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사진 한 장의 의미
"형식적 권위보다 작전을 성공리에 이끌어 국민을 감동시키고 박수 받는 것이 진정 존경받을 수 있는 지도자의 참모습"

홍득표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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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1년 9월 11일 영화 속의 한 장면으로 착각할 정도의 끔찍한 테러사건이 미국 뉴욕에 있는 국제무역센터에서 발생했다. 당일 네 번의 공격에서 3000명 이상이 희생되었다. 미국은 말할 것도 없고 전 세계가 분노했고 경악했다.
  
   국제사회에서 인질납치, 비행기 납치, 폭파, 무고한 민간인의 무차별 공격 등 테러리즘의 폭력성이 쟁점으로 부각된 것은 꽤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특정 지역에 국한되었던 테러가 오늘날 과학기술의 발달로 전지구적 현상으로 확산되었다. 9. 11테러가 바로 테러의 전지구화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준 불행한 사건라고 볼 수 있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테러리스트 집단과 조직은 자신들의 주장 설파, 조직 간 조정, 기밀유지, 기동성, 치명적 공격능력 등을 향상시켰다. 전지구적 차원에서 테러와의 전쟁에 대비하지 않으면 예방이 힘든 상황으로 발전한 것이다.
  
   미국은 9.11테러를 일으킨 알카에다의 창립자이면서 주모자인 오사마 빈 라덴을 지난 1일 파키스탄의 은신처에서 사살했다. 10년만의 끈질긴 추적 끝에 개가를 올린 것이다. 국제사회의 중요 쟁점인 테러가 빈 라덴의 사살로 지구상에서 종식되리라고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어떤 형태든 보복테러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더 이상의 테러가 발생하지 않도록 국제공조체제를 굳건하게 다져야 할 것이다.
  
   빈 라덴의 제거작전 수행과정을 백악관에서 지켜보는 오바마 대통령의 사진을 보고 감명 받지 않을 수 없었다. 국군 통수권자가 중요한 작전을 실시간 보고 받고, 상황실에서 진행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대통령이 앉아 있어야 할 상석을 작전상황을 모니터링하는 공군준장에게 양보하고 자신은 흰색 셔츠에 남색 잠바를 입고 구석에 쪼그려 앉아 있었다는 사실이다. 합참의장은 서서 작전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사진에 나타난 오바마 대통령의 모습이 너무 초라해 보였지만 실무자를 배려하는 모습에 감명 받지 않을 수 없었다.
  
   미국의 문화 때문이라고 이해하기보다는 오바마의 겸손하고 탈권위적이며 실질적인 리더십의 표출이라고 평가하고자 한다. 상황실 구석에 초조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오바마 대통령의 모습을 보면서 상황이 판이하게 다른 오래 전의 경험이 생각났다. 미 해병대 고등군사반 동기생 집에서 부부동반 파티가 있었다.
  
   좌석이 한정되어 선착순으로 앉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학교장 부부가 뒤 늦게 도착했는데 자리가 없었지만 누구도 양보하지 않았다. 학교장 부부도 서 있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이었다. 동양식으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위계질서가 엄격한 군에서 피교육생들이 부인과 함께 참석한 학교장에게 자리를 양보하지 않는다는 것을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의아해서 그 후에 한 참석자에게 물었더니 부부동반 사적모임에서 학교장이라고 자리를 양보할 필요는 없는 것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하지만 학교에서 교장을 대하는 태도는 달랐다. 공과 사를 엄격하게 구분하는 모습을 읽을 수 있었다.
  
   오바마 대통령이 실무자에게 상석을 내주고 구석 자리에 앉은 것은 부부동반 사적 모임이 아닌 백악관에서 있었던 일이다. 그래서 의미가 더 큰 것이다. 비밀 제거작전 상황을 지켜보는 매우 긴장된 자리다. 그런데도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이 중앙에 준비된 상석을 실무자에게 양보하고 구석에 쪼그려 앉아 있는 모습은 겸손하고 실질을 중시하는 리더십의 진수를 보여주는 것 같았다.
  
   높은 사람을 맞이하기 위해서 입구에 도열하고 입장하면 기립하여 박수치는 것이 의전일 수 있지만 격식보다는 실질을 중시하는 모습을 배워야 할 것이다. 형식보다는 내용을 숭상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의전 때문에 확립되는 형식적 권위보다 작전을 성공리에 이끌어 국민을 감동시키고 박수 받는 것이 진정으로 존경 받을 수 있는 지도자의 참모습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는 언제쯤 겸손하고 탈권위적이면서 내용을 중시하는 리더십에 감명 받는 날이 올 수 있을까?(konas)
  
  홍 득 표(인하대 교수, 정치학)
  
  
  
[ 2011-05-06, 11:31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미투데이미투데이  요즘요즘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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