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정치하려는 MB
이명박 대통령은 정치를 싫어하는 게 아니라 정치를 너무 좋아해서 혼자 다하려고 한다.

최성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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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대통령(이하 MB)이 정치를 너무너무 싫어하고 한국의 정치를 지독히 불신한다고들 흔히 말한다. 70평생 속세와 인연을 끊은 계룡산의 도사나 80평생 전도와 봉사밖에 모르는 시골 교회의 장로라면 몰라도, 정치인의 정점에 선 대통령이 정치를 싫어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말이 안 된다. 그것은 첫날밤에 신부가 신랑의 품에 파고들며 코맹맹이 소리로 ‘이 몸은 결혼이 미친 짓이라고 생각해요.’ 라고 속삭이는 것과 같다. 만약 신부가 그렇게 말한다면, 그것은 보나마나 신랑에게 반어법으로 들려 도리어 신랑의 테스토스테론을 크게 자극할 것이다.

 

 MB도 마찬가지다. 정치를 싫어하는 사람이 어떻게 선출직인 국회의원과 시장과 대통령을 모두 역임할 수가 있는가. 더군다나 정치인으로 가장 치욕스러운 부정선거로 국회에서 쫓겨나기까지 했는데! 그런 불명예에도 굴하지 않고, MB는 건망증 심한 국민의 약점을 이용하여 잠시 정계에서 발을 뺏다가 일약 세계 10대도시의 시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이것만 보아도 MB는 누구보다 정치를 사랑하는 사람임을 알 수 있다.

 

 MB가 정치를 불신한다는 것은, 야당은 말할 것도 없고 여당에게도 말 한 마디 건네지 않고 전령도 보내지 않고, 귀를 꼭 닫고 방음 장치가 완벽한 청와대의 깊은 벙커에서 ‘매사에 긍정적인’ 측근들에게 둘러싸여 소신껏 정책을 불도저처럼 밀어붙이는 것을 보고, 잠시 짬을 내어 측근들 중 누군가 뉴스에 목마른 기자들에게 슬쩍 흘린 말일 것이다.

 

 MB는 현대건설에서 근무할 때도 사진 찍을 때만 되면 기가 막히게 알아내어 제일 사진 빨이 잘 받는 곳에 서 있었다고 한다. 한두 번이면 우연일 수 있지만, 늘 그렇다면 그것은 본인이 어떤 상황에서도 열 일을 제치고 마음속으로는 사진사를 줄곧 주시하고 있었다는 증좌다. 이건 MB가 타고난 정치인임을 드러내는 일화다. 현대 정치는 거의 이미지가 좌우하는데, MB는 정치와 무관한 전문경영인 시절에도 이미지 관리를 뛰어나게 잘했던 것이다.

 

 MB는 대학 시절에는 시위를 주도하여 민주화 이미지를 싹 틔웠고, 전문경영인 시절에는 산업화 이미지를 길렀고, 서울시장 시절에는 청계천 복구로 환경 지킴이 이미지를 띄웠고, 대형교회의 장로 시절에는 봉사와 청렴의 청지기 이미지를 퍼뜨렸다. 이 모든 시절을 통틀어 한국에선 온통 부정적인 이미지로 뒤덮인 ‘놀고먹는 정치인’ 출신이 아닌 ‘일하는 지도자’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이렇게 이미지로만 보면, MB는 민주화에 대한 콤플렉스를 갖고 있던 보수적인 여론 주도층 사이에서 희망의 별로 떠오를 만했다.

 

 공천 과정이나 인사 정책에서 보면, MB는 한솥밥을 먹는 사람들조차 포용하지 못함을 알 수 있다. MB는 한솥밥을 먹더라도 소수의 예스맨 팀과 다수의 들러리 팀을 철저히 구별하여 어여쁜 무리만 중용하고 그들에게 밀지(密旨)를 내린다. MB는 스스로를 천재로 확신하지만 좀처럼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다. MB의 속내는 심복들이 여기저기서 활약하는 중에 조금씩 드러난다. 추진 중에 반응이 열이면 열 다 신통찮으면 슬그머니 취소하지만, 열에 두셋만 응원하면 약간 변형하여 줄기차게 밀어붙인다. 단, 응원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하여 그들을 친위부대로 발탁하는 경우는 없다. 응원부대는 어디까지나 배경 사진용일 뿐이다. 가끔 속내를 분명히 드러낼 때가 있는데, 그것은 대선의 공약이든 인기관리용 즉흥적 지시든 산천초목조차 벌벌 떨며 따라가는 시늉이라도 내도록 밀어붙인다.

 

 연설하거나 격노하는 걸 보면, MB는 도무지 다른 사람들의 말을 듣지 않는다. 대화니, 토론이니, 소통이니, 하는 것들은 모조리 시간낭비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의사소통 수단이 이렇게 발달한 나라에서 집권 3년이 되도록 기자회견다운 기자회견은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일방적 연설과 화려한 홍보가 있을 뿐이다. 여론이 들끓도록 만든 무능한 아랫것들에 대한 무서운 질타와 당리당략에 골몰하는 여야 모두에 대한 괘씸한 섭섭함이 있을 뿐이다.

 

 MB는 2인자를 내세워 오래 전부터 개헌의 군불을 때다가 올해 초에 드디어 직접 입을 열었다. 헌법이 개정된 지 벌써 30년이 다 되어 시대에 맞지 않은 바가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개헌은 국회가 할 일이어서 청와대에서 나설 일은 아니라고 했다.

 

 미국은 헌법을 제정한 지 200년이 넘었지만, 일부 조항을 수정하는 정도밖에 손보지 않았다. 한국의 헌법이 개정된 지는 겨우 24년밖에 안 되었다. 겨우 걸음마 수준이다. 시대에 맞지 않은 것은 하위법으로 얼마든지 보완할 수 있다. 그래서 국회가 존재한다. K1 무대가 아니다. 분단 상황에서는 헌법을 고칠 일이 없다. 오히려 헌법을 준수하는 게 더욱 중요하다. 헌법의 최고 수문장인 대통령부터 헌법을 상시로 무시한다. 김영삼 정부에서 대쪽 총리가 딱 한 번 이 점을 깐깐히 짚으며 대통령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김영삼은 발끈하여 바로 이회창을 내쫓았다. 그 후로 누구도 이걸 지키는 대통령이 없었다.

 

 국무위원은 국무총리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헌법 제87조 1항)

 

 여기서 국무총리가 국무위원을 제청하라고 헌법이 명한 것은 대통령의 황제 권력을 견제하기 위해서이다. 헌법에 따르면, 국무총리는 권한이 대통령과 거의 대등하다. 대한민국 헌법은 분권형 권력구조를 명령한다. 국무위원만이 아니라 차관까지도 대통령이 인사 회전문으로 들락거리게 하는 것은 헌법도 대통령 마음대로라는 말이다. MB는 난장판 국회를 나무랄 자격이 없다. 헌법에 의해 선출되고 헌법수호를 엄숙히 선서한 대통령이 바로 그 날로 헌법을 안 지키는 상황에서, 헌법을 천국의 헌법으로 고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헌법개정은 국회재적의원 과반수 또는 대통령의 발의로 제안된다.(헌법 제128조 1항)

 

 헌법개정은 이처럼 국회만이 아니라 대통령도 제안할 수 있다. 국가보안법 위반 전과가 있고 지금도 거기에 앙심을 품고 있는 2인자에게 구두로 군불을 땔 것도 아니고, 각하가 불신하는 국회에 미룰 것도 아니다. 정히 개정하고 싶으면 당당히 헌법에 의거하여 대통령이 제안하면 된다. 당당히 국회를 설득하고 국민을 설득하면 된다.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MB는 철두철미한 정치인이고 정치를 그 어떤 것보다 사랑한다. 너무 사랑하여 사랑하는 여인인 양 독점하고 싶어 한다. 극소수 예스맨들을 수족처럼 부려 혼자서 다하려고 한다.

       (2011. 1. 31.)

[ 2011-01-31, 23:29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미투데이미투데이  요즘요즘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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