고 영어나 불어나 독어도 술술 말하는 아프리카의 모든 나라들이 한국보다 10배는 잘 살아야 하고 미국으로부터 시장경제와 자유민주를 50여년간 직접 배우고 대부분의 국민이 영어를 한국의 대학원생보다 잘하는 필리핀이 1인당 국민소득이 4만 불이 넘고 세계적 대기업이 즐비하고 세계 1위 중소기업이 수백 개 존재해야 한다. 한국의 각 도보다 큰 토지를 소유한 지주들끼리 평화적으로 정권교체하는 것이 아니라, 스미스와 케인즈가 부끄러워하고 감탄할 만큼 잘한 정부 정책에 사사건건 반대한 자가 대통령이 되어도 가는 나라마다 귀빈으로 대접 받아야 한다.

 

 그까짓 것 박정희가 한 일, 아무나 할 수 있다면 만주에서 모택동 앞잡이 노릇하다가(이걸 독립운동이라고 우김) 연해주 시절엔 스탈린 앞잡이로 변신한(이걸 민족해방의 대결단이라고 우김)김일성이 이끈 북한이 같은 민족이요, 해방 후 한국보다 공장도 지하자원도 10배나 많았으니까 현재 최소한 한국보다 10배 잘 살아야 하고 정의가 강물처럼 흘러야 한다. 노동당 이동증이 없으면 이웃 군에도 못 가는 것이 아니라 열 살 어린이도 가방 하나 메고 세계 어디로든 관광도 가고 유학도 갈 수 있어야 한다.

 

 그까짓 것 박정희가 한 일, 아무나 할 수 있다면 김영삼 정부에서 최소한 현대자동차 같은 대기업이 하나 정도는 생겨야 했지만, 국민기업 어쩌고 하다가 기아자동차는 부도처리하고 삼성자동차는 짓밟았다. 김대중 정부에서 최소한 세계적 중소기업이 100개는 생겼어야 하지만, 코스닥 투기판으로 중소기업의 모판을 뒤엎었다. 그는 죽으나 사나 중소기업 타령한 만큼 최소한 대만만큼은 한국에 탄탄한 중소기업이 생겼어야 한다. 민주를 입에 달고 다닌 만큼 도청은 절대 없었어야 했고 언론탄압도 절대 없어야 했다. 국회는 여야가 화기애애해야 했다. 김대중은 남북관계의 세계 최고 권위자로 노벨 평화상까지 받았으니 북한을 최소한 베트남 정도는 변화시켰어야 했지만, 한국을 속이고 세계를 속이는 햇볕정책으로 북한 독재 정권만 살찌웠을 뿐 북한 주민에게 자유와 풍요를 선사하는 개혁개방을 원천봉쇄했다.

 

 김일성이 박정희가 한 일의 10분의 1만 했어도 10배의 공장과 10배의 지하자원을 자랑하던 북한을 한국과 대등하게 잘살게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다. 김일성이 박정희가 한 일의 10분의 1만 했어도 북한에는 야당 국회의원이 최소한 10명은 나왔을 것이다. (박정희 시절엔 야당 국회의원이 최소 3분의 1이었고, 대체로 2분의 1이었으나, 개혁개방 30년이 된 인구 13억의 중국에서도 아직 야당 국회의원이 한 명도 없다. 사사로이 정당을 만들면 지금도 중국에서는 공개처형된다.) 박정희처럼 민주를 입이 아니라 손발로 실천했다면 북한에선 권력세습이 절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일제말보다 극악한 삶은 절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김일성이 박정희의 100분의 1만 했어도 북한은 2010년에 월드컵을 개최하는 남아공만큼 자유롭고 풍요로운 나라가 되었을 것이다.

 

 박정희의 점진적 민주화의 100분의 1만 따랐더라도 인종 문제가 전혀 없는 북한에서 극악무도한 계급차별이 발생했을 리가 없다. 남아공의 백인이 흑인에 대해 자행한 아파트헤이트보다 극악한 계급차별이 산 좋고 물 좋고 인심 좋고 아시아의 예루살렘으로 불릴 만큼 기독교인이 많았던 평양에서 발생했을 리가 없다.

 

 친북좌파든 자칭 자유민주주의자든 한국의 지식인은 김일성이 한 일을 의도적으로 또는 자기도 모르게 박정희에게 덮어씌우고 있다. (한국인의 약 70%는 박정희를 가장 위대한 대통령으로 꼽는다.) 그들의 찬란한 거짓말과 기막힌 배은망덕은 반드시 대가를 치를 것이다. 역사는 공짜도 모르고 우연도 모른다.

   (2009. 12. 5.)

[ 2009-12-05, 15:13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미투데이미투데이  요즘요즘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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