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와 공급의 법칙도 모르는 대통령
수요와 공급의 법칙을 무시하고 정부가 명령과 지시로 시장을 압박하면 시장은 반드시 보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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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선생님, 경제에 대해 좀 가르쳐 주십시오.

김재익: 각하, 경제는 명령과 지시로 되는 게 아닙니다.

전두환: (움찔)

김재익: 경제는 수요와 공급에 따라 움직입니다.

전두환: (끄덕끄덕) 그렇군요. 선생님을 경제대통령으로 모시겠습니다.

 

이명박: 서민을 위해 물가를 잡아야 합니다.

강만수 등: 예, 알겠습니다. 52개 품목을 집중 관리하겠습니다.

                MB물가지수라고 불러도 될까요(헤헤)?

이명박: 허허, 제 이름 사용에 대한 로열티는 한 푼도 안 받겠습니다.

 

이명박: 휘발유 값이 묘합니다.

윤증현 등: 예, 정말 묘합니다. 정유공장과 주요소를 집중 관리하겠습니다.

               (오늘부터 당장 팔을 비틀어야지, 매국노 같은 자들!)

 

 

 제1차 세계대전 후 독일의 바이마르공화국은 초인플레(hyperinflation)를 겪었다. 1921년

11월 달러 대비 마르크는 1:330이었지만 1923년 12월 1:4조2000억으로 치솟았다. 1923년에는 이틀에 한 번꼴로 물가가 2배로 폭등했다. 독일 국민 전체가 알거지가 되었고 US달러를 가진 사람은 어딜 가든 황제 대접을 받았다.

 

 제2차 세계대전 후 독일은 성장과 안정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았다. 이때 독일의 경제학자와 연합국의 군정에 의연히 맞서서 라인강의 기적을 일군 사람이 루드비히 에르하르트(Ludwigh Erhard)였다. 에르하르트는 14년간 연방 경제장관으로 활약했고 이어서 4년간 연방총리로 재임했다.

 

 1948년 에르하르트는 점령군의 경제국장으로 발탁되자 연합국에 일언반구 상의도 없이 전격적으로 점령군의 통제경제정책을 폐기했다. 가격통제 조치의 90%를 해제했다. 미국과 영국의 장군들은 노발대발했다. 에르하르트는 눈 하나 까딱 않고 자유 시장에 경제를 맡겼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생산이 유발되고 가격도 결정되게 만들었다. 일시적으로 가격이 올라갔다. 그러자 너도 나도 눈이 벌개져서 생산에 매달리기 시작했다. 공급이 무섭게 확대되자 가격은 이내 안정을 되찾았다. 떠돌이 난민 1,000만 명, 국민의 60% 영양실조, 주택의 40%파괴, 패전국 독일은 이런 비참한 상태에서 이내 전승국 영국과 미국을 따라가기 시작했다.

 

 “저는 여러 기업인들이 우리 조국의 재건을 위해 보여 준 열성과 탁월한 능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는 우리가 이룩한 성공의 비결은 바로 자유시장경제의 경쟁을 통한 경제의 역동성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힘을 결코 억제해서는 안 됩니다.” (에르하르트/<<위대한 생각>> 월간조선)

 

 한국의 역대 정부 중 성장과 안정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은 정부는 전두환 정부가 유일하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바와는 정반대로 이때가 시장에 대한 정부의 간섭이 가장 적었다. 수요와 공급에 의해 시장에서 균형가격(equilibrium price)이 결정되는 기제

(mechanism)가 가장 충실히 지켜졌다. 이 경제정책의 핵심 인물이 아웅산에서 피살된 김재익 경제수석과 직업이 장관인 오명 전 정보통신부 장관이다.

 

 김재익이 경제대통령으로 활약하는 사이에 오명은 과학기술을 통한 새 시장 창조에 앞장섰다. 그들의 첫 작품은 컬러TV 국내 판매 허용이었다. 박정희는 소비를 조장한다고 컬러TV는 수출용으로만 묶어 두었다. 당시에 국내 전자공업은 빈사상태에 있었다. 전두환 정부가 컬러TV를 허용하자 단번에 국내 전자공업은 기사회생해서 폭발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오명은 이어서 바로 IT시장의 개척에 나섰다. 독과점상태였던 기계식 전화 시장은 오명이 주도한 전전자(全電子)교환기 국내개발을 계기로 완전자동 전화 시장으로 바뀌어 로열티 지불 없이 폭발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그는 구리선 대신 광섬유를 전 세계 최초로 일부 지역이 아니라 전국에 걸쳐 깔기도 했다. 세계최강의 인터넷 기반이 구축된 것이다. 그는 각 대학 컴퓨터 동아리마다 당시로서는 세계최고 수준의 PC를 무료로 제공하기도 했다. 대학에서 컴퓨터를 애인 삼아 눈이 토끼눈처럼 충혈되던 세대가 없었으면, 다음과 네이버 등이 국내에서 야후와 구글을 능가하지 못했을 것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소(ETRI)도 오명 시대를 맞아(차관으로 약 10년 재직) 한국과학기술연구소(KIST)에 맞먹는 연구소로 성장했다.

 

 독일은 두 번이나 세계대전에서 패전했다고 하지만 20세기 전반기에 이미 과학기술이 미국과 영국을 추월해서 세계 1위로 올라섰다. 한국은 아니었다. 과학기술 분야의 인적자본이 태부족했다. 다행히 박정희의 대대적 이공계 지원과 노골적 과학기술우대 정책에 의해 기본을 갖춘 인재가 많이 배출되었다. 그들에게 정보화시대를 예견하고 세계 1등에 대한 새로운 희망을 제공한 인물이 오명이다. 오늘날은 한국이 오히려 IT 분야에서는 독일에 비해서도 인재가 나으면 나았지 못하지 않다. 개도국 한국은 기업에게 시장만 제공하면 되는 게 아니라 정부주도로 과학기술을 진작시켜 새로운 시장을 창조하는 것이 필수사항이다. 그렇지 않으면 영원히 선진국에 종속된다. 1차적으로 박정희가 과학기술을 우대했고 2차적으로 전두환이 그 일을 이어받았다. 전두환은 박정희의 경제개발 시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시장경제를 더욱 확대시켰다. 그 결과가 인플레이션 없는 고도성장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전문경영인 출신이라고 하지만, 군인 출신인 전두환 전 대통령에 비해 경제에 대한 상식이 너무 부족하다. 그는 수요와 공급이 아니라 명령과 지시로 경제를 이끈다. 이미 경제 분야에서는 선진국이 된 한국에서 시장을 무시한 MB물가지수가 지켜질 리 없다. 그것은 2008년 3월 이후 현재(2010년 9월 기준) 19.1%가 상승했다. 같은 기간 일반 소비자물가지수는 8.7%상승했다. MB물가지수 물가를 안정시키기는커녕 물가를 주도했다.

 

 유류가격도 수요와 공급의 측면에서 보아야 한다. 이중에서 가격은 수요가 거의 일정하기 때문에 수요보다 공급이 주도한다. 공급가격은 첫째 세금 53%, 둘째 원유 도입 가격과 정유 비용 41%, 셋째 정유사 영업이익 1~2%, 넷째 주유소 영업이익 2~3%이다. 지난 2년간 세계 휴대폰 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킨 아이폰의 영업이익률은 37%이다. 외환위기 이후 국내에서 계열사 빼고 자체 회사에서만 일자리를 무려 5만 개나 창출한 삼성전자의 2010년 영업이익률은 11.2%이다. 시장에서 승리한 제품은 이처럼 높은 이익률을 자랑한다. 그것이 나쁜가. 정부가 서민을 위한다며 팔을 비틀어 영업이익률 1~2%로 만드는 게 잘하는 짓인가. 휘발유와 경유 등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유류세이다. 사실상 전국의 주유소는 정부로부터 무료봉사하는 세무서이다. 원유 가격이 오를 때는 환율을 낮추거나 세금을 낮추어야 한다. 그러면 물가도 잡히고 생산도 늘어난다. 환율은 또 다른 문제니까, 정부가 함부로 개입해서는 안 되지만 유류세는 2008년처럼 탄력세율을 적용하여 얼마든지 내릴 수 있다.

 

 환율을 높이고 세금도 높이고, 재정적자도 늘리고, 이자는 계속 낮추고, 이렇게 하면 그것은 어느 순간 걷잡을 수 없는 인플레이션으로 나타나게 마련이다. 정부가 수요와 공급을 동시에 늘린다며 해마다 약 50조원의 재정적자를 편성하여 통화를 팽창시키면 모든 제품이 전 방위적으로 가격인상의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말로만 과학기술을 중시한다면서 국가 전체의 연구개발비가 1개 회사의 그것 정도밖에 안 되어서는 미국과 일본과 독일을 능가할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더군다나 이명박 정부는 작은 정부를 내세워 제일 먼저 한 일이 한국 경제의 두 엔진이었던 과학기술부와 정보통신부를 해체했다. 5년 앞도 내다보지 못한 대실정(大失政)이었다.

 

 정부는 이제라도 시장의 수요와 공급 법칙을 존중하기 바란다. 그런 환경을 만들기 바란다. 예스맨들의 회전문 인사는 그만하고 대통령에게 조용조용 직언도 서슴지 않는 제2의 김재익과 과학기술로 새 시장을 선점하는 제2의 오명을 모시기 바란다.

         (2010. 1. 16.)

[ 2011-01-16, 15:27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미투데이미투데이  요즘요즘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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