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현장속으로 - 역사현장 답사가 주는 묘미
[고성혁의 역사추적] 관산성 전투 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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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 백제성왕이 참수 된 곳으로 전해지는 월전리 구천(구진베루)의 역사내력비

 

내용 :

 

월전리(月田里)는 다리골(月谷)과 군전(軍田)으로 서화천의 맑은물과 병풍처럼 감싸고 있는 식장산(食藏山)의 푸르름이 마을을 한층 아름답게 장식하고 있으며 용이 하늘을 오르려다 바위가 되었다는 용바위와  남자의 씩씩한 형상으로 자리하고 있는 장군대좌(長軍大坐) 길지(吉地)는 부락의 신비스러움을 느끼게 하며 앞산의 관산성(管山城)과 뒷산의 할미성(老姑城)은 삼국의 국경임을 증명하고 말무덤과 구즌벼루는 백제성왕의 슬픈사연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이와같이 전설과 문학적 유적으로 둘러쌓인 자랑스런 마을답게 오늘에 사는 우리는 이문화유산을 잘 보전함을 물론 이를 널리 소개하고 바르게 생활하여 더욱 자랑스러운 마을로 가꾸자는 우리의 의지를 여기 자랑비에 새깁니다.

 

                           1991년 10월 26일

                       군서면 월전리 주민 일동

위 마을 내력비는  백제 성왕이 참수된 곳으로 전해지는 마을 한복판에 자리잡고 있다.  난 이 마을 내력비를 보고서야  이 곳이 어떤 곳인지를 더 실감하게 되었다.   현재의 지명인  월전리(月田里)는  달골(月谷)과 군전(軍田)이라는 마을이   행정구역상 통합되면서  한글자씩 따서 월전리가 된 내력과  마을의 역사적 유래를 잘 설명하고 있다.

 

필자는 여기서 매우 중요한 단서를 발견했다.  바로 군전(軍田)이라는 지명이다. 한자그대로 군대의 밭(軍田) 즉,  군사 주둔지였다는 것을 증명하는 말이다.  책에서는 찿아볼 수 없는  생생한 역사현장 답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값진  결실이었다.

 



시간을 거슬러 성왕 32년, 서기로 하면 554년 지금의 옥천으로 우린 시간여행을 해본다.

금강의 지류를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갈라선 산봉우리에선 백제와 신라의 장병들이

서로를 주시하면서 경계를 하고 있다. 벌써 1년째 이곳 관산성일대에서 서로 밀로

밀리는 상황으로 치열한 접전을 치루고 있었다. 이 전투에서 백제는 왜와 가야와 연합군을

만들어서 신라를 거세게 몰아치고 있었다.

 

나는 또다시 눈을 지긋이 감고  타임머신을 타고  백제성왕이 참수되던 그 시간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내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신라군과 백제성왕의 모습을 그려보았다.  역사기록엔 지극히 간단하게 나오지만  핵심적 내용을 토대로 실제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하는 생각으로  일종의 드라마화 시켜 보았다.  역사적 내용 이해를 돕기 위한 방법중  드라마 극화하는 것은 보다 역사를 생생하게 느끼는 수단으로 유용하다.

 

 


장면 1



성왕 : 지금 전선의 상황은 어떤지 보고해 보라”

신하 : 대왕마마. 아뢰기 황송하오나 상황이 좀 좋지 못한 것 같습니다”

성왕 : 상황이 좋지 않다고?  얼마전까지만 해도 우리 백제가 신라를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고 들었는데

상황이 좋지 않다니 그게 무슨 소리냐?   게다가 왜와 가야병력까지 우리가 동원하고 있는 마당에 우리가 불리할

턱이 없지 않느냐?   우리가 병력이 많아도 더 많을텐데 뭐가 어찌 된것이냐?  

 

신하 : 그러니까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우리 백제,가야,왜 연합군 내에서 알력이

생겼다고 합니다.

성왕 : 아니 알력이라니. 그건 또 무슨 소리냐. 우리 백제 장수들과 왜,가야

지원군군사이에 알력이 생기다니 자초지종을 좀 자세히 말해 보거라.

신하 : 대왕마마. 문제는 세자인 “부여 창”왕자가 몸져 눕는 바람에 그런

것으로 들었사옵니다.

 

성왕 : (깜짝 놀란 표정으로) 뭐시라고? 세자인 부여 창이 몸져 누워?

어디 다치기라도 했단 말이냐?

신하 : 다치신건 아니옵고 오랜 행군과 전투로 몸살이 난 것 같다고 합니다.

성왕 : 그래? 다행이구나.

하긴 벌써 몇 달째 끌고 있는 전투중에 이곳 저곳 행군하고 지휘하느라고

몸살이 날만도 하겠구나. 세자로서는 이번이 첫 번째 전투지휘인데

내가 미쳐 그걸 생각지 못했구나“

 

신하 : 이번엔 좀 오래 끄는거 같습니다. 예전같았으면 벌써 일어나셨어야 하는데...

성왕 : (잠시 생각에 잠기다가) 으음. 그래서 부여 창이 몸져 눕는 바람에

백제군 왜군 가야군 사이에서 조율이 제대로 안 된 게로구나.

신하 : 저도 그렇게 생각이 드옵니다. 이번 전투에 원로귀족들이 사실 반대가

많지 않았사옵니까?

 

성왕 : (또 다시 생각에 잠긴다. 속으로 이렇게 되네인다)

으음.. 앗뿔사.. 내가 걱정하던 것이 오고야 말았구나.

어린나이에 나이많은 원로 장수들과 타국의 군대까지 통솔하려면 아마도

마음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텐데 그래서 몸살이 난 거야....

게다가 이번이 처음 출전이고.. 으음..

내가 좀 등한시 했구나..

그러면 어쩐다.. 으음.. 세자의 위상이 흔들리면 문제가 더 커질텐데..

지금 동맹군간에 사이가 벌어지면 문제가 복잡해지는데...

으음.. 이를 어쩐다.. 아무래도 내가 직접 가 봐야겠는데..

 

 

그림설명 :  환산(고리산성), 이백리산성, 식장산의 백제군과  그리고 관산성와 서산성 및 옥천 일대의 신라군은  오늘날 휴전선처럼 대치하고 있었다.


성왕 : (단호한 어조로) 여봐라. 기보병 50명을 출동 준비시켜라. 내가 직접

세자 진영으로 가 봐야겠다.

신하 : 아니 곧 날이 저무는데 지금 바로 가신다는 말씀입니까?

내일 가셔도 될것 같습니다.

성왕 : 아니다 한시가 급하다.

옛말에 부모의 보살핌이 적으면 자식이 병이 난다 하지 않았더냐.

여기서 멀지도 않으니 말이 나온김에 바로 가봐야 겠다.

 


신하 : (걱정어린 눈빛으로) 그래도 여긴 최전방 전선인데 괜찮겠사옵니까?

성왕 : 괜찮다. 이런 전투가 어디 한두번이었더냐. 지름길로 가면 문제 없다.

지리에 익숙한 병사와 기병합해서 50명까지 대동하는데 무슨 걱정이냐?

그리고 여긴 우리 백제진영이고 신라군은 강건너 성안에 있을터인데 뭐가

문제라고 걱정할 것 없다. 빨리 서둘러라.

 

 


장면 2 신라진영

 


신라병사1 : 이번 전쟁은 엄청시리 크네. 신라군 전체가 여기로 천지빼까리로 다 모이네

신라병사2 : 말 말어. 코밑에 솜털만 나도 다 창들고 나오게 된거라잖어.

신라병사1 : 참말이가?

신라병사2 : 말도 말어. 백제는 이번에 왜놈들하고 가야놈들까지 끌어들였다던데

신라병사1 : 진짜가? 내가 왜놈들하면 이가 갈린다 아이가. 근데 가야는 우리 신라에

                 들어왔는데 백제한테도 갔다고? 그게 무슨 소리고?

신라병사2 : 무식하긴 짜슥아. 우리 신라에 안들어온 가야놈들도 있다 아이가.

신라병사1 : 그럼 가야는 백제하고 신라하고 싸우는데 양쪽에 같이 있는기네

신라병사2 : 불쌍한기지. 나라잃고 힘없으면 그렇게 되는기지 머. 대신에 이번에

                  우리가 지면 가야는 다시 일어서는기라.

 

신라병사1 : 그래도 우리한테는 "김무력 장군(김유신 장군의 할아버지)" 이 있다 아이가.
                듣자하니 김무력장군이   가야출신이라데,
                싸움엔 아주 귀신라고 하던데 그말 니 아나?
 

신라병사2 : 용케 그말은 어디서 들었노? 그래서 왕이 김무력 장군을 한강 신주에

                 군주로 임명했다 아이가. 아마도 이번에도 김무력장군은 뭔가 꿍꿍이

                  속이 있을게다.

 

신라병사1 : 김무력 장군 완전히 출세해삣네. 근데 무슨 꿍꿍이속이 있겠노?

                 그저 닥치고 돌격앞으로 하면 우린 그저 죽을똥 살똥 모르고 가면 되는기지.

신라병사2 : 아이구 이 화상아. 그래 니는 천상 군발이 체질이다. 체질.

신라병사1 : 웃기고 있네. 니는 군발이 아이가? 사돈 남말하고 앉았네, 그래 꿍꿍이

                 속을 니는 안단 말이가? 말해봐라.

 

신라병사 2: 니 삐짓나. 하하. 내가 볼땐 아무래도 우리를 여기까지 오게 한게 말이야

                 백제군에 있는 가야군에게서 뭔가 빼운 거 같아 보인단 말이야.

신라병사 1 그게 뭔 소리고 좀 자세히 말해보거레이

신라병사 2 : 그러니까 말이야. 김무력 장군이 가야왕손으로서 신라로 귀순해서 지금

                   출세했다 아이가. 그걸 백제쪽에 있는 가야군도 분명히 알고 있을거니까

                   그 중엔 분명히 김무력장군에게 줄 연결하려는 사람이 있지 않겠어?

 

신라병사 1 : 듣고 보니까 글네. 니 머리 억수로 좋네. 근데 뭐하러 이렇게 병졸하고

                  있노? 장군하지 하하핳.

신라병사 2 이 문디자슥 마 니 쥑이뿐다. 마.

신라병사 1. : 농담이다 농담. 헤헤헤.

                    우리는 언제쯤 출세 해 보겠노?

                     근데 천민하고 노비까지 왜 동원했는지도 아나?

 

신라병사2 : 이노마야. 인생은 한방이라는 말도 모르나? 인생은 한방 아이가.

신라병사1: 그게 뭔 소리고?

신라병사2: 이 자슥 진짜 귀 어둡네 . 귀 막고 사나? 이번엔 전투에서 공만 세우면

천민노비라도 장군도 시켜주고 한다는 소리 못들었나?

신라병사1 : 참말이가. 나도 이참에 한번 공을 세워 볼까?

 

 

 

장면 3

 


신라장수 : 여기서 관산성까지 가는 가장 빠른 지름길을 아는 사람 있으면 나와 보거라.

도도 : 장군님 제가 관산성까지 가는 지름길을 알고 있사옵니다.

신라장수 : 그래. 그거 잘 되었구나. 그래 넌 어떻게 길을 잘 아느냐?

도도 : 여기 삼년산성에서 먹고 자라고 하면서 이곳 지리는 훤합니다.

신라장수 : 그래? 여기서 넌 무슨 직책을 맞고 있느냐?

도도 : 군마 관리를 담당하고 있사옵니다.

신라장수 : 군마관리라. 그럼 말도 잘 타겠구나? 잘 됬구나. 오늘 바로 이동준비를 해라

신주의 김무력 장군의 명령이 떨어졌는데 한시가 급하다.

 

도도 : 그런데 장군님 우리보고 여기 삼년산성만 잘 지키고 있으면 된다고 했는데 갑자기

          왜 관산성으로 이동하라는 것이옵니까?

신라장수 : 아마도 김무력 장군이 무슨 첩보를 입수한 모양인게다.

도도 : 장군님 첩보라니요?

신라장수 : 이리 가까이 와 보거라, 우린 지금 백제 성왕을 잡으로 가는게다.

도도 : (깜짝 놀라며) 백제 성왕을요? 우리가 무슨수로 백제 성왕을 사로잡는단

          말입니까?

 

신라장수 : 왜 무섭느냐? 놀라긴 뭘 그리 놀라느냐?

도도 : 무섭긴요. 그런데 만약 제가 잡는다면 뭐 상금이라도 있는 것이옵니까?

신라장수 : 암 . 있다 마다. 만약에 네가 사로잡는다면 바로 그날부터 너같은

               말을 사육하는 직책에서 바로 장수자리로 옮길 수 있을게다.

                 김무력 장군님께서 이번 전쟁에 공을 세운 자는 천한 노비라 하더라도

                상을 후히 내리고 신분을 높여주리라고 천명을 하셨느니라

 

도도 : 아 그렇사옵니까? 제가 다른 건 몰라도 길은 훤하니까 안내를 해

드리겠사옵니다.

 

 


장면 4

 


삼년산성에 주둔하고 있던 신라군은 하루를 꼬박달려서 구천에 자리를 잡았다.

뒤로는 신라가 탈환한 관산성이 자리잡고 있고 앞으로는 금강의 지류가 굽이치면서

흐르고 있다. 금강지류를 넘어선 바로 백제진영이다. 백제는 강 건너 산골짜기마다

주둔하고 있고 산 꼭대기마다 보루성엔 또 다른 백제 군과 왜군이 주둔하고 있다.

 

최근 얼마간은 백제군의 공격이 뜸한 상태이다. 그것은 백제군을 통솔하고 있는

태자 부여 창이 몸져 드러눕는 바람에 지휘가 제대로 안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 백제와 연합하여 신라를 공격하러 온 왜와 가야군도 점점 지치가고 있다.

 

반면에 신라는 초반 열세를 극복하고 전국 각지에서 추가병력이 속속

관산성으로 집결하고 있다. 특히 한강 신주에 주둔하고 있는 김무력장군 부대까지

이동하는 상태이다. 김무력 장군은 백제진영에 속해 있는 가야군에 이미 연을 닿아 있

기에 백제군의 동향을 한 눈에 꿰뚫고 있는 상태이다.

 


그러던 중 매우 중요한 정보를 김무력장군은 입수했는데 그것은 바로 백제 성왕이

부여사비에서 이곳 최전선으로 와서 전선시찰을 한다는 첩보였다. 그래서 김무력장군은

휘하의 전부대에 영을 내려서 이곳 관산성에 집결을 명한 상태이다. 그 명령으로 삼년산성에

주둔하고 있던 신라군도 급히 이곳 관산성으로 이동한 것이다. 이 신라군에 도도가 소속이

되어 신라군을 관산성까지 가는 가장 빠른 길로 안내하고 있었던 것이다.

 

원래 삼년산성에서 관산성으로 오자면 지금의 17번 국도를 따라서 현재 경부고속도로의

금강휴게소쪽을 지나와야 했다. 옥천군 청성면과 청산면은 삼국시대 신라군의 주 병력이

주둔하였던 곳으로서 현재 신라의 토성 흔적이 산봉우리와 골짜기 마다 남아 있다.

그래서 현재 지명도 청산면이다.

 


그러나 도도는 빠른 지름길로 오려고 현재의 37번 국도를 택한 것이다. 37번 국도는

옥천과 보은을 바로 잇는 지름길이다. 대청호를 따라 돌다가 강을 건너서 고개를 넘어오면

바로 옥천이다. 도도가 택한 길이 바로 이곳으로 추정된다. 이 길을 오면 신라 진영과

백제진영 사이를 가로 질러서 구천에 이르는 길이다.

 


도도 : 요 고개만 넘으면 옥천 관산성이 나올겁니다.

신라장수 : 내 말대로 오니까 생각보다 빨리 온 거 같구나.

도도 : 헤헤. 고맙사옵니다. 저기 아랫마을 청성면으로 돌아오면 하루로는 힘듭니다.

그런데 이길로 오면 좀 힘은 들지만 시간을 거의 하루는 앞당길수 있기에

이길로 왔사옵니다.

 

신라장수 : (손을 들어 멀리 지형을 살핀다)

어디 지형을 보자꾸나. 저기게 좋겠구나. 도도야 저곳이 어떻겠느냐?

도도 : 저곳이 구천이라고 하는 곳이옵니다. 물길이 굽이쳐 돌아가는 데 저 안쪽은

평평한 곳도 있는데 밖에선 절대 안보이는 곳이옵니다.

신라장수 좋다. 저곳에 오늘 주둔하도록 한다.

 

 


도도가 자리잡은 곳이 지금의 궂은 벼루이다. 금강이 굽이쳐 돌아나가는데 절벽으로 둘러

쳐져 있는 곳이다. 신라진영에선 백제진영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지만 백제진영에선 이곳

안쪽을 볼 수가 없는 아주 절묘한 곳이다. 그리고 그 곳 뒤로는 바로 신라의 관산성이다.

 

여차하면 관산성 뒤쪽에 주둔하고 있는 신라군의 지원을 바로 받을 수도 있는 곳인데

바로 이곳을 가야군이 공격을 수차례 시도했지만 사상자와 많은 군마를 잃고 물러난 곳

이기도 하다. 그래서 관산성과 궂은벼루, 즉 구천을 연결하는 나지막한 고개 근처엔

지금도 말무덤 터라고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신라장수 : 오늘 우리는 여기서 주둔한다. 경계를 게을리 하지 마라. 백제성황이

전선을 시찰하면서 이동하는 주 통로가 바로 강 건너라는 첩보이다.

언제든지 출동할 준비를 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도록 하라.

 

 


이윽고 땅거미가 지고 관산성 위로는 달이 떠오르고 있었다. 달빛에 어늘 거리는

금강줄기는 신라와 백제의 경계선을 더욱 또렷이 보여주고 있다. 적막감이 감도는

바로 이곳에서 정적을 깨는 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온다. 순간 신라진영에선 모두가

동작그만하고 적막을 깨는 곳에 모두 귀를 기울였다.

 

 

분명히 말발굽 소리다. 말을 관리하는 직책인 도도는 그 소리만으로도 말의 머릿수를

헤아렸다.

 

 

도도 장군님. 말발굽 소리로는 아무리 많이 잡아도 50을 넘지 않는듯 합니다.

신라장수 : 오. 그래? 그렇다면 강을 건너서 저 자들을 사로잡을수도 있겠구나

아마 저들은 우리가 여기에 있는 줄은 꿈에도 모르고 오는 것이 분명할게다

일시에 달려들어서 사로잡도록 해라. 어쩌면 저 무리에 백제왕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명심하도록 하라.

 

 


한편 백제왕은 강 건너 궂은벼루에 신라군이 매복하고 있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하고

평상시와 같이 친위호위병력 50여명만을 대동하고 태자 부여 창의 진영으로 있었다.

그러나 궂은벼루는 금강이 굽이쳐 돌아가면서 생긴 곳이라서 백제 진영 깊숙이 돌출한

진영이다. 궂은벼루라는 말 자체도 굽은벼랑이라는 옥천지역 사투리이다.

 

 


장면 5

 


달빛에 어린 금강줄기를 따라서 백제 태자 부여창의 진영으로 가던 백제성왕 앞에 갑자기

함성이 들려온다.

 


와~ 와~

 

성왕 : 아니 이게 무슨 소리냐?

호위장수 : 대왕마마 복병인 것 같사옵니다.

성왕 : 복병이라니. 여긴 우리 백제진영아니더냐?

호위장수 그러게 말입니다. 대왕마마 뒤로 물러나 주시옵서서.

 

(백제호위병력은 백제성왕을 둘러싸고 신라군과 맞서 싸운다)

전투중에 신라군은 백제호위병력이 백제성왕을 보호하려고 안간힘을 쓰던

백제군을 손쉽게 제압했다. 백제호위병력은 죽거나 사로잡히고 백제 성왕의

측근인 문관들은 아무 힘도 되지 못하고 신라군에 사로잡히고 말았다.

 

신라군은 이내 그들이 바로 백제성왕을 호위하던 병력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백제왕 앞으로 신라장수가 다가갔다.

 

 


신라장수 : 대왕마마 백제왕을 여기서 만날줄은 저도 꿈에도 몰랐습니다.

백제성왕 : 무엄하구나. 네 이놈. 네 어찌 백제땅까지 침범하고도 이렇게

무례할 수가 있느냐?

 

신라장수 : 허허. 그렇사옵니까? 지금 우리 신라군에게까지 백제왕이 왕일순

없다는 거 모르옵니까? 신라땅을 먼저 침범한 것이 백제가 아니

었습니까? 여봐라 백제왕을 포박토록 하라.

 

 


신라장수는 급히 전령을 관산성의 신라본진에 보내고 백제왕을 사로잡았음을

알리고 그 처리방안을 요청하였다. 그러자 회신은 목을 베고 머리는 신라본진으로

보내고 몸둥아리는 백제진영으로 보내라는 명을 받게 되었다.

 


신라장수 : 백제대왕마마. 이럴 어찌하옵니까? 저는 대왕마마에게 아무 사심이 없사옵니다.

그저 명을 받아 수행할 뿐이오니 그저 너그럽게 봐 주십시오.


순간 이곳 구천까지 안내한 도도가 신라장수 앞에 나선다.

 


도도 : 청이 하나 있사옵니다.

신라장수 도도가 아니더냐 그래 청이 무엇이냐

도도 : 백제왕의 목을 제가 벨수 있도록 청하옵니다. 제가 이곳까지 이끌었고

천한신분으로서 백제왕을 베는 공을 세우고 싶습니다.

신라장수 : 오 그래? 네말도 일리가 있구나. 천한신분으로서 나라를 위해서 공을

세우고 게다가 백제왕까지 벤다면 그이름은 대대손손 만천하에 떨치고

귀감이 될 듯하구나. 그러면 그렇게 하도록 하라.

 

 


그러자 삼년산성에서 군마를 관리하던 도도는 백제성왕앞으로 나아가 두 번 큰절을

올리는 예를 하고 목을 베기를 청하였다. 이말을 들은 백제왕은 포박된체로 아주

격노하면서 눈에 핏발까지 서면서 말한다.

 

 


성왕 : 네 이놈. 감히 천한 사마노 주제에 나를 베겟다고 ? 감히 어디서 나서길

나서느냐 ?

 

도도 : (살짝 얼굴에 미소까지 띄우면서 침착하게 말한다)

           대왕마마 그렇게 노여워 마시옵서서. 우리 신라에서는 왕이라 할지라도 약속을

            어기면 천한노비한테라도 죽을 수 있사옵니다. 약속을 어기고 신라땅을 먼저

             공격한 것은 바로 백제 대왕마마 자신이 아니옵니까? 아니 그렇사옵니까?

             마지막으로 천한 제가 공을 세울 수 있도록 대왕마마께서 도와주시면 아주

            황송하겠나이다.

 

성왕 : (몸부림 쳐도 소용없음을 알고 체념하면서 말한다)

           그렇다면 나도 마지막으로 하나 청이 있다.

 

도도 : 말씀해 보시지요.

 

성왕 : 내 허리에 찬칼로 베어 주길 바란다. 내가 자결은 못하더라도 차마

           너 같은 노비의 칼에 죽을 수는 없지 않겠느냐. 안그러냐. 내칼로 내 목을

          쳐 주기 바란다. (그러면서 목을 늘어트린다)


도도 : 알겟사옵니다. (백제 성왕의 허리에서 보검을 꺼내든다. 그칼은 그 유명한

            백제왕의 환두대도이다)

            대왕마마 잘 가시옵서서 에잇. 
             (신라의 비장 고간 도도가 휘두르는 백제 성왕의 용봉환두대도가  구진베루의 차가운 밤 바람을 가른다)

순간 성왕의 목줄기에선 붉은 피가 분수처럼 숫구쳐 오른다.

땅에 떨어진 성왕의 얼굴에선 핏발 선 두눈은 부릅뚠채 그대로이다.

그렇게 성왕 32년 서기로는 554년 관산성이 올려다 보이는 옥천의 궂은벼루에서 백제 성왕은 그렇게 생을 마감했다.




▲ 그림설명  : 
   서기 554년 백제 성왕이 참수된 곳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구천(궂은벼루) . 관산성에서 내려다 본 모습이다. 사진에 보이는 작은 마을엔  서기 554년의 역사가 그대로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서화천이 구비쳐 내려가는 구진베루(구천)를 돌아가던 백제 성왕이 신라 복병에 사로 잡혀 참수된 현장이다.


여러 역사기록을 종합해서 간단하게 구성해본 백제 성왕의 비극적인 죽음의 현장 모습이다.

백제 성왕의 할아버지인 개로왕이 고구려의 장수왕에 사로 잡혀서 아차산성 밑에서 참수되고 나서 불과 100여년이 지난 시점에서 개로왕의 손자인 성왕은 그렇게 비극적 종말을 고했다.

 


성왕이 어떤 인물인가? 개로왕때 고구려 장수왕의 침공으로 한성의 땅을 잃고서 절치부심한 백제 성왕아닌가? 신라와의 나제동맹을 통해서 한성백제의 옛땅을 어렵사리 회복하였으나 신라에게 빼앗기고 말았으니 그의 신라에 대한 복수심은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으리라. 

 

 

그런데 성왕의 할아버지인 백제 개로왕도 장수왕의 침공으로 지금의 아차산성밑에서 참수되는 비극을 겪었는데 그 손자인 성왕도 그과 같은, 아니 그보다 더한 참극을 맞이하였으니 3대에 걸친 비극은 1500여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들에게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그러나 역사의 이면에는  가리워진 것이 더 있었으니 ............

 

 

<계속>

[ 2010-04-16, 11:49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미투데이미투데이  요즘요즘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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