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京통신] “일본 정부의 위기 대처가 너무 무능해서 분통이 터진다”
보통의 일본사람들의 속마음

洪熒(前 駐日공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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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에 현관을 나서면 노란 가루가 발밑에 쌓여 있습니다. 출근길에 거리를 보면 마스크를 한 사람이 많습니다. 물론,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로 인한 방사능을 우려해서가 아니고, 스기(삼나무) 꽃가루 때문입니다. 동경에선 이 계절에 거리에서 마주치는 열 명 중 대략 두세 명이 마스크를 한 것 같습니다. 동경은 매년 2월부터 5월초까지 알레르기의 계절입니다. 저도 풍토가 바뀐 탓인지 고생을 합니다. 특히 올 해는 작년 여름이 기록적으로 더웠기 때문에 삼나무 꽃가루가 작년보다 10배 내지 15배 날린답니다. 저는 마스크는 물론, 아들이 사준 휴대용 플라즈마 이온발생기까지 가방 속에 넣어 가지고 다닙니다.
  
  사고 원자력발전소의 방사능 문제는 정말 심각합니다. 그런데, 전문가는 아니지만, 상식적 생각으로는 어차피 다시 사용하지 못할 거니 무지막지하게 사고 원자로를 안락사시키는 방법을 선택할 만도 한데, 역시 매뉴얼대로 원자로 냉각계통 복구에 치중합니다. 만약 냉각계통 복구가 불가능하면 어떻게 되는지는 대책 매뉴얼 속에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TV의 심야 토론 프로그램 등을 보면, 일본사회는 (이미 누출된) 방사능과의 長期同居(장기동거)가 불가피하다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대재해로 인한 自肅(자숙)모드로 경기 침체가 느껴집니다. 電力(전력)사용 절약은, 지금까지 소비사회였던 일본을 절약 사회로 만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마도 皇室(황실)이 에너지 절약의 상징처럼 보입니다. 황실은 당연히 ‘計劃停電(계획정전)’ 대상이 아님에도 매일 정해진 시간동안 전기를 쓰지 않는다고 합니다. 황실은 재해지역에 가까운 황실 별장의 목욕시설을 재해민에게 개방했습니다.
  
  이번 주부터 가까운 사람들끼리 다시 만나기 시작합니다. 대지진 후 처음 만나므로 주변의 안부를 묻고 자연스럽게 이번 大재해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나눕니다. 언론이 전하지 않는 사정, 이야기들을 듣습니다. 재일한국인(재일동포)은 이번 지진과 쓰나미로 현재까지 3명이 희생되었다고 합니다. 고베지진(1995년 1월) 때 126명이 희생된 것과 비교하면 매우 적습니다. 고베(神戶)는 대도시이고 재일동포가 많이 사는 곳이었으므로 피해가 많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도 고베대지진 때는 6300여명의 사망 중 재일동포가 126명이었는데, 이번의 2만8000여명 희생자 중 3명은 적은 숫자입니다. 앞으로 행방불명자 중에 한국인이 나올 수 있겠지만, 광범위한 지역이 쓰나미로 피해를 입은 것에 비하면 분명히 적습니다. 잘 아는 在日民團(재일민단) 간부를 만난 기회에 사정을 들어 보았더니, 이번 쓰나미 피해지역엔 원래 한국인이 거의 살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외국인에게 선박(어선) 소유와 수산업(양식업, 잠수업 등 포함)을 허가하지 않아 해안가, 어촌 등에는 살지 않기 때문이랍니다. 제가 법령 등을 확인해 보지는 못했지만, 일본의 경우 북해도와 동북지역, 서일본 해안 등이 안보상 취약지역이므로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쳐갑니다.
  
  어제는 오랜만에 친한 일본 지인들(남 4, 여 3명, 평균연령이 65세 정도)이 만나 점심을 먹었습니다. 보통사람, 상식인들의 속마음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세 시간 가까이 나눈 이야기를 대충 전하면, “일본정부(간 나오토 민주당 정권)의 위기 대처가 너무 무능해서 분통이 터진다”, “왜 비상사태선언을 하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다”, “일본사회에선 극한적 상황에서 군중의 질서 유지 등엔 정부가 할 일이 아예 없다”, “美軍 헬기는 재해지역에서 고립된 사람을 발견하면 기민하고 융통성 있게 바로 대처하는데 일본당국은 만사가 관료화되고 비상시에도 매뉴얼만을 존중하여 융통성이 없다”, “방사능 문제에 대처하는 자세가 틀렸다”, “정보관리가 엉망이다”, “방사능 공포가 지나치다”, “電力문제를 본다면 일본이야말로 ‘분단국가’다(電力 주파수로 일본이 二分되었다)”, “일본의 재건 방향을 어떻게 잡아야 할 것인지가 문제다”, “일본인은 분명하게 방향이 정해지면 불편 정도는 얼마든지 참을 수 있다”, “문제는 리더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대체로 이런 이야기들이 오갔습니다. 그리고 우리 세대(60세 이상)는 냉난방이나 수세식 변소는커녕, 수도도 없어서 시냇물에서 세수하고 빨래했으므로, 안락함과 안전의 기준을 낮춰도 얼마든지 참을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지진과 쓰나미 후 꽤 안정을 찾아가는 듯이 보입니다. 그러나 西일본은 어떤지 몰라도, 東일본은 멀었습니다. 일본사회는 안정과 복구가 아니라 사회를 다시 건설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입니다. 저는 余震(여진)에 대비하여 아직도 욕조에 수세식 화장실용 물을 받아 놓은 채입니다. 당분간은 욕조에 물을 더 넣어둘 생각입니다. 평소에 비축했던 生水(생수)가 아직 반이 남아 있긴 하지만, 동네 슈퍼마켓에선 아직도 생수가 없습니다. 어제 밤 TV뉴스로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원인이 정말 여러 가지를 시사해줍니다. 생수 생산회사는 생산량을 늘리고 싶은데, 생수병의 뚜껑을 만드는 공장이 파괴되어 생수를 공급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병뚜껑 때문에 일본은 생수를 외국에서 긴급 수입해야 할지 모르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비틀어 따 버리는 그 가볍고 값싼 병뚜껑이 이렇게 중요한 줄 몰랐습니다.
  
  (2011.03.30 동경에서)
[ 2011-03-30, 17:46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미투데이미투데이  요즘요즘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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