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딸싸랑해만히, 아부지(준위 한주호)
우리도 만히 싸랑해요, 한 준위님! 지못미(지켜주지 못해 미안해요)~

최성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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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29일 밤에 뉴스 봤니? 뱃머리 찾았어. 그거 아버지가 찾은 거야."

 

 이것은 고 한주호 준위가 따님 슬기에게 보낸 마지막 문자 메시지다. 3월 30일 53세의 한 준위는 35년 경력이라는 스스로 빛나는 훈장을 보이며 자칫 혈기가 예기(銳氣)를 앞서기 쉬운 이삼십대 후배들을 간단히 숙연한 침묵으로 빠뜨리고, 백령도의 차가운 바다로 첨벙 뛰어들었다. 하루 전 이미 그는 오락가락 짐작만 무성할 뿐 사흘 동안 아무도 접근하지 못하던 천안함의 뱃머리를 찾았다. 그것으로 그는 충분히 모범을 보였다. 그러나 독보적 해난 구조 전문가로서 그는 모범을 보이는 것만으로 만족할 수 없었다. 혹시 살아 있을지도 모르는 꽃군인이 눈앞에 아른거려 도저히 가만있을 수 없었다. 아쉽게도 백전노장도 30만 원짜리 싸구려 습식 잠수복 안으로 어뢰의 파편처럼 파고드는 냉기는 견딜 수 없었다. 200만 원짜리 고급 건식 잠수복만 있었더라면, 그는 따님 슬기에게 미래 어느 시점에 두근두근 이런 문자 메시지를 날렸을 것이다.

 

 “뉴스 봐라. 이 아버지가 배뒷부분도 찾았어. 차마 못 보겠더라. 살못미(살리지 못해 미안해). ♥내딸♥싸랑해만히♥아부지♥”

 

 고(故) 한주호 준위 가족은 소위로 특진시킨다는 허튼 소리에 조용한 분노를 드러냈다. 완곡히 그 제안을 거절한 것이다. 준위(준사관)는 특수 분야의 군사 전문가로서 여차하면 대대장급 지휘관(중령)으로 나설 수 있다. 전투기 조종이 전문인 항공준사관은 정조종사로서 소령과 대위를 보조 조종사로 좌우에 거느린다. 이런 사정을 까맣게 모르고 특진은커녕 고인을 4계급이나 강등시키겠다고 정부의 어느 고위직 책상머리 인사가 크게 선심 쓰려고 언론을 상대로 튀었던 것이다. 그로써 시류를 틈타 자신의 인기 점수를 관리하려고 속셈했으리라. 고 한 준위에게 보국훈장 광복장이 추서된 것도 유족은 그리 달갑지 않았을지 모른다. 고인이 국가유공자 대우를 못 받을 것이라고 어느 공영 방송에서 입방정이 새어 나왔기 때문이다.

 

 병사는 독일, 하사관(부사관)은 일본, 장교는 영국이라는 말이 있다. 각각 세계최강이라는 말이다. 유럽은 병사가 세계최강인 독일에게 20세기에 두 번이나 초토화되었고, 아시아는 하사관이 세계최강인 일본군에게 약 반세기 가량 유린되었다. 이에서 보듯이 군대는 크게 사병과 장교 그리고 그들을 연결하는 부사관으로 구성된다. 계급상으로는 장교가 부사관보다 높지만, 전문성과 역할 면에서 부사관은 결코 장교 아래가 아니다. 그들이 없으면 군대는 아무리 무기가 우수하고 아무리 지휘관이 탁월하고 아무리 병사가 용감해도 허리를 못 쓰는 사람처럼 적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한다. 군 경력 35년의 베테랑을 6개월 훈련으로 임관 받을 수 있는 소위보다 지위가 낮다고 보는 것은 군대에 대한 무지를 스스로 폭로하면서 동시에 5천만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70만 국군을 말할 수 없이 깔보는 것이다. 준위에게는 더 이상의 특진이 없으니까, 굳이 고인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려면 정구복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의 제안처럼 태위(太尉)라는 명예관등을 주는 게 좋을 것이다.

 

 문민 우위라는 말이 지난 20여 년간 악용되고 오용되고 남용되었다. 안보의 중요성과 군대의 전문성이 표밭 관리하는 정치 입김에 가랑잎처럼 흩날렸다. 철두철미 문민 우위 정책으로 일관하다가 바다와 대륙의 이웃 나라에 두 번이나 처절히 유린된 조선의 역사에서 아무런 교훈도 얻지 못하고, 누구누구 덕분에 조금 살만해지자 배은망덕하게 문민 우위라며 방송과 신문과 인터넷의 탄막(彈幕) 호위를 받아, 일개 고관의 미관말직 새파란 아들이 백전 노장군의 수염을 잡아당기는 것과 매한가지의 패륜적이고 매국적인 행위를, 다름 아닌 정부가 자행하고 있다.

 

 2009년 군인으로서는 환갑진갑 다 지난 나이에 고 한주호 준위는 청해부대 제1진에 지원하여 소말리아 해역에서 세계적 골칫거리인 인도양 해적을 소탕하기도 했다.

 

 "군인은 언제 어디서나 무엇을 하든지 실전에 임한다고 생각하고 살아라!"

 

 고 한주호 준위는 가족과 후배 군인들에게 언행일치가 무엇인지 보여 주는 것은 두 번째, 무엇보다 스스로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고 싶었던 영원한 군인의 별이었다. 그의 숭고한 희생에는 문민 최고위직들의 책임도 없지 않다. 발만 동동 굴리고 국민에게 어떻게 정치적으로 듣기 좋은 말만 골라 할까, 사실이 드러날 때마다 어지러이 말을 바꿀 궁리를 하느라, 진해와 평택에 있는 구조함대와 구조장비를 늦게 보내고, 연합사해체를 획책하면서도 막상 군사비는 최대한 깎아버려 장비가 노후화된 것도 애국자의 희생에 음으로 양으로 복선의 재를 뿌렸다.

 

 이번에 백일하에 드러난 대로 정보전에서 국군은 완패했다. 북한의 사곶기지에서 잠수정이 3월 26일을 전후해 드나드는 모습이 지상의 10cm 물체까지 잡아채는 미국의 인공위성에는 선명히 찍혔지만, 막상 그들이 바다로 숨어들자 국군은 개흙 속에서 반지 찾듯이 혼비백산 헤매었다. 천안함의 중령이나 UDT의 준위에게 하늘보다 높은 청와대는 이 무능력을 ‘북한개입의 증거 없음’으로 호도하고 있다. 고 한주호 준위의 빈소에서 최고위직의 인기관리 으리으리 행차보다 2002년 대통령의 이적적(利敵的) 교전수칙 때문에 희생된 군인들의 소박한 유족이 전국 곳곳에서 한달음에 달려와 어깨를 들썩이며 오열하는 모습이 유난히 눈에 띈다. 국민 대다수는 그들의 동병상련하는 모습에 가슴이 가없는 슬픔과 뭔지 모를 답답함으로 미어졌을 것이다.

 

“가시는 길에 하늘 가득 4월의 봄 향기를 뿌리오니, 한주호 준위시여, 흠향(歆饗)하시고, 정의와 사랑과 평화가 넘치는 곳으로 편히 가시옵소서.”

“우리도 만히 싸랑해요, 한 준위님! 지못미(지켜주지 못해 미안해요)~”

      (2010. 4. 2.)

[ 2010-04-02, 22:25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미투데이미투데이  요즘요즘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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