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와 거북의 수영 대결
거북과 토끼의 수영 대결에서 거북이 이기고 토끼가 죽어 버렸다.

최성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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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북이 승리의 깃발을 흔들자 여우와 늑대, 꿩과 올빼미, 소나무와 신갈나무, 억새와 수크령이 환호했다. 토끼는 영 창피했다. 황당하기도 했고 스스로에게 화도 났다. 천재가 바보한테 지다니, 아무리 천재가 게을렀고 아무리 바보가 부지런했다고 해도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코끝을 쫑긋거리다가 마침내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토끼는 거북한테 제안했다.

 “그래, 이번은 졌다. 삼 세 판, 두 번 더하자.”

 

 이때는 해거름, 올빼미 심판이 소리 없이 날아와 깔깔 웃으며, 거북한테 의향을 물었다. 거북이 천천히 말했다.

 “나는 처음 시합할 때, 턱도 없는 불공정함을 알면서도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씨름에서도 보듯이 삼 세 판은 처음부터 정해진 규칙에 따라 이뤄진다. 달리기는 올림픽에서 보듯이 예선전이든 결승전이든 모두 단판 승부다.”

 

 올빼미 심판이 입을 벌리기도 전에 토끼를 빼고는 모두가 거북의 말에 환호했다. 우르르 신갈나무의 큰 잎을 들고 거북에게 사인 받으러 달려갔다.

 “잠깐!” 거북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딱 한 번 더 시합하자.”

 웅성웅성, 수군수군, 거북이 드디어 미쳤나 보다. 토끼가 껑충 뛰며 환호했다. 올빼미 심판이 놀라서 물었다.

 “정말?”

 “정말!”

 박수가 쏟아졌다.

 

 거북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시합은 공정해야 한다. 처음에 나는 가능성 1조 분의 1이란 불리함에도 아무 소리도 않고 이솝 어른의 지혜만 믿고 시합에 임했다. 정의의 저울이 기울지 않게 하려면, 똑같은 불공정의 추를 두 번 다는 것이 아니라 반대편에 불공정의 추를 달아야 한다.”

지혜로운 올빼미도 무슨 말인지 잘 알아들을 수 없었다. 늑대가 투박하게 말했다.

 “결론만 말해, 확 잡아먹기 전에!”

 

 거북이 빙그레 웃으며 천천히 말했다.

 “저기 보이는 동해로 가자. 영일만의 토끼 꼬리, 아니 호랑이 꼬리로 가자. 거기서 독도까지, 부담스러우면 울릉도까지 수영 시합하러 가자.”

만장일치로 토끼와 거북의 두 번째 시합이 시작되었다.

 

 장수거북은 시속 35km이지만, 그 날 시합에 나선 바다거북은 시속 24km의 수영솜씨를 자랑했다. 그는 4800km 장거리 수영 기록도 갖고 있다. 참고로 북경올림픽 수영 200m 종목에서 우승한 박태환의 최고 기록이 1분 44초 80이니까, 시속으로 환산하면 6.87km이다. 그나마 박태환의 기록은 1500m으로 환산하면 이에도 어림없이 못 미치고 그 이상은 계속 수영하기조차 힘들다. 이순신 장군의 거북선은 시속 6~8km 정도였다. 박태환과 비슷했지만, 바다거북에는 전혀 상대가 안 되었다.

 

 영일만의 호랑이 꼬리에서 어느 신묘년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거북과 토끼는 울릉도를 향해 수영 대결에 나섰다. 성실한 천재 거북은 잠시도 쉬지 않고 작은 발을 노 삼아 217km를 9시간 9분 9초 만에 도달했다. 4800km도 달리는 변강쇠 체력이라 그 정도로는 숨 한 번 헐떡거리지도 않았다. 한편 토끼는 털이 바닷물로 적셔지자 꼴사나운 것은 두 번째치고 몸은 어찌어찌 간신히 밖으로 내놓았지만, 어푸어푸 개헤엄치기에 급급했다. 속도라는 건 도무지 상상할 수 없었다. 거북이 육지에서 아장아장 걸어가는 것보다 못했다. 육지에서 거북은 늦긴 해도 죽을 위험이 없었지만, 토끼는 바다에 뛰어드는 순간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 아니나 다를까, 한 시간 후 토끼의 시체가 파도에 실려 영일만의 호랑이 꼬리로 떠내려 왔다.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모든 운동 경기에서는 남녀가 따로 기량을 겨룬다. 연령별 경기도 있고 체급별 경기도 있다. 어떤 선수가 남녀, 연령, 체급을 모두 지켰더라도 약물 검사에서 걸리면 탈락된다. 이 모든 것은 달리기에서 토끼와 거북의 시합, 수영에서 거북과 토끼의 시합과 같은 불공정 경쟁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이처럼 차이를 인정하는 데서 공정한 경쟁이 비롯된다. 그런데 이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을 평등이요 진보라고 우기는 음흉한 자들이 있다. 그들은 획일과 평등을 구별하지 못하는 바보들이고, 평등과 진보의 편에 서는 척하면서 문화권력과 사회권력 나아가 정치권력을 독점하려는 위선자들이다.

 

 북한의 협동농장과 한국의 평준화는 개인적 차이를 일체 인정하지 않는 대표적인 불공정 경쟁이다. 협동농장에서는 협동이 있을 수 없고 평준화 교실에서는 평등이 있을 수 없다. 협동농장 체제에서는 협동농장의 안이 아니라 밖에서 권력과 뒷줄 대고 감독관 눈을 피해 게으름 피우는 것이 최고이고, 평준화 체제에서는 교실의 안이 아니라 밖에서 맞춤식 교육을 받고 공부 안 해도 공부 잘하는 천재 행세를 하면서 교사 눈을 피해 대충대충 배우고 뭇 바보들을 내신 등급의 발판 삼아 성적을 현란하게 끌어올리는 것이 최고다.

 

 박정희의 반공정책은 공정한 경쟁이었지만, 지금도 꿋꿋이 이어지는 김대중의 햇볕정책은 불공정 경쟁이다. 김일성의 군사도발에 맞서 박정희는 자주국방과 한미동맹의 패를 내놓았고, 김일성의 ‘공산깡패와 인민거지’ 경제개발에 맞서 박정희는 ‘70% 중산층’ 경제개발의 패를 선보였고, 김일성의 거짓 평화공세에 맞서 박정희는 6.23선언 평화외교의 패를 흔들었고, 김일성의 우상숭배 선전선동에 맞서 박정희는 나긋나긋 대북방송과 우렁우렁 휴전선 확성기와 하늘하늘 풍선전단의 패를 일제히 펼쳐 보였다. 탈북자는 귀순용사로 대대적으로 환영했다.

 

 햇볕정책은 이와 정반대였다. 북한의 토끼급 헤엄 실력과 한국의 거북급 헤엄 실력은 제쳐 두고, 한국의 거북급 달리기 실력과 북한의 토끼급 달리기 실력을 맞겨루게 만드는 게 햇볕정책이다. 북한의 군사도발에는 빨간 넥타이와 달러와 VIP 메모와 대화로 달랬고, 북한의 선전선동에는 대북방송과 휴전선 확성기와 풍선전단의 전면 중지 또는 함흥차사 약속으로 대응했고, 북한의 ‘리명박 역도’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께서’로 머리를 조아렸다.

 

 북한의 앵벌이 구걸에는 ‘묻지 마’ 지원으로 독재자와 그 졸개들의 배만 불려 주었고, 북한과 중국의 탈북자 색출과 압송에는 ‘멀뚱멀뚱’ 침묵으로 대북(對北) 사대주의와 대중(對中) 사대주의를 행동으로 입증했다. 북한의 강제수용소에 갇힌 합계 20만 누계 200만 간첩 조작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않고, 한국의 명명백백한 간첩(그래 봐야 북한의 심증과는 달리 물증에 입각하기 때문에 수십 명)은 모조리 민주인사로 둔갑시켰고, 북한의 항구와 광산 대중(對中) 50년 100년 할양에는 ‘끔벅끔벅’ 먼 산 쳐다보기로 반민족적 행위를 보이고 단 한 명도 남아 있지 않은(어쩌면 그들의 조상 중에 그런 자들이 더 많겠지만) 난데없이 친일파의 청산에 목숨을 바쳐 대한민국의 정통성에서 초석을 뽑아 소련군 대위의 북한에 정통성을 보태준다.

 

 개성공단도 한국 기업이 진출한 공산국인 월남이나 중국에도 있을 수 없는 불평등 협약이요 불공정 경쟁이다. 해외 진출 회사가 전 세계 어디에나 행사하는 인사권도, 임금 책정권도 없다. 북한 노동자의 임금 가운데 90% 김정일이 뜯어가는 것을 알면서도 노동자에게 직접 주지도 못한다. 언제든지 북한은 개성공단의 한국인을 인질로 삼을 수 있다는 걸 여러 차례 행동으로 보여 주었지만, 이명박 정부는 그것이 남북화해의 마지막 끄나풀이요 평화통일의 상징이라며 김대중의 대북정책을 꿋꿋이 이어가고 있다. 그러면서 민주당과 민노당을 향해 혀를 끌끌 찬다.

 

 2011년 신묘년에도 북한과 한국의 불공정 경쟁은 계속된다. 벌써 ‘김정일 위원장께서’ 외교부장관의 청와대와 ‘김정일 위원장께서’ 전 통일부장관의 민주당이 은밀한 윙크를 주고받는다. 한쪽에선 둥둥 북을 울리고 한쪽에선 모락모락 연기를 피우며 남북회담과 6자회담의 분위기를 슬슬 띄운다.

     (2011. 1. 6.)

[ 2011-01-06, 12:56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미투데이미투데이  요즘요즘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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