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물려 돌아가는 개헌과 남북정상회담
6.3동지회와 옛 민중당의 세 치 혀가 여야의 합종연횡을 획책하고 제3의 남북선언을 도출할 수도 있다.

최성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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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의 큰 동생이 은평구 안방에서 애지중지 자전거도 못 챙기고 황급히 태평양을 건너갈 때, 여왕을 옹위하던 일꾼들은 자신들의 무시무시 벌떼 작전의 통쾌한 결과를 보고 내심 흐뭇했을 것이다. 그들은 그들의 여왕이 눈 뜨고 왕관을 도둑맞았다고 생각하던 차라, 성에 차진 않지만 작은 복수로 잠시 분을 삭였으리라. 설령 그가 돌아오더라도 독사의 독화살에 맞고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개구리가 이후엔 썩은 새끼줄만 봐도 혼비백산하듯 바짝 얼어서 다시는 자전거 위에 몸을 싣고 왕의 입을 대신하지 못하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재오는 해외여행 잘하고 함박웃음을 웃으며 개선장군처럼 돌아왔다. 세불리하여 뜨내기에게 잠시 내주었던 은평구 안방도 여반장으로 되찾았다. 국민권익위원장이란 으리으리한 직함이 곧 그에게 돌아갔다. 국민권익위원회는 과거의 세 위원회를 합친 것이다. 대통령 직속 국민고충처리위원회와 국가청렴위원회, 국무총리 직속 행정심판위원회 등의 기능을 합쳐 2008년 2월 29일 출범한 위원회의 위원회다. 그가 만만한 동네 아저씨처럼 자전거 타고 나타나면, 중앙정부나 지방정부가 손대지 못하던 숙원사업도 그 자리서 해결되었고, 경찰이 손 못 대던 탐관오리도 그 자리서 목이 잘렸고, 사법부가 차일피일 미루던 서랍 속 민원도 그 자리서 처리되었다.

 

 광화문 100일 촛불 축제의 꿈에 젖어 방송과 인터넷과 트위터와 페이스북으로 뜻을 모으고 정성을 담아 환경단체와 야당이 왕궁의 촛불보다 거대한 횃불을 들고 저마다 4대강으로 달려갔지만, 그가 머플러를 휘날리며 칼리프의 양탄자를 타고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나타나자 현금에 현혹된 일 기계들은 휘황찬란 전기를 끌어들여 밤을 낮 삼아 전국의 불도저와 포클레인을 긁어모아 돌관작업에 들어갔다. 그가 위원장으로 있을 때는 도지사와 시장도 그와 점심으로 설렁탕 한 그릇 후루룩 먹으려고 해도 한 달 전에 예약해야 할 정도로 북적거렸지만, 막상 그가 떠나자 위원회의 위원회는 노인대학처럼 쓸쓸해졌다. 3대 위원장은 야당으로부터도 기립박수를 받으며 영입된 청렴한 거물인데 월 1억 원의 전관예우를 뿌리치고 기껏 노인대학의 총장으로 간 셈이다.

 

 왕세제(王世弟) 이재오는 4대강의 골격이 누구도 돌이킬 수 없도록 탈태환골(奪胎換骨)되는 것을 보고, 어즈버 국문과 출신의 감성을 되살려 시조 한 수를 읊으려는 차에 특임장관으로 임명되었다. 그 다음 날로 그는 왕년에 그렇게 반대했던 개헌의 노래를 선창했다. 복창, 복창! 생뚱맞은 음치의 고문에 사람들은 여기저기서 귀를 막고 도무지 복창하려 들지 않았다. 그러나! 그가 누구인가. 이중창, 삼중창으로 선진국 헌법 타령이 서서히 퍼져 갔다. 도무지 화음이 맞지 않는 작은 합창도 이따금 들렸다. 마침내 이명박 대통령이 두세 명 싹싹한 사람을 옆에 앉히고 2011년 새해를 맞아 국운융성의 새 길을 제시했다. 국회에는 개헌의 과업을 던졌고, 북한에게는 남북정상회담의 말미를 주었다.

 

 헌법 128조와 130조에 따르면, 헌법 발의는 대통령이나 재적의원 과반수의 국회가 할 수 있고 헌법 개정은 국회의원 재적 3분의 2의 찬성에 이어 국회의원선거권자 과반수의 투표와 투표자 과반수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한국의 헌법은 전형적인 경성(硬性) 헌법이다. 여당도 둘로 크게 갈라져 있고 야당은 불도저 대통령에 사사건건 반대하기 때문에, 백 명도 안 되는 사람들이 소쿠리에 흙을 담아 절반은 줄줄 흘리며 낑낑 올라가 백두산의 작은 바다를 메우려는 것처럼, 개헌은 18대 국회에서 발의하는 것조차 불가능해 보인다.

 

 구제역 악몽, 전세 대란, 에너지 폭등, 저축은행 줄도산 등, 연일 쏟아지는 대형사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일인자와 이인자의 자신만만 개헌 2중창에 6.3동지회와 옛 민중당의 왕 바큇살이 이미 물밑 작업을 거의 마친 게 아닐까, 라는 의구심이 든다. 여당의 3분의 2와 야당의 10분의 9가 손을 잡을 수 있는 건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6.15선언의 정신을 헌법에 구현하는 것이다. UN 동시가입과 현실상황(de facto)을 들어 2국가 2체제를 못 박아 버리는 것이다. 헌법 3조(영토 조항)와 4조(통일 방안)를 형해화(形骸化)하는 것이다.

 둘째는 다음 정권에서 야당과 권력을 나누는 것이다. 국민의 직접선거로 뽑은 대통령은 허수아비로 만들고 국회의 다수당 대표가 실권을 장악하는 이원집정제를 도입하고, 중선거구나 대선거구를 도입하여 1등과 2등이 때로는 3등까지 나란히 선거에 당선되도록 만든다. 이런 조건이라면 헤쳐모여, 하여 여당의 다수와 야당의 대부분이 합하여 새 민중당을 만들 수도 있다. 그러자면, 김대중/노무현당에게 진정성을 보이려면,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켜 6.15선언과 10.4선언을 함께 담는 제3의 남북공동선언을 끌어내어야 할 것이다.

 

 이런 가정이 성립된다면, 결국 개헌과 남북정상회담은 하나로 이어지는 두 갈래 길이다. 이미 김정일에게는 모든 게 통보되었을지 모른다. 김정일은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로 간담을 서늘하게 한 다음 한두 달 후, 국제사회와 한국으로부터 거센 압력을 받고 그 압력에 굴복한 듯이 갑자기 1989년 남북기본합의서를 체결할 때처럼 나긋나긋하게 나올 수 있다. 핵사찰을 받아들이며 대대적인 평화공세로 전환하여 남북정상회담 제의를 전격적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적화통일의 결정적 순간을 위해, 한국을 정신적으로 무장해제시켜 버리고 월맹처럼 뒤로는 전쟁 준비를 완벽히 갖추고 앞으로는 평화의 사자 행세를 연출할 수도 있다.

 

 형님을 포항의 어느 암자로 내려 보내는 것으로, 고집불통 사장님이 전직 핵 달러 심부름꾼에게 소통의 진정성을 먼저 보일지 모른다.

  (2011. 2. 23.)

 

[ 2011-02-23, 23:18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미투데이미투데이  요즘요즘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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