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리고 어르고 맞고 만나고
‘민족’, ‘평화’, ‘대단결’, ‘有無相通’, ‘自主’, ‘합작’ 운운의 용어혼란 전술에 걸려들어선 안 된다

柳根一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 스크랩하기
  • 기사목록
  • 이메일보내기
  • 프린트하기
  • 글자 작게 하기
  • 글자 크게 하기
  남북 군사회담이 열릴 모양이다. 말이 ‘회담’이지 북한의 회담방식은 자기들의 틀 안으로 우리더러 들어오라는 식이다. 공산주의자들의 대전제는 ‘혁명의 절대 정당성’이다. 세상을 진리-정의 진영과 반(反)진리-반(反)정의 진영으로 갈라서, 자기들은 전자(前者), 바깥 세상은 후자(後者)라는 전제다.
  
   그런 시각에서 전자는 후자를 도덕적 열등자(劣等者)로 취급한다. 따라서 후자에 대해서는 그 어떤 짓을 해도 괜찮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공산주의자들이 바깥 세상에 대해 그처럼 극도의 증오, 저주, 매도, 오만불손, 욕설, 모욕, 마구잡이 취급을 해대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자본주의 국가, 식민지 종속국에 대해서는 기본 예의나 윤리 따위를 전혀 지키지 않는게 오히려 당연하다는 식이다.
  
   한반도 남북관계에 있어서도 김정일의 북한은 대한민국을 독립국가로 인정하지 않는다. 대한민국이 아무리 세계 12위의 교역국, 선진 정보화 사회, 세계화 된 주권국가라 할지라도 자기들은 그렇게 보지 않겠다는 게 김정일 집단이다. 그러니, 남북회담이라는 것도 그런 그들의 입장에서는 ‘한반도 유일의 주권국가’ 북한과 ‘미(美)제국주의의 식민지 파쇼’ 사이의 비(非)대칭적인 만남이라는 틀을 설정한다.
  
   남북회담을 백 번 천 번 해도 무엇이 잘 안 되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가 무슨 특출한 회담전략을 가지고 저들을 만나기로 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정부는 김정일의 그런 틀을 잘 알고서 가야 할 것이다. 우리가 말하는 회담 다르고, 저들이 말하는 회담 다르다. 이걸 모르고 나갔다가는 저들이 설치한 무대 위에서 저들의 각본과 연출에 이용당하는 모양새가 될 우려가 크다.
  
   무엇보다도 회담 아젠다부터 철저하고 용의주도하게 우리의 틀에 따라, 또는 국제사회의 공준(公準)에 따라 선점(先占)해야 한다. 저들의 추상적이고 수사학적인 ‘민족’ 운운, ‘평화’ 운운, ‘대단결’ 운운, ‘유무상통(有無相通)’ 운운, ‘자주(自主)’ 운운, ‘합작’ 운운의 용어혼란 전술에 걸려들어선 안 된다.
  
   이번 남북 군사회담은 어디까지나 천안함을 폭침한 가해자, 연평도를 포격한 가해자와 그것에 무고하게 당한 피해자 사이의 만남, 따라서 피해자가 가해자를 문책하고, 사과를 받으며, 재발방지를 요구하고, 피해보상까지 청구하는 성격의 만남이어야 한다.
  
   때리고 어르고 때리고 어르고 달라 하고, 이게 북의 패턴이었다. 그런가 하면 맞고 만나고 맞고 만나고 주겠다 하고, 이게 우리의 패턴이었다. 왜 밤낮 이런 식이어야 하나? 기다렸다는 듯이 회담에 응하는 것에 앞서 회담다운 회담의 대원칙을 세우고 천명하는 것, 그리고 그게 안 되면 회담답지 않은 회담에는 결코 말려들지 않겠다고 하는 우리의 정대(正大)한 자세를 확립하는 게 더 중요한 선결과제라 할 것이다.
  
  
  
  
류근일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
[ 2011-01-25, 11:39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미투데이미투데이  요즘요즘  네이버네이버
  • 기사목록
  • 이메일보내기
  • 프린트하기
  •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맨위로

댓글 글쓰기 주의사항


맨위로월간조선  |  천영우TV  |  조선일보  |  통일일보  |  미래한국  |  올인코리아  |  뉴데일리  |  자유민주연구원  |  이승만TV  |  이기자통신  |  최보식의 언론
  개인정보취급방침
이메일
모바일 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