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약과 보약의 혼동: 한국사 필수 과목화
졸속한 한국사 필수과목화는 국민과 공무원의 대한민국에 대한 자긍심→충성심을 저하시키는 독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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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과학기술부와 국사편찬위원회 등은 지난 22일‘역사교육강화방안’을 발표했다. 이 방안에 따르면, 금년부터 고등학교 교육과정에서 선택과목으로 변경된 한국사 과목을 내년부터 필수과목으로 환원하기로 했다. 또 역사교육의 강화를 위해 내년부터 각종 공무원 임용시험 및 국·공립 교사 임용시험에 한국사를 사실상 필수과목으로 지정하는 조치를 확대하기로 했다.
  
   교육과학기술부와 국사편찬위원회 등의 이러한 조치는 매우 졸속한 것으로서, 그 졸속함으로 인해 한국사 필수과목화는 그러한 조치를 취하면서 기대하는 좋은 목적과는 반대되는 나쁜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비유하자면, 국민과 공무원의 국가에 대한 자긍심과 충성심을 고취하기 위한 보약이라고 생각하여 역사교육을 강화한 것이 결과적으로는 국민과 공무원의 국가에 대한 자긍심과 충성심을 저하시키는 독약의 효과를 나타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필자는『정론공방』에 게시한 2월 21일자 글「죽 쒀서 개주는 꼴 될 한국사 필수 과목화」에서, 고등학교에서 한국사를 필수과목으로 교육하도록 하고 공무원 임용시험에서 한국사를 필수과목으로 지정하는 취지는 좋으나, 현재의 제반 여건을 고려할 때 한국사 필수 과목화를 졸속하게 추진하면 좋은 취지와는 반대되는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음으로, 그런 나쁜 결과를 피하려면 사전에 충분한 대책을 취한 다음에 천천히 한국사 필수 과목화를 진행하라고 당부한 바 있다.
  
   지난 2개월 동안 교육과학기술부, 국사편찬위원회, 역사교육과정개발추진위원회 등은 한국사 필수과목화가 초래할 독약의 효과를 제거할 조치를 아무것도 취한 바 없다. 또한 앞으로 독약의 효과를 제거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려는 구체적인 계획도 제시한 바 없다. 그러면서 한국사 필수 과목화만 서둘러 결정했다. 그들이 무엇에 쫓겨서 그런 졸속을 범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앞으로 그 졸속을 보완할 과감한 조치들이 취해지지 않는 한 졸속한 한국사 필수 과목화는 반드시 그 애국적 취지에 반대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필자가 그러한 불길한 예상을 하는 근거는 다음 2 가지 사실이다.
  
   첫째, 현재 고등학교에서 사용되는『한국사』와『한국 근·현대사』교과서의 내용에 대한민국에 대해 부정적으로 왜곡 서술된 내용이 많고, 근래 수년 간 실시된 공무원 임용시험의 한국사 과목 중 근·현대사 문제의 출제경향이 수험준비생으로 하여금 대한민국에 대해 부정적인 역사 지식의 축적을 유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현재 고등학교 국사 교육에 사용되고 있는 교과서는 총 12개가 있다. 6개는 과거부터 출판되어 온『한국 근·현대사』이고, 6개는 금년부터 출판된 『한국사』이다. 필자가 분석해본 바에 따르면, 6개『한국 근·현대사』교과서는 모두가 다 대한민국의 역사에 대해 부정적으로 왜곡 서술된 내용을 많이 내포하고 있다. 6개『한국사』교과서의 65% 정도의 분량을 차지하는 근·현대사 부분도 대한민국의 역사에 대해 부정적으로 왜곡 서술된 내용을 많이 내포하고 있다.
  
   예를 들면, 8·15해방 직후 결성된 좌익과 중도파의 통일전선 기구인 조선건국준비위원회를 좌-우-중도가 모두 참여한 민족통일전선기구로 서술한 것, 북한에서 단독정부 수립과 사회주의화 변혁이 먼저 취해지고 난 후에 남한에서 대한민국이 건국된 사실을 무시하고 남한에서 대한민국이 먼저 건국되고 뒤에 북한에서 정부가 조직된 것처럼 서술한 것, 남한에서의 정부수립을 저지하기 위한 북한 공산세력의 통일전선 전술에 이용당한 측면이 강한 김구·김규식의 남북협상 참여를 마치 민족분단을 저지하려는 숭고한 노력인 것처럼 서술한 것 등이다. 실제 일어났던 사실과 반대되는 이러한 反대한민국적 왜곡 서술은 12개 교과서에 모두 포함되어 있다.
  
   최근 실시된 공무원 임용시험 한국사 과목의 현대사 부문에 있어서 출제빈도수가 가장 높은 것은 대한민국에 대해 부정적인 사항들에 관한 문제들이거나 남북한간의 대화와 합의문에 관련된 문제들이다. 그러한 문제들은 모두가 대한민국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운동권 및 친 운동권 응시자들이 관심과 지식을 많이 가지고 있으면서 정답을 알아맞히기 쉬운 것들이다. 이러한 사실은 공무원 임용시험의 현대사 문제 출제경향이 시험 준비생들로 하여금 대한민국에 대한 부정적 지식의 축적을 유도하고 있음을 알려준다.
  
   둘째,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의 反대한민국적으로 왜곡 서술된 내용들이나 공무원 임용시험의 반대한민국적 출제경향이 쉽게 시정될 수 없다는 사실이다.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의 내용을 고치려면 교과서 집필자들의 역사인식이 바로 잡혀야 하고, 교과부가 마련한 한국사 교과서 편수지침이 구체적이고도 올바른 방향으로 작성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과서 집필에 참여하고 있거나 또는 교과서 집필자들의 스승이자 편수지침 집필자들인 한국 근·현대사연구자들이 대한민국과 그 건국을 주도한 인물들에 대한 객관적 사실에 근거한 올바른 지식을 가져야 한다. 또 공무원 임용시험 근·현대사 문제의 출제경향이 대한민국에 대한 자긍심을 고취하는 쪽으로 시정되려면 그 출제위원들이 대한민국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가진 역사학자들이어야 한다. 그러나 오늘날 대학과 연구기관들에서 근·현대사를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역사학자들의 압도적 다수는 절대로 그런 지식과 태도를 가질 수 없는 사람들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한국 근·현대사에 대한 반대한민국적 왜곡 서술을 자신들의 사명으로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1970년대 말부터 반체제 지식인운동의 일환으로 반대한민국적 근·현대 서술 캠페인에 참여했던 연구자들이거나, 1980년대부터 민족해방 민중민주주의혁명 투쟁에 참여했던 국사 전공 학생들과 그들의 후배들이다.
  
   당시 대학 역사학과의 대부분의 기성 교수들은 근·현대사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은데 반해, 그들 운동권 역사연구자들은 대한민국이‘태어나서는 안 될 국가’이며, 대한민국의 건국을 주도하고 지배해온 사람들은 친일파와 그 후예들이고, 대한민국의 역사가 미국의 피식민지화 역사이자 민중억압의 역사라고 왜곡 서술하는 논문과 저서들을 적극적으로 발표했다. 그러한 논저들의 발표 목적이 그것을 읽은 대학생과 청년들로 하여금 대한민국을 뒤집어엎는 민족해방 민중민주주의혁명 투쟁에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것임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당국자들은 현재 상태를 시정하지 않은 채 시행되는 졸속한 한국사 필수과목화는 국민과 공무원의 대한민국에 대한 자긍심→충성심을 저하시키는 독약이라는 점을 정확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동일한 내용의 처방이라도 환자의 상태와 투약시점의 차이에 따라 독약이 될 수도 있고 보약이 될 수도 있다는 이치를 이해하지 못하여, 독약을 보약으로 착각하여 투약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시간을 두고 고등학교 한국사 교육 및 공무원 임용시험의 한국 근·현대사 출제경향 속에 내포된 독소들을 제거한 다음, 한국사 필수과목화를 점진적으로 시행하는 지혜를 발휘해줄 것을 당국자들에게 다시 한 번 당부한다.
  
  양동안(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http://blog.daum.net/pre-agora)
  
[ 2011-04-28, 02:13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미투데이미투데이  요즘요즘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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