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를 외면한 대통령
토목 공사에만 능한 사람을 대통령으로 만들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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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사회에는 명예직이 많습니다. 명예회장, 명예 이사장이라는 직함은 실권은 없고 ‘명예’ 뿐입니다. 기업체나 사회단체에는‘고문’이라는 자리가 있습니다. 한자 풀이를 하자면 ‘돌아다보고 물을 때 대답해 주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앞에 나서서 일을 하는 사람이 돌아다보면서,“이 일을 어찌 하오리까”라고 물을 때‘고문’은 자기 의견을 한 마디 피력하면 되는 겁니다. 회장이나 사장이 묻지도 않는데‘고문’이 먼저 이래라 저래라 하는 건 아닙니다.
  
   영어로‘고문'을‘애드바이저’(advisor)라고 하는 것은 책임 맡은 사람이 충고를 원할 때 충고를 한 마디 하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책임자가 원치도 않는 충고를 남발하는 사람은‘애드바이저’자격이 없습니다.
  
   민주국가의 대통령이, 특히 대통령 중심제의 체제 하에서‘명예 회장’이나‘고문’은 아니지요. 대통령에 취임하고 1~2년 사이에 미국 대통령 오바마의 머리에는 백발이 성성합니다. 그 만큼 일이 많고 힘이 드는 직책이기 때문에 그렇게 됐을 겁니다.
  
   그런 대통령에 비하면 한국 대통령은, 미안한 말씀이지만‘놀고 먹는 자리’라고 느껴집니다. 청와대의 주인이 큰일을 꾸며 그 일을 추진하려면 우선 사람들을 만나고 특히 반대하는 자들을 설득하는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인데 대한민국 대통령은 그런 일이 싫으니까, 야당 내에서 또는 여당 내에서 자기를 반대하는 사람은 한 사람도 만날 생각을 하지 않고 남대문 시장에서 떡볶이 만들어 파는 아주머니들을 찾아가 담소를 나누니 무슨 일이 되겠습니까.
  
   17대 대통령이 선거 공약으로 내세운‘가장 그럴 듯한 사업이 대운하 공사’였습니다.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대학 교수라는 사람들이 집단으로 반대 성명을 냈습니다. 반대의 주된 이유는‘환경 파괴’였습니다. 그랬더니 정부가 계획하던 대운하 공사는 쑥 들어가고 잠잠해졌습니다. 그러다가‘대운하 공사'가‘4대강 살리기’로 둔갑하여 고개를 들기 시작했습니다.
  
   야당은 물론 반대하고, 여당 내부에도‘세종시 수정안'과 맞물려 반대의 목소리가 높은데도 불구하고 그 안건들은 국회에 상정되어 둘 다 부결되고 말았지요. 대통령은 정치의 일선을 담당하는 총사령관입니까 아니면 실권은 없는 명예직을 지키고 있는 겁니까. 땅을 치고 통곡할 일입니다. 이런 일을 겪으면서, 앞으로는 절대로 토목 공사에만 능한 사람을 대통령으로 만들지 말아야 한다는 확신에 도달했습니다.
  
   ‘청계천 복원’도 서울 시장 시절이니까 가능했지 아마 대통령이 되어서 시작했더라면 착공만 했지 준공은 못했을 것입니다. 사람 만나는 것은 싫어하는 대통령에게서 무슨 큰 꿈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할 수 있겠습니까.
  
   아, 슬프다.‘정치부재’의 대한민국이여!
  
  김동길(www.kimdonggill.com)
  
  
[ 2011-08-11, 00:10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미투데이미투데이  요즘요즘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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