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 공교육과 자본주의 사교육
교육 서비스 시장에서도 사회주의의 강제는 자본주의의 유혹을 이길 수 없다.

최성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 스크랩하기
  • 기사목록
  • 이메일보내기
  • 프린트하기
  • 글자 작게 하기
  • 글자 크게 하기
 

   

 정권이 여러 번 바뀌고 그때마다 교육정책이 이번에야말로 획기적이라며 기세등등 조변석개 바뀌었지만, 교육 서비스에 대한 불만은 날로 더해 간다. 정부 홀로 분식 통계를 흔들며 자화자찬한다. 그들 외에는 아무도 믿는 사람이 없다.

 

 획기적인 교육 정책이라고 해 봐야 본말이 전도된 사교육 대책뿐이다. 사교육에 대한 강제는 수강료 상한선 지침과 영업시간 제한 등 한계가 있으니까, 결국 공교육 다리 묶기와 팔 비틀기밖에 없다. 상대평가와 절대평가 회전문 드나들게 하기, 학력고사나 수능의 난이도 올렸다 내렸다 하기, 학력고사나 수능 과목 수 늘렸다 줄였다 하기, 방과후수업과 자율학습 조였다 풀었다 하기, 내신비중 올렸다 내렸다 하기, 학력 외의 다른 평가자료 이것저것 넣었다 뺐다 하기, 논술과 면접 들었다 놨다 하기 등 아무리 머리를 짜내 봐야, 다람쥐 쳇바퀴 정책 외에는 나올 게 없다. 결과는 백전백패!

 

 절대 허용하지 않는 것이 있다. 지역 또는 단위 학교의 학생 선발 자율권이 바로 그것이다. 노태우 정권에서 한때 대학본고사를 허용한 것 외는 어떤 정부도 대학이 자체 기준에 의해 학생을 뽑지 못하게 만들었다. 논술이나 면접도 본고사 유형은 금지된다. 소문이 돌면 득달같이 표적감사에 들어가 만고의 교육 역적으로 광화문 네거리에 효시한다. 특목고도 마찬가지다. 노태우 정부 외에는 그 후 어떤 정부도 전교조의 평등 빙자 획일주의를 금과옥조로 삼아 일선 학교가 자체 기준으로 학생을 선발할 수 없게 만들었다. 연합고사도 폐지되었고 설령 실시하더라도 웬만한 도시까지 확대된 평준화 지역은 100% 합격이 보장된 연필 굴리기 시험으로 전락했다.

 

 규제가 심할수록 공교육은 규제에 맞추느라고 허리가 부러지고 입술이 부르터지는데 오히려 불신의 선혈이 낭자해지고, 사교육은 규제의 사각지대에서 기가 막히게 최신식 맞춤형 블루 오션을 새로 열어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이따금 땀을 훔치며 유유히 돈의 바다를 항해한다. 이명박 정부 직전에 노무현 정부도 사교육의 입에 특수제작 재갈을 물렸다고, 가볍기는 공기 같고 세기는 특수강 같은 탄소나노 튜브 재갈을 물렸다고 분식 통계와 희망 그래프를 번갈아 흔들며, 이제 더 이상의 대책은 없다고 자신만만해 했지만, 최근에 이명박 정부가 밝힌 자료에 의하면 이명박 정부 들어서 증가세가 비로소 꺾이기 시작했지만(과연 다음 정부에서 이걸 인정할까) 2009년까지는 줄기차게 사교육 시장이 커졌다고 한다.

 

 단, 2010학년도 쉬운 수능으로 너무도 억울해서 재수생이, 사상 최강 재수생이 18.3%나 늘어난 것은 사교육 시장에서 쏙 뺐다. 그들은 수능은 보지만 고등학생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2011학년도에 늘어난 재수생만 2만4천 명인데 그들이 1년에 1000만 원 썼다고 하면 그것만 해도 2400억 원이다. 21만의 학생 감소분을 빼면 순수하게 줄어든 사교육비는 1650억 원이니까, 이것만 감안해도 사교육비가 줄어들었다는 통계는 분식 통계임이 바로 드러난다. 2011학년도엔 작년과 정반대로 수능의 변별력이 높아지면서 곧 어려워지면서 아니나 다다를까 사상최강 재수생이 덕을 톡톡히 보았다. 그러자 지금 다시 재수열풍이 불어 학원가의 인기강사는 일요일도 쉬지 못한다.

 

 쉬운 수능으로 2012학년도엔 명문대는 수능보다 논술과 면접에서 당락을 결정할 것이라는 평가원의 발표가 있자, 사교육 시장은 아연 활기를 띤다. 시식 코너를 대대적으로 마련하고 기가 막힌 색깔과 향기와 맛으로 수험생과 헬리콥터 엄마와 현금 두둑한 외할아버지를 유혹한다. 게다가 3600여개에 달하는 입시 전형을 슈퍼컴퓨터에 집어넣고 돌리면, 차를 반 잔도 마시기 전에 총천연색 도표와 깔끔 수치로 짠, 나타난다. 곧바로 이어지는 친절한 입시 전문가 해석은 귀에 쏙쏙 들어온다. 공교육의 서슬 퍼런 규제에 맞추느라 입시제도 연구할 시간이 턱 없이 부족하고 공립일수록 순환보직으로 전문성이 떨어지는 아마추어 일선교사에겐 도저히 기대할 수 없는 유혹이다. 지갑에 절로 손이 간다.

 

 상위 10%는 90%가 사교육을 받았고 그들은 하위 20%보다 사교육비도 사교육 시간도 2배가 넘는다는 것도 군침 도는 정보다. 차별화된 블루 오션의 가능성을 높인다. 상위 10%시장은 기존의 국영수에 논술 면접 첨가하면 최소한 10% 이상 성장할 것이고, 하위 20%는 단순 계산해도 2배의 성장 가능성이 있다. 학원 숫자가 2010년에만 7만2241개에서 7만5952개로 약 4000개 늘어난 게 하등 이상할 게 없다.

“현금이 아니어도 괜찮아요, 신용카드도 받아요!”

“우린 인성교육도 중시합니다. 유혹의 사탕도 준비되어 있고 사랑의 매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우리 입시 전문가에게 교육포기란 있을 수 없습니다.”

 

 교육에 거룩한 명분을 붙여 정부가 마치 중세의 교황청이라도 되는 듯 오로지, 실은 권력만 있을 뿐 교육 문외한인 정부의 지침만 따르라는 것이야말로 가장 시대착오적이다. 오늘날 그것은 공산권에서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중국과 베트남을 보라. 거기가 한국보다 교육정책이 훨씬 민주적이고 훨씬 시장친화적이다. 모택동과 호지명의 초상화를 걸어놓았을 뿐, 중국과 베트남 정부는 입시제도와 사교육에 대해 일체 간섭하지 않는다. 대학과 일선 학교의 전문성과 자율에 맡긴다. 거긴 사교육이 없다고? 중국에서는 가교(家敎)라고 하여 학교 안에서도 사교육을 인정한다. 유교 전통이 맥맥히 흘러 베트남에도 사교육이 만만찮다.

 

 어떤 인재를 기르느냐, 거기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학교에서는 떠들고 자고 불평하고 욕하고, 학원에서는 눈을 반짝이며 머리를 싸매고 서슴없이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바른 말 고운 말 쓰게 만든 사람들이 누굴까. 바로 규제의 그물과 감사(監査)의 올가미로 대학과 학교를 질식시킨 교육 권력이다.

 

 오바마가 부러워하는 한국의 교육은 알고 보면 한국의 사교육이다. 상위 10%의 90%가 사교육을 받는 것에서 간접적으로 알 수 있듯이, 한국 학생의 뛰어난 수학과학 실력은 학교보다 사교육 시장에서 쌓은 게 더 많다. 한국과 더불어 세계 3대 학력 우수국가 중국과 핀란드는 학생의 실력을 주로 공교육을 통해서 쌓지만, 한국은 반대로 사교육을 통해 더 많이 쌓는다. 중국이든 핀란드든 학생들이 예전의 한국처럼 공교육을 신뢰하는 것은 정부가 교육 서비스에 사회주의를 강제하지 않고 자본주의를 대거 도입했기 때문이다. 일선 학교의 전문성과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해 주기 때문이다. 교육 서비스도 다른 상품 시장이나 서비스 시장처럼 강제보다 유혹이 더 낫다는 것을 알고 그것을 허용하기 때문이다.

 

 미국이 대학은 세계1위인데 초중고는 형편없는 것도 사회주의 정책 탓이다. 진보 교육 80년 동안 평준화로 대표되는 사회주의 강제로 주로 중산층 이하 학생들이 공부 안 하고 놀고 싶은 대로 지겹게 놀도록 만들었던 것이다. 유태계나 한국계나 인도계나 중국계와는 달리 교육열이 별로 높지 않아, 다수의 미국인은 공교육에서 안 해 주면 사립학교에 학생을 보낼 형편이 안 될 경우 사교육 시장을 별로 기웃거리지 않는다. 그래서 미국 학생의 학력이 떨어진 것이다. 그러나 최상위권은 주로 사립고나 명문 공립고에서 인성과 학력과 체력을 아울러 갖추기 때문에 인성이든 학력이든 체력이든 한국보다 훨씬 낫다. 이런 상황을 잘 알고 미국의 교육 정책은 일선 학교에도 시장의 달콤한 유혹과 시장의 무자비한 퇴출 제도를 계속 도입한다.

 

 한국은 정반대다. 오히려 문민화 이전에 한국의 공교육은 훨씬 시장친화적이었다. 잘하는 학생은 우대했고 못하는 학생은 가차 없이 반성 또는 재기(再起)의 기회를 주었다. 일선 학교의 자율성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았다. 공교육에 대한 신뢰도도 지금보다 월등히 높았다. 대통령을 지근으로 모시는 장관도 담임을 만나러 갈 때는 거울을 보고 또 봤고 목소리를 가다듬고 또 가다듬었다. 가슴을 두근거리며 자식의 담임을 만나면 내내 안절부절 말을 더듬다가, 장관은 마지막에 꼭 이렇게 말했다.

“그저 선생님만 믿습니다.”

 

 요샌 여차하면 학생이 이리저리 손발 묶인 교사한테 대들고 욕하고 심지어 근육이 덜 발달한 교사를 골라서 때리기도 한다. 학부모도 너도나도 학교에 전화해서 다짜고짜 고함부터 지른다. 내신성적에 불만이 있거나 학생 징계에 승복 못하면, 학부모가 득달같이 교무실에 들어와 행패 부리는 것도 예사다. 그 전에 여차하면 교육청과 교육부와 청와대의 24시간 신문고를 요란하게 울린다. 그러면 절절 매며 위에서는 학교를 일단 반 범죄 집단 취급하거나 잠재적 개혁저항세력으로 간주한다.

 

 교육에서 가장 큰 문제는 학교가 아니다. 정부다. 교육부와 교육청이다. 대통령이다. 장관이다. 교육감이다. 또한 전교조이다. 전교조는 사회주의 공교육에 대한 이론 제공자로서 일사불란한 조직력을 갖추고 사실상 교육부를 손바닥 위에 올려 놓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입으로는 전교조에 반대한다고 하지만, 발은 그들이 닦아놓은 사회주의 외길을 이전의 어떤 정부보다 충실히 따라간다.

     (2011. 2. 21.)

[ 2011-02-21, 15:04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미투데이미투데이  요즘요즘  네이버네이버
  • 기사목록
  • 이메일보내기
  • 프린트하기
  •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맨위로

댓글 글쓰기 주의사항


맨위로월간조선  |  천영우TV  |  조선일보  |  통일일보  |  미래한국  |  올인코리아  |  뉴데일리  |  자유민주연구원  |  이승만TV  |  이기자통신  |  최보식의 언론
  개인정보취급방침
이메일
모바일 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