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 미끼로 새우 잡는 이명박 교육
사교육비가 과연 줄었을까. 줄었다한들, 그것은 열을 잃고 하나를 얻은 셈이다.

최성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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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교육의 담임 전도사,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이 신바람 났다. 드디어 사교육비가 줄어들었단다. 그는 2010년은 사교육비가 감소한 원년으로서 누더기 대한민국 교육사에 황금빛 돋을새김으로 새겨질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 듯하다. 2010년 2월 15일, 공교육은 강화되고 사교육은 약화되는 선순환에 접어들었다며, 우등상을 처음 받는 초등학교 6학년 학생처럼 줄줄이 늘어선 기자들 앞에서 이주호 장관은 국민의 미적지근 박수보다 대통령의 화끈 칭찬을 떠올리는 듯 얼굴이 자못 상기되었다.

 

 21만 명이나 학생이 감소해서 생긴 착시현상이 곧 드러났다. 모택동 어록 이후 세계 최고 베스트셀러로 떠오른 EBS 교재 구입비를 뺀 것도 곧 드러났다. 그가 장관보다 높은 차관 자리에서 못 이기는 척 장관으로 취임한 지 1년도 안 되어, 초중고 총 사교육비가 2009년 21조6259억 원에서 2010년 20조8718억 원으로 7541억 원(3.5%)이나 줄어들었다고 한다. 여기서 잠깐, 학생 감소분을 제외하면 1650억 원(0.76%) 줄어들었다. 2001년 통계 이후 마이너스 성장은 처음이란다. 조사기관은 통계청으로 전국 1012개 초중고 학부모 4만4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고 한다. 학원비만이 아니라 개인과외와 학습지, 인터넷 공부 비용도 포함한 것이다.

 

 단, 통계의 신뢰도에서 가장 중요한 오차는 발표하지 않았다. 여론조사에서 특히 정치성향이나 소비성향에 대해서 한국인이 여간해서는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고액과외는 불법이라서 아예 잡아떼거나 10분의 1 정도로 줄여서 말함. 이제 학원 수강이 밤 10시 이후는 금지되었으므로 개인 또는 그룹으로 과외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도 불법이므로 패가망신을 각오하지 않는 한 대부분 잡아떼거나 얼버무림.), 오차는 족히 ±5%는 될 것이다. 3.5%든 0.76%든 5년 이상 추세가 이어지지 않는 한,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말이다.

 

 학생 1인당 기준으로 보면, 월 평균 사교육비가 24만2000원에서 24만원으로 2000원(0.8%) 줄었다고 한다. 공교육인 방과후수업에 1000원이 추가되었으니까, 결국 학부모 입장에서는 통계의 오차를 인정하지 않더라도 달랑 1인당 한 달에 1000원 줄었다. 그런데, 여기에 수능 강제 연계로 울며 겨자 먹기로 사는, ‘도무지 불안해서 안 봐도 사는, 학생이 안 사면 부모가 왕창 사 주는’ 초베스트셀러 구입비는 쏙 빠졌다. 고등학생이면 최소 한 달에 1만 원은 추가해야 하지 않을까. 이명박 정부의 영어 몰빵 교육 선언으로 이제 유치원생까지 방학이면 꼭 강부자나 고소영이 아니더라도 좀 살만 하면 왠지 시대에 뒤떨어지는 듯하여 빚을 내서라도 너도나도 떠나는 해외 영어연수 사교육비도 쏙 빠졌다. 그건 1인당 연간 24만 원이 아니다. 240만 원도 아니다. 웬만하면 2400만 원이다.

 

 영어 몰빵 교육 선언으로 전국의 유치원이 온통 영어유치원으로 바뀌면서 대학등록금보다 비싸진 유치원 사교육비도 쏙 빠졌다. 수능 난이도 조절 실패로 2010년에 대거 늘어난 재수생의 사교육비도 쏙 빠졌다.

 

 눈여겨볼만한 것이 있다. 중학생이 5000원 감소로 제일 많이 줄었는데, 특성화고(실업계/전문계고)는 7000원 증가로 눈에 확 띄게 늘어난 현상이다. 중학교는 특목고 입시선발에 이명박 정부(이건 한나라당 국회의원 정두언이 총대를 멤)가 이해찬보다 무식한 규제의 칼을 휘둘러 외고는 영어듣기 면접시험을 못 보고, 과학고는 수학과학 면접시험을 못 보게 만들었다. 외고는 내신을 반영할 수 있는데 영어 한 과목으로 한정한다. 과학고는 올림피아드 입상이나 알쏭달쏭 자기주도 학습, 또는 캠프 참여자를 대상으로 뽑는다. 이주호는 교육학자가 아니라 기실 실무 경력 없는 경제학자로 본인 입으로는 시장경제의 신봉자인데, 학생선발에서 일선 학교에게 공사립을 막론하고 자율권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인정하지 않는다.

 

 도대체 중학교 과정에서 한 과목 또는 일부 과목만 공부하도록 강요하는 것이 가당치나 한가. 이명박 교육의 핵심 이념은 창의인성인데, 이제 겨우 학문이란 세계에 눈을 뜰까 말까 하는 학생들이 고작 한두 과목만 공부해서 무슨 창의력이 나올 것이며, 말만 번드레한 자기주도학습(이것도 학원마다 가르침) 스펙을 오로지 시험관에게 보이기 위해 꾸역꾸역 쌓아서 무슨 인성이 길러질 것인가. 이거야말로 고래를 미끼로 새우 몇 마리 잡는 격이다.

 

 특성화고는 75%가 대학에 진학한다. 중국의 대학 진학률이 25%, 독일의 그것이 35%임을 고려하면 대한민국에는 사실상 전문계고는 숫제 존재하지 않는다. 고등학생의 학업성적이 독보적인 세계 1위로 올라선 중국에서는 초일류 고등학교가 아닌 한 75%가 대학에 진학하지 못한다. 그런데 한국은 특성화고도 대학에 75% 진학한다! 한국의 특성화고 학생은 모조리 아인슈타인도 고개를 숙일 초천재들인가.

 

 왜 취업이 목표인 고등학교의 사교육비가 가파르게 올라갔을까. 너도나도 입시를 준비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그들은 특별전형으로 뽑히므로 실력에 비해 대학 들어가기가 바이러스가 바늘구멍으로 들어가는 것보다 쉽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은 이들을 무조건 사회적 약자로 보고 2011년부터 전원 학비를 면제해 준다고 일방적으로 선언해 버렸다. 연간 이에 필요한 예산만 3천억 원이다. 교육 정치꾼 곽노현이나 김상곤만 욕할 게 못 된다.

 

 1976년 이전 중국의 8억 인민들이 왜 모택동 어록을 너도나도 사서 항상 몸에 지니고 다녔을까. 그가 인간에 현신한 신이어서 그랬을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언제 어디서 말 그대로 돌팔매질 당하여 죽을지 몰랐기 때문이다. 왜 160만 고등학교 재학생과 20만 재수생이 EBS를 안 보더라도 EBS 교재를 사지 않을 수 없었을까. 왜 전국의 출판사가 줄줄이 도산하거나 아무 죄 없는 직원을 영하 10도의 거리로 내쫓았을까. EBS의 교재를, 개념과 원리 위주의 교과서에 어림없이 못 미치는 일개 문제집에 지나지 않는 정경유착 독과점 상품을 70%나 수능문제와 연계했기 때문이다. 왜 EBS 교재 구입비는 사교육비에서 제외하는가.

 

 사교육비가 줄어들었다는 것을 도무지 믿을 수도 없거니와, 설령 줄어들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교육의 전문성과 자율성(헌법 제31조 4항)을 빼앗고 얻은 것이므로, 그것은 아무런 가치가 없다. 고래를 미끼로 새우 몇 마리 잡아서 어디다 쓸 것인가. 한 입에 틀어넣으면 그만 아닌가. 1000원, 2000원, 그것은 학생들 하루 간식비도 안 된다. 수업 시간에 몰래 문자 날리는 비용도 매달 그 정도는 될 것이다.

    (2011. 2. 16.)

[ 2011-02-16, 15:32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미투데이미투데이  요즘요즘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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