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京통신] 國家的 과제를 민간에 미루고 있는 日本 정부
간 정권이 日本사회의 ‘높은 시민의식’에 주로 기대했다면, 이는 정부의 역할과 비상사태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었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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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11 대지진’이 꽤 오래 전 일인 듯이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3.11’은 아직 본격적 복구가 착수조차 못한 상황인데, 이미 역사 속의 사건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늘어 갑니다. 희생자들의 시신을 찾는 작업이 절반 정도 진척됐을 뿐인데도 말입니다.
  
  쓰나미가 남긴 2500만 톤이 넘는 쓰레기, 파괴된 건물 잔해를 헤치며 지금도 軍과 경찰이 총력을 기울여 수색과 시신 수습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시신뿐 아니라 위패, 사진, 앨범, 기념품, 책가방 같은, 그 곳에 살았었던 사람들의 소중한 추억과 기억을 수집하는 작업도 극히 중요한 일입니다.
  
  자신이 직접 피해를 입지 않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긴장상태를 오래 견디기 힘듭니다. 당연한 일이지만 일상으로 돌아가기를 원합니다. 지난 주(4.12)에 프로야구가 시작되었습니다. 골프 경기도 중계방송 됩니다. 상업 방송 광고(CM)도 90% 정도 회복되었다고 합니다. ‘CM 종합연구소’에 의하면, 평소 하루 약 4000회 방송되던 CM(약 500개社의 1000개 광고 작품)이 大지진 다음 날은 54회(19개社 30作品)로 격감했다가 4월15일엔 약 4000회(8할이 공익광고)로 회복됐다고 합니다. 물론 節電 등 제반 사정상 광고시장은 당분간 위축될 것입니다.
  
  東京電力이 쓰나미로 파괴된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복구工程表(공정표)를 발표(4.17)했습니다. 사고 원자로들을 6개월 내지 9개월에 걸쳐 冷溫停止(냉온정지) 상태로 안정화시킨다는 목표입니다. 물론, 安定化 공정은 기술적으로도 힘든 일입니다.
  
  꼭 성공하기를 바랍니다만, 아무리 봐도 간 나오토 정권은 방사능 오염이라는 국가적 과제를,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민간 회사(東京電力)에게 미루고 있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東京電力의 능력만으론 앞으로 보상 문제를 포함해서 대처에 한계가 있는 게 뻔하고, 때문에 東京電力을 일시적으로라도 國營化(국영화)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인데도, 정부의 의지와 각오는 보이지 않습니다.
  
  이번 大재해를 통해, 평소엔 일본 사회의 깊숙한 바닥에 가라앉아 있어서 좀처럼 외부인의 눈에 뜨이지 않았던 부분들이 꽤 드러납니다. 외국인들이 일본 사회를 설명할 때 많이 사용하는 키워드의 하나가 ‘談合’이 아닌가 합니다. 물론, 어떤 선진사회도 ‘담합 구조’가 전혀 없을 수 없겠지만, 일본은 좀 심한 편입니다.
  
  당연히 언론 보도에도 일종의 ‘情報談合(정보담합)’이 존재합니다. 즉, 권위 있는 매체들이 일반인이 알고 싶은 정보를 전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이럴 때는 정보를 얻기 위해, 혹은 보도의 이면을 읽기 위해서는 약간의 궁리가 필요합니다. 예를 들면, 일본에서는 情報談合에 의해 차단된 소문이나 民心이 드러나는 과정이, 종이 매체의 경우는 대개 週刊紙 > 月刊誌 > 日刊紙(전국지) 순으로 전파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지금은 종이 매체가 위기 상황으로 예전과는 사정이 많이 변했지만, 인터넷이니 트위터니 하는 정보 매체는 眞僞와 경중을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에 역시 전문가가 만드는 전통적으로 권위가 인정된 매체가 안전합니다.
  
  이번 재해를 전하는 보도에도 ‘담합’-‘자율 규제’가 많습니다. ‘오프더레코드(off the record)’거나 정보 공개 可否(가부)를 떠나, ‘자율 규제’가 좋다 나쁘다를 떠나, 권위 있는 언론의 보도라고 해서 그것만 보고 들어서는 진상을 모를 수 있다는 점을 말하는 겁니다.
  
  저도 가끔 週刊잡지를 삽니다. 후쿠시마 제1原電 반경 20km 내의 사정이 실제로 어떤가 하는 정보 등 정부 당국과 권위 있는 매체들이 전하지 않는 정보를 접할 수 있습니다. 당국은 사고 原電 반경 20km를 강제 피난지역으로 지정했지만, 과연 비상사태 선언 등이 없이 통상적인 경비태세로 치안을 얼마나 유지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일본에서도 지난 수년간 외진 곳에 위치한 편의점이나 ATM 등을 습격, 강탈하는 범죄가 적지 않았고, 그런 범행 중에는 일본에 원정 온 외국인의 소행으로 보이는 경우까지 있었는데, 이번에 피난 지역에서 역시 비슷한 범죄들이 발생했습니다.
  
  절대 다수의 국민들이 극한 상황에서도 질서와 공익 유지에 기꺼이 협력했음에도, 재해 지역에서 계획적인 침입, 절도, 약탈 등을 봉쇄하는데 실패, 치안 부재를 허용한 것은, 전적으로 초기 상황 판단부터 실패한 간 나오토 정권의 무지, 무개념 탓입니다.
  
  간 나오토 정권이 이번 大재해 때 일본 사회의 ‘높은 시민의식’에 주로 기대했다면, 이는 정부의 역할이 뭔지, 비상사태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었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서울 중심부를 무정부 상태로 만들었던 광우병 사태 때 개념 없이 손 놓고 있었던 한국 당국을 보던 때보다 더한 느낌입니다.
  
  역사적인 ‘3.11 大지진’에 관한 일본 사회의 여러가지 논의 가운데서 최근 특이하게 느껴진 게 있습니다. 이번 東일본 大지진을, 역사적으로 18세기 포르투갈을 강타했던 리스본 大지진(1755년 11월1일)과 비교, 전개하는 文明史的 고찰입니다. 당시 M9에 상당하는 거대 지진과 쓰나미가 리스본을 완전 파괴(6만여 명 사망)하여, 이 사건이 大航海 時代의 주역이었던 포르투갈의 쇠퇴를 불러왔던 역사적 사실을 거론하면서, 일본도 ‘3.11’로 문명사적으로 쇠퇴하게 될지 모른다는 이야기입니다.
  
  일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가끔 당혹감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한국말에 비해 謙讓語(겸양어)가 발달된 때문인지 지나치게 자신을 낮추는 경우를 봅니다. 謙讓語가 사람을 그렇게 만드는 것인지, 특히 知識人을 자처하는 사람 중에는 스스로(일본, 일본사회)를 비판적으로 보아야 한다는 관념에 사로잡힌 것 같은 경우를 봅니다. 자신을 객관화, 내지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것은 어른스런 태도이긴 하지만, 그것이 批判을 넘어 自虐(자학), 혹은 悲觀(비관)이 되면 곤란합니다. 종종 듣는 ‘일본문명 쇠망론’, 특히 이번 大지진으로 의기소침하여 빠져드는 비관론을 들으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듭니다.
  
  3.11 거대지진과 쓰나미가 ‘1000년에 1번’의 재해임은 틀림없지만, 물적 피해는 일본 국내총생산의 5%를 상회하는 정도, 사망과 실종자는 인구의 0.025% 전후이며 首都가 파괴된 것도 아닙니다. M9급 지진이라는 공통점 외에는, 18세기의 포르투갈과 지금의 일본은 사정이 전혀 다릅니다. 역사를 돌이켜 보면, 일본이 '태평양 전쟁'에서 국가의 모든 자원을 거의 소진하고 두 개의 도시가 원폭 공격을 받고 패전(1945년)하여 6년 8개월간 점령당했다가 주권을 회복(1952년 4월)한 게 불과 59년 전 일입니다. 그리고 그 철저한 패배를 넘어서 일본 역사상 가장 자유롭고 잘사는 나라를 만들었습니다. 국가적 위기 상황을 강조하려는 의도였다고 해도, 18세기 포르투갈과 21세기 일본을 억지로 비교하는 건 그저 방관자의 知的 遊戱(지적 유희)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인간의 능력은 비관적 전망보다 진취적인 비전을 만드는데 더 필요합니다.
  
  재해, 피난지역에 남겨진 동물들, 특히 끈에 묶여 집이나 축사에 방치된 동물들의 운명은 참혹합니다. 주인들이 피난가면서 끈만 풀어주었어도 살 수 있었는데, 그냥 떠나 버려 목마르고 굶주려 죽은 동물들이 너무 많습니다. 그렇게 고통스럽게 죽게 하려고 그동안 동물들을 키웠었습니까? 이럴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어디 동물들뿐입니까!
  
  한반도의 북쪽에서도 스스로 먹고 살도록 풀어주기만 했어도 굶어죽지 않았을 선량하고 유능한 사람들이 수 없이 죽었습니다. 그리고 그 묶인 사슬을 끊어주지 않는 한 그들은 야만적인 김일성-김정일-김정은 ‘金家王朝’에 의해 앞으로도 계속 죽어갈 것입니다.
  
  벚꽃이 지자 봄비에 가로수가 신록에 감싸입니다. 이 눈부신 신록이 불과 몇 미터도 안 되는 끈에 묶여 고통스럽게 죽어간 동물들, 그리고 인간들의 恨을 위로해 주기를 소원합니다.
  
  (2011.04.20 東京에서)
  
[ 2011-04-21, 10:31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미투데이미투데이  요즘요즘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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