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 내린 개가 아무리 짖은들
풍선 1개 못 날리는 대한민국의 군통수권자가 보복의 소리를 높이면 높일수록 적의 괴수는 자신감이 그만큼 더 높아질 것이다.

최성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 스크랩하기
  • 기사목록
  • 이메일보내기
  • 프린트하기
  • 글자 작게 하기
  • 글자 크게 하기
 

 

  꿈속의 고향이라고, 지금도 심심찮게 내 꿈의 배경으로 고향의 산천이 펼쳐진다. 어젯밤에도 나는 고향의 옛집에 있었다. 꿈이란 게 제멋대로인 경우가 많아서 소변이 마려우면 화장실로 가야 하는데, 나는 장독대가 있는 뒤안(뒤꼍)으로 갔다. 출출해서 부엌에서 찬장을 기웃거렸던 모양이다. 부엌 뒷문으로 막 나가는데, 오랜만에 온 나를 몰라 보고 개 2마리가 사납게 달려들었다. 한 놈은 서슴없이 내 바짓가랑이를 물었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쫓았지만, 끄떡도 안 했다. 할 수 없이 남동생을 불렀다.

“저리 가!”

남동생의 이 한 마디에 두 놈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즉시 개집으로 들어갔다.

 

 꿈에서 깨어나자 문득 어릴 적 생각이 떠올랐다. 우리 집은 동네 한가운데 있었고 우리 골목에는 일곱 채의 초가가 있었다. 우리 집은 넷째 집이었다. 둘째 집 노미네가 문제였다. 사나운 개가 한 마리 있었던 것이다. 그 집에 들어가다가 물린 아이도 여럿이었다. 아마 내가 열 살 무렵이었던 것 같다. 그 집 앞을 지나갈 때마다 나는 반대편 담벼락에 몸을 찰싹 붙이고 살금살금 걸어갔다. 그러나 용케도 알아내고 노미네 개는 어느새 대문 입구까지 달려 나와 이빨을 드러내며 짖어댔다. 콩닥콩닥 뛰는 가슴, 한 없이 더디 가는 시간, 한 걸음만 더 한 걸음만 더! 5미터 정도밖에 안 되는 길고 긴 그 집 앞 거리만 벗어나면 그 놈은 한 번 컹하고 짖고는 더 이상 위협하지도 않았고 따라오지도 않았다. 나도 마의 5m만 지나면 부리나케 달려갔다. 멀찍이 떨어져서 종주먹을 내질러도 그 놈은 모른 척했다.

 

 막내 삼촌 덕에 나는 그 개를 더 이상 무서워하지 않게 되었다. 군에서 휴가 나온 삼촌을 따라 신나게 골목에 들어서는데, 그 놈이 아니나 다를까 대문 앞으로 달려 나와서 평소보다 더 세게 짖어댔다. 나는 간이 콩알만해져서 삼촌 꽁무니에 바짝 달라붙었다. 슬쩍 삼촌을 바라봤더니 두려워하는 기색이 전혀 없었다.

“삼촌, 저 개 엄청 못돼. 한수도 물렸고 범태도 물렸어.”

“그래?”

 

 삼촌이 작은 돌멩이를 하나 집어 들었다. 나는 아예 삼촌의 허리를 꼭 끌어안았다. 어느새 작은 돌멩이가 날아가 그 놈의 머리를 딱 맞췄다. 깨갱하더니, 그 놈은 더 사납게 짖었다. 삼촌이 다가갔다. 나는 담벼락에 바짝 붙어서 지켜보았다. 두려움 반 호기심 반, 침이 절로 넘어갔다. 가만 보니, 그 놈은 꼬리를 내리고, 아예 똘똘 말고 마구 짖고 있었다. 삼촌이 다가가자 소리는 더 자지러지게 내뱉었지만, 오줌을 싸면서 슬슬 뒤로 물러가고 있었다. 태권도 3단의 삼촌이 군홧발로 땅을 한 번 쿵 울렸다. 계속 짖었다. 마침내 삼촌이 발을 들어 올려 걷어차려는 순간, 그 놈은 쏜살같이 달아났다. 틀림없이 대청 밑 깊숙이 기어 들어갔을 것이다.

 

 나는 그 다음부터 혼자서도 휘파람을 불면서 노미네 집 앞을 지나가게 되었다. 양 손에 돌멩이를 들고서! 어떨 때는 일부러 그 집 앞을 몇 번 왔다갔다 하기도 했다. 공포심에서 벗어나자 나는 그 놈의 비겁함을 알게 되었다.

첫째, 그 놈은 절대 대문 밖으로는 안 나온다.

둘째, 세게 나가면 꼼짝 못한다.

셋째, 꼬리를 내리고 짖을 때는 그 놈이 도리어 두려워한다는 표시다.

넷째, 몸집이 작은 아이라도 두려워하지 않으면 규칙적으로 살살 짖는다.

 

 나는 시험 삼아 돌멩이로 표적이 넓은 그 놈의 배를 맞춘 적도 있다. 그 다음부터는 내가 돌멩이를 집어 드는 흉내만 내도 그 놈은 달아났다.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떠오른다. 그는 비장하게 국민 아니, 전 세계를 상대로 스스로 약속해 놓고도 이 날 이때까지 김정일이 제일 두려워하는 풍선전단 1개 날리지 못하면서 군인과 국민의 목숨을 잃을 때마다 열 배 백 배 보복만 다짐한다. 어제는 동해에서 오늘은 서해에서 세계 최강의 군대를 초청하여 국군과 연합으로 각각 오징어떼와 조기떼를 놀라게 한들, 만만한 놈을 골라서 이빨이 근질근질할 때마다 느닷없이 꽉 물어버리고 도망가는 개정일이 외눈 하나 깜빡할까. 아마 비실비실 웃으며 이렇게 중얼거릴 것이다.

“청와대는 내 꺼!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2010. 12. 11.)

[ 2010-12-11, 11:50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미투데이미투데이  요즘요즘  네이버네이버
  • 기사목록
  • 이메일보내기
  • 프린트하기
  •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맨위로

댓글 글쓰기 주의사항


맨위로월간조선  |  천영우TV  |  조선일보  |  통일일보  |  미래한국  |  올인코리아  |  뉴데일리  |  자유민주연구원  |  이승만TV  |  이기자통신  |  최보식의 언론
  개인정보취급방침
이메일
모바일 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