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부와 EBS의 엽기적 정경유착
교과부가 총칼보다 무서운 입시로 협박하여 EBS 상품을 독점적으로 강매하는 건 자유민주와 시장경제에선 있을 수 없는 엽기적 정경유착이다.

최성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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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BS와 수능연계 비율을 70%로 유지하겠다.”

언어와 외국어의 지문을 그대로 활용하겠다.”

각 영역 만점자의 비율을 1%로 맞추겠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전국의 예비대학생 69만 명이 20116월 모의고사를 보고 난 후 하나같이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의 장담이 진담임을 증언했다. 국어와 영어는 독해 문제가 중심인데, 아예 지문을 읽지도 않고(독해는 아예 하지도 않고) 문제만 읽고 그 부분만 찾아서(달달 외워서) 후딱 푼 문제가 70% 정도 된 모양이다.

 

 “이런 시험 왜 봐요? 내신 시험보다 못하네요.”

 학생들의 볼멘 말에 교사는 쓴웃음을 짓거나 교과부의 무한 월권에 대해 성토했을 것이다.

 

 언어 0.06%, 외국어 0.21%, 수리 가형 0.02%, 수리 나형 0.56%, 이상은 다름 아닌 현재의 이주호 장관 본인이 외압을 가한 2011학년도 수능의 각 영역별 만점자 비율이다. 동일한 교육수장이 불수능에서 한 해도 안 되어 물수능으로 바꾸겠다고 장담하더니, 모의평가에서 진짜 이를 맛보였다. 작년에도 EBS 교재를 그대로 이용한 게 70%나 되지만, 올해는 왕창 쉽게 출제하여 더 실감나게 하겠단다. 적어도 둘 중 한 정책은 잘못되었다는 말이다. ‘불수능도 옳고 물수능도 옳다, ? 대통령의 심복인 무소불위의 교육부 수장이 하는 일이니까! 변별력 있는 수능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것도 옳고, 변별력 없는 수능 대신 다른 잠재력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것도 옳다, ? 대통령의 심복인 무소불위의 교육부 수장이 하는 일이니까!

 

 사교육 대책이 약 20년간 누구도 건들 수 없는 성역(聖域)이 되었다. 김영삼 정부 이래 네 정부가 연달아 내놓은 기기묘묘한 사교육 대책은 모조리 실패했지만, 공교육은 날로 부실해졌지만, 어떤 정권도 책임을 진 적이 없다. 동기의 순수성으로 결과의 실패를 정당화했다. 동기가 과연 순수했는가? 아니다! 그것은 기본적으로 정치논리였지 교육논리가 아니었다. 동기 자체가 불순했다. 정책도 엉터리였고 결과는 더 엉망이었다.

 

 모든 시험은 평가다. 평가는 배운 것을 기초로 하여 지식과 이해력과 응용력과 창의력을 적절한 난이도로 결정하는 것이다. 적절한 난이도라는 것은 변별력을 말한다. 전체적으로 쉬워도 안 되고 전체적으로 어려워도 안 된다. 적절해야 한다. 1969학년도에서 1980학년도까지 실시한 예비고사는 단 한 번도 난이도 문제로 시끄러웠던 적이 없다. 거의 일정했다. ? 정부가 출제자에게 난이도 조절을 일임했기 때문이다. 출제자가 기본을 충실히 지켰기 때문이다. 또한 본고사가 있어서 학교 수준에 따라 심도 있는 문제를 얼마든지 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1981학년도와 1994학년도부터 각각 실시된 학력고사와 수학능력시험은 1994학년도와 1995학년도에 일부 대학교에서 본고사를 볼 수 있었던 두 해만 빼고, 늘 난이도 시비에 시달렸다. 한 해는 쉬웠다, 한 해는 어려웠다....

 

 이명박 정부는, 이주호(차관일 때도 장관보다 셌음)는 어찌 보면 입시 종결자다. 교육자로선 차마 못할 정책을 진짜 단행해 버렸다는 점에서 종결자다. 그것은 바로 EBS와 공공연히 정경유착한 것이다. 뇌물을 받고 안 받고, 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일개 정부 투자 기업(이익은 거기 종사하는 임직원에게 100% 돌아감)에 정부의 무한 권력으로 일감을 일방적으로 밀어 준 것이다. 사교육을 잡는다며! 알고 보면, EBS도 일개 사교육 기관에 지나지 않는다. 이걸 뒤집어 말하면, 정부가 주도하는 공교육을 정부가 지정한 사교육 전문 초거대기업으로 접수하여 공교육만이 아니라 사교육도 독점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특정 기업에서 만든 제품을 안 사면 죽이겠다고 협박하여 물건을 강매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일생이 달려 있어서, 전국의 수험생은, 교사는, 학원은, 학부모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무조건 구매해야 한다. 험상궂은 상이군인이, 자신은 국가를 위해 희생했다며, 날카로운 의수를 휘두르며, 이 물건을 안 사면 애국자를 짓밟는 것이라며 조악한 물건을 강매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런 상이군인은 나라 전체의 상인에 비하면 정말 미미하여 큰 문제가 안 됐다. 그런데, 이건 경찰과 군인이 일렬로 도열하여 전 국민이 오직 한 길로만 지나가게 해놓고 총칼로 위협하여 물건을 강매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까짓 물건이야 안 사도 그만이지만, 이건 일생이 걸린 시험이다. 이 교육 서비스 제품을 안 살 도리가 없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대해 불공정 행위를 자행한다고, 정부는 공정사회를 내세워 전 방위로 공격하면서, 정부 스스로 그보다 훨씬, 무지무지, 엄청나게 불공정한 행위를 버젓이, 당당히, 자랑스럽게 자행한다.

 

 사교육을 줄인다면 모든 게 정당화되고 결과가 정반대로 나와도 면죄부를 받는다. 지구상에서 이런 무지막지한 교육정책을 쓰는 나라는 대한민국 딱 한 나라뿐이다. 공산국가인 중국과 베트남과 쿠바에서도 이런 일은 없다. 그런데, 이게 대한민국에서는 통한다. ? 언론도 허수아비고, 학계도 허수아비고, 교육계도 허수아비고, 학부모도 허수아비고, 학생도 허수아비고, 전교조도 허수아비이기 때문이다. 정권에 무관하게 20여 년간 이런 일이 태연히 자행됨에도 입시가 끝날 때만 잠시 와글와글할 뿐, 정부가 어지럽게 새 정책을 내놓거나 시행하는 과정에서 한 번도 바른 소리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쇠고기 중 하나에서도 기어코 흠집을 잡아 100일 천하대란을 일으키고, 유명무명 탤런트가 한 명 자살해도 친부모가 돌아가신 듯 전국이 와글와글 끓고, 본인이 아니라 본인의 아들(본인일 경우는 도리어 세 번이나 무사통과)이 정황상 석연치 않은 이유로 군에 가지 않은 걸 5년 주기로 두 번이나 전국이 당장 나라가 망할 듯이 난리를 피우기도 하지만, 많게는 한 과목에 15종에 이르는 검인정 교과서를 무용지물로 만들고, 전국의 중소 출판사를 모조리 부도나게 만들고(그 중에는 EBS보다 내용이 훨씬 알찬 교재를 만든 회사가 수두룩하지만), 오로지 정부와 엽기적으로 정경유착한 한 초거대기업만 독점적으로 공전의 흑자를 보게 만들고, 전국의 학생들을 똑같은 명령어와 지시어를 외우고 똑같은 대답도 외우는 공부 로봇으로, 바보로 만들어도, 논설 하나, 방송 코멘트 하나, 칼럼 하나 없다. 그저 사실 보도만 있고, 거기에 대응하는 현실적 대책만 내놓는다. 그러니, 교과부는 입시종결자를 자부하며 사교육비가 1% 줄었다, 2% 줄었다, 하며 자화자찬에 여념 없다.

    (2011. 6. 3.)

[ 2011-06-03, 16:32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미투데이미투데이  요즘요즘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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