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락 맞아 죽을 놈들
"하나님, 어찌하여, 벼락 맞아 죽을 놈들은 그대로 두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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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월 그믐날 새벽 3시쯤에 눈을 떴습니다. 내가 사는 서울 일대에 요란하게 벼락이 떨어졌는데 근년에 겪어보지 못한 무서운 뇌성벽력이었습니다. 한두 번에 끝나지 않고 치고 또 치고 하여, 많은 서울 사람들이 선잠에서 깨어났을 것입니다. 아마도 날이 새면, 이번 벼락으로 어떤 피해가 있었는지 TV나 라디오를 통해 알게 될 것입니다.
  
  
   매우 흉악한 인간을 두고 “벼락 맞아 죽을 놈”이라고 합니다. 저런 악질의 인간은 사람 사는 세상에서 좀 자취를 감추어주었으면 하지만, 그런 인간일수록, “욕을 많이 먹으면 오래 산다.”는 속담 때문인지, 오래 살 뿐 아니라 떵떵거리며 잘 사는 꼴을 보다 못해 우리 조상들이 만들어낸 넋두리가 아니겠습니까. - “벼락 맞아 죽을 놈”
  
  
   내가 이래 뵈도 “네 원수를 사랑하라”고 가르친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따른다는 사람인데, 감히 “벼락 맞아 죽을 놈들”을 운운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떨리는 마음’으로 고백합니다. 내 마음 속에도 그런 인간들이 있습니다. 나는 큰 꿈을 안고 해방을 맞았습니다. 일제 말기에 국민 학교 교사이었습니다. 해방이 되고 나도 김일성 밑에 살았습니다. 살면서 느꼈습니다. “세상에 저런 고약한 놈도 있나!” 그래서 평양을 탈출하여 천신만고 끝에 38선을 넘어 서울까지 와서 오늘 80도 한참 넘은 노인이 되기까지 어슬렁어슬렁 살아가고 있습니다. 요 몇 년 사이에 폭삭 늙었습니다.
  
  
   김일성이 죽고 김정일이 그 뒤를 이었다고 전해질 때, “제 애비보다는 좀 낫겠지.”하였습니다. 그런데 이 자는 ‘부전자전’이라는 말만 가지고는 설명할 수 없는, 애비보다도 몇 배나 더 잔인한 인간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황장엽이 뒤늦게 북을 탈출한 까닭을 나는 압니다. 서울에 가다가 죽는 것이 김정일 손에 죽는 것보다 낫다고 그는 믿었기 때문입니다.
  
  
   일전에 카터가 평양에 들렸다 서울에 와서, “북의 인권을 문제 삼지 말자”는 내용으로 한 마디 하는 것을 듣고, “저 노인도 이제 차차 망령이 나기 시작하는구나.”라고 느꼈습니다. 벼락을 맞아야 할 놈의 주변에도 벼락을 맞아 마땅한 놈들이 여럿 있습니다. 대한민국 땅에 편안히 살면서, 먹을 것도 입을 것도 있을 곳도 없어 벌벌 떨며 자유와 인권에서 동떨어진 곳에서 덜덜 떨며 연명하는 우리 동포들을 외면하고 ‘진리’니 ‘정의’니 ‘민족’이니 ‘민주주의’니를 운운할 자격이 있습니까.
  
  
   그러나 뜻밖에도, 벼락은 이런 고약한 놈들을 때리지 않고 엉뚱하게도 천안함에서 근무하던 46명의 꽃다운 젊은이들을 때리고 또 연평도에 살던 죄 없는 선량한 시민들을 때렸습니다. 탈북자인 내가 하나님께 묻습니다. “하나님, 어찌하여, 벼락 맞아 죽을 놈들은 그대로 두십니까, 죽어 마땅한 놈들은 다 살려주십니까. 추수 때를 기다리시는 겁니까. 가라지를 뽑을 때가 그 때 밖에 없습니까.”
  
  
  김동길(www.kimdonggill.com)
  
[ 2011-05-02, 15:23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미투데이미투데이  요즘요즘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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