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의 종편 4개 허가는 잘못된 것인가
종편 비판자들의 주장에 대한 비판적 고찰

박명규(前MBC아카데미사장)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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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말 케이블 종편 4개 채널의 허가로 방송계의 빅뱅이 예상되고 있다. 종편 발표이후 지난 며칠간 다수의 필자들은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가 종편의 개수를 과다 허가했다고 한목소리로 비판하고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은 비난이 얼마만큼 타당한지 의문이다.

좌파는 조중동 방송참여 탓할 자격 없다

먼저, 종편출범을 강하게 비난하는 분들 중에는 소위 좌파인사들이 대부분인데, 이분들은 종편의 탄생을 탓할 자격이 없다고 본다. DJ의 집권 이래 지상파방송의 좌편향은 도를 넘었다. 국회가 정당한 절차에 따라 노무현 대통령을 탄핵했을 때 지상파 방송이 보여준 광란, 서해교전 시의 반역적 방송, 미국 소고기에 대한 촛불 거짓방송 등이 그 예이며, 편파방송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국민 다수는 지상파방송을 바로 세우지 않고는 우리 사회의 혼란을 종식할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으며, 좌편향 방송을 제어하는 방책으로 자연스럽게 MBC의 민영화와 함께 경쟁 채널의 허가를 논의되게 되었다. 좌편향 방송이 없었다면 종편이 생기지 않았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좌편향 방송이 종편 출범에 타당성을 부여하고, 그 출범을 재촉한 것은 사실이라고 본다.

이번에 신문기업의 방송참여가 허락되었는데, 신문의 방송참여는 자연스런 경향이다. 재벌과 신문기업의 방송 참여는 오랫동안 금기시 되어왔다. 하지만 미국에서도 신문의 방송참여제한은 완화되고 있는 추세이다. 또 최근 방송 외에 인터넷을 비롯한 다양한 매체의 등장으로 종이 신문의 영향력이 크게 약화되었기에, 신문의 방송참여를 막아야할 근거가 그만큼 취약해졌다.

또 소위 좌파들은 조선, 중앙, 동아의 방송참여를 탓할 자격이 없다고 본다. 근자에 조중동을 비롯한 소위 보수신문의 영향력이 크게 약화되었는데, 이는 조선일보 죽이기 캠페인 등 좌파들이 줄기차게 전개한 보수언론 죽이기의 결과이기도 하다. 신문의 영향력의 급격한 약화는 오랫동안 유지되어 오던 신문의 방송참여를 금지하는 근거를 약화시켰으며, 조중동의 방송진출 열망을 고취시켰다.

조중동이 종편을 얻고자 노력하는 과정에서 언론 본연의 임무를 소홀히 했다는 비판도 있는데, 일리가 있다고 본다. 하지만, 지난 10여 년간 언론 본연의 자세에 충실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매체가 있는가. 특별히 소위 좌파적인 방송과 신문, 인터넷 매체들은 하나같이, 줄기차게 반국가적, 반정부적 보도를 자행해오고 있지 않은가.

왜 무관의 제왕 조중동의 방송경영을 걱정해주고 있나

또 비판자들은 신생 케이블종편 4개가 과다하다며 다양한 이유를 들고 있는데, 그 이유들이 타당한지 의문이다. 1) 먼저 거의 모든 비판자들은 광고시장의 파이는 일정한데 종편 방송사 개수가 두 배로 늘어 경영상 수지를 맞출 수 없으며, 따라서 신생 케이블종편이 망하게 될지도 모른다며, 방통위가 무책임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런데 이와 같은 주장은 케이블종편이 현재와 똑같은 환경 속에서 현재의 지상파종편과 똑같은 방식으로 방송을 운영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다. 그러나 환경은 바뀔 수 있고, 케이블종편이 지상파종편의 구태를 답습해야 하는지와 답습할 것인지는 의문이다.

물론 지상파종편과 케이블종편들의 경영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그들의 경영은 꼭 수월해야 하는지, 돈이 넘쳐나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어제도 오늘도 경영이 어렵기 때문이다. 또 비판자들이 왜 종편이 망할까봐 걱정하는지도 의문이다. 방송채널 경영은 비밀이 아니며, 조중동은 어린이가 아니다. 우리는 그분들의 경영적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 또 개인도 대기업도 망할 자유가 있으며, 이것 또한 존중되어야 한다. 워낙 기업도 출생, 성장, 사망하는 것 아닌가. 오늘도 수많은 중소기업이 쓰러지고 있으며 소상인들도 문을 닫고 있지 않은가. 왜 연약한 이들은 외면하고, 무관의 제왕들인 조중동의 방송경영을 걱정하는지 의문이다. 또 조중동이 망하기를 바라고 있는 분들에게는 마침 잘된 일이 아닌가.

2) 어떤 비판자들은 종편이, 예상되는 경영상의 어려움을 커버하기 위해 특혜를 요구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의약품광고 허가 등으로 광고시장 파이를 키우는 것과 종편에게 유리한 케이블 번호를 배정하는 것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신생매체니까 이와 같은 특혜를 요구하는 것 자체는 있을 수 있는 일이며, 들어줄 수 있는 것이면 들어주고 아니면 안 들어주면 그만이다. 따라서 특혜요구는 방통위가 종편4개를 허가한 것이 잘못이라는 근거가 되지 못한다.

종편의 저질방송화 우려, 기존 지상파 좌편향 방송은 고질이었나

3) 비판자들은 또 종편이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칠 것이며, 결국 저질방송이 난무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그런데 케이블종편이 없는 지금 현재까지 지상파종편 4개가 저질이 아닌 고질이었는지 의문이다. 또 저질고질은 무엇을 두고 말하는지도 의문이다. 지금까지 뉴스, 토론 및 다큐는 기회만 있으면 좌편향적 왜곡과 선동을 일삼고 있으며, 드라마는 며느리가 시어머니의 뺨을 후려치는 등 막장과 불륜으로 치닫고, 쇼 코미디는 저질 난장판이라고 비난받고 있지 않은가. 이것은 저질인가 고질인가? 그런데, 종편이 1개 추가되면 고질이 되고, 4개 추가되면 저질이 되는가. 또, 유익한 프로그램, 재미있는 프로그램, 완성도 높은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는 많은 돈과 시간이 필요할 수 있지만 편파, 허위사실의 유포, 선동 혹은 욕설과 패륜 등을 행하지 않기 위해서는 돈이 전혀 필요치 않다. 그래서 제작비가 부족하니까 방송 프로그램이 저질이 될 것이라는 주장은 타당성이 희박하다.

방송계가 저질방송을 자제해주면 좋겠지만 최소한 당분간은 그와 같은 기대는 무리이며, 방송의 품위는 효과적인 사회적 규제와 법적 규제를 통해서만 가능할 것이다. 종편이 5개인가 8개인가에 달린 것이 아니다. 저질방송을 규제하는 기준과 시스템을 만들고 이를 엄격하게 적용하느냐 아니냐에 달린 것이다. 기준을 어기면 엄중 처벌하고, 가차 없이 허가 취소해야 한다. 그러나 그동안 방송사에 대한 제재가 사실상 없었다. 소위 좌파 정권과 방송위원회가 앞장서서 좌편향방송을 조장하고 두둔하기도 했으니, 무엇인들 제대로 될 리가 있었겠는가.

KBS, MBC, SBS, EBS 등 지상파종편과 신생 케이블종편 및 보도전문 채널은 그들의 소유형태 또는 광고의 유무와 관계없이 공적인 책임이 막중하다. 종편 및 보도전문 채널들은 매스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서, 전국을 단위로 정보와 오락을 제공하여 국가 및 국민생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그에 걸 맞는 책임을 져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의 품질에 대한 엄정한 규제가 있어야 할 것이다.

할리우드 싸구려 영화 등을 방영할 것이라고 걱정하는 분도 있는데, 수준미달의 작품은 시청자들이 더 잘 알아보고 외면한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경쟁에서 밀리게 된다. 중국무술영화가 자취를 감춘 것이 그 예이다.

미디어 빅뱅 시기, 8개 종편은 다양한 아이디어를 짜낼 것

4) 어떤 비판자들은 종편의 출범으로 결국 지역방송과 종교방송 등 군소방송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하지만 종편이 선정되자마자 9개 지역 민방은 대형 기획물 공동제작을 협의하는 등 공조체제 구축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더 이상 마이너이기를 거부한 것이다. 대형물 기획 시에 오히려 제작비를 얼마간 더 얹어 원 소스 멀티 유즈(one source multi use)와 함께 해외수출까지 고려하면 좋을 것이다. 여하튼 지역민방 연합은 신생 종편과 함께 미디어 빅뱅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케이블 전문채널들도 타깃 고객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더욱 특화, 전문화함으로써 경쟁력을 키워가야 할 것이다.

5) 방통위가 종편논의 초기에 종편 허가이유로 다양한 방송서비스 제공을 내세웠으나, 경쟁심화로 불가하게 되었다는 비판도 있다. 다수 종편의 참가로 조직의 군살빼기, 제작비의 거품 빼기 등이 예상된다. 하지만 다양한 방송서비스는 아니다. 막대한 제작비가 소요되는 대형 호화 프로그램과 다양한 방송 서비스는 다른 개념이기 때문이다. 미디어 빅뱅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8개 종편 채널은 시청자를 만족시킬 다양한 아이디어를 짜낼 것이고, 지역 및 전문 채널들도 마찬가지로 머리를 짜낼 것이므로, 시청자들은 보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6) 방통위가 종편을 허가하는 또 다른 사유로 글로벌 미디어 육성을 내걸었으나 이것도 거짓으로 드러났다는 비판도 있는데, 꼭 그런지 의문이다. 먼저, 현재의 지상파종편 4개사에 케이블종편 한 개만을 추가했더라면 글로벌 미디어가 탄생했을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는가. 이 경우에 종편 5개사가 모두 현재의 상황 속에 안주할 공산이 더 크다고 보아야 하지 않을까. 되돌아보면 전쟁이라는 극한상황에서 과학적 발명과 신무기, 새로운 전술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 미디어 빅뱅은 기존의 인식과 관행을 버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 오히려 이와 같은 시련 속에서 우리가 지금껏 상상하지 못한 어떠한 새로운 변혁이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누가 단정할 수 있단 말인가.

독과점은 당연히 폐지되어야 한다

이상의 고찰에서 케이블종편 4개 채널의 신규허가가 과다하다는 비판은 그 근거가 희박함을 알 수 있는데, 필자는 독과점을 반대하는 취지에서 준칙주의와 절대평가를 지지하며, 종편 4개 허가는 잘된 일이라고 본다. 무릇 독과점은 폐지되어야 한다. 경쟁자의 시장 진입을 막고, 국민의 이익을 해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독과점은 폐지되어야 한다는 의미에서 신생종편과 채널번호 배정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홈쇼핑채널에 대한 특혜, 곧 홈쇼핑의 독과점도 어떤 형태로든 조속히 폐지되어야 한다. 독과점 대신에 매출액의 일부를 공익기금으로 출연한다고 하지만, 그것들은 실제로는 자기 기업의 보호 및 홍보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지 않은가.

각 지역의 케이블 방송사업자들(SO)의 독점도 조속히 풀어야 한다. 프로그램 공급자들은 메이저만 빼고 다 망하고, SO들은 모조리 돈방석 위에 앉았다. 왜 이들만이 독점적 이익을 누리며 권세를 부리도록 방치해야 하는가.

방통위와 KBS는 각 가정에서 케이블을 통하지 않고서도 지상파종편을 선명하게 볼 수 있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시청자는 지상파를 무료로 볼 권리가 있다. 그런데 현재 지상파도 케이블을 통해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는 케이블 시청자 수의 증가에도 원인이 있겠지만, 무선으로는 지상파를 깨끗하게 보기가 어렵기 때문이기도 한다. 각 지역에 케이블망이 깔리면서 공청안테나를 통한 수신 상태가 오히려 악화되었다. 지상파 종편이 결과적으로 송신을 케이블에 의존하다 보니, 최근에 보듯 지상파 종편과 케이블 망 사업자 간에 송신료 분쟁이 발생했는데, 그 해결이 복잡하다.

지상파 종편의 송신은 케이블 및 위성으로부터 완전 분리 독립해야 한다. 그래서 이제라도, 지상파만을 보고자 하는 국민들이 시청료 외에 매달 케이블 또는 위성에 돈을 상납해야 하는 부당함을 당하지 않도록, 지상파 중계기를 더 많이 설치하고, 관계법령을 개정해서 각 아파트관리사무소가 공청안테나를 최적의 상태로 유지하도록 의무화하며, 값싸고 고성능인 실내 안테나를 개발, 보급해야 한다.

글로벌 경쟁은 이제 피할 수 없는 시대적 조류

종편 4개 출범을 반기는 이들도 있는데 프로덕션, 연예인, 연예기획사들이다. 그동안 프로덕션은 지상파의 프로그램 발주가격이 지나치게 낮아 고통을 겪어왔었다. 연예인들과 연예기획사들 간의 갈등도 끊임없이 문제되어 왔는데, 미디어워치 변희재 대표 등이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노력한 결과, 미국의 연예계 매니지먼트 법제를 참고한 ‘연예인 관리자법안’과 ‘연예매니지먼트산업진흥법안’이 이미 국회에 제안되어 있다. 조속한 입법이 요구된다.

마지막으로, 지상파종편은 케이블종편을 적으로 생각할 것이 아니라, 너그럽게 마음을 열고 그들의 출발을 도와주면서 상생, 윈-윈(win-win)하는 지혜를 발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지금 케이블종편의 시장참가를 두고 시끌벅적하지만, 지상파의 디지털화에 따른 지상파다채널서비스(MMS)라는 제2의 빅뱅이 코앞까지 성큼 다가오고 있다. 글로벌 경쟁은 이제 피할 수 없는 시대적 조류이다. 경쟁을 미워하거나 두려워 말고, 즐겨야 한다. 상대편이 없는 텅 빈 운동장에서 우리 편끼리 공을 몰고 가 골문에 공을 차 넣은들 무슨 재미가 있겠는가.

 

박명규 / 전 MBC아카데미 사장, 법학박사(국제법), pyein2@hanmail.net

[ 2011-01-20, 10:20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미투데이미투데이  요즘요즘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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