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 그림 모두들 한 번쯤은 보셨으리라 압니다. 임진왜란 때 동래성 전투를 그린 동래성 순절도입니다.

냉철하게 우리 자신을 구체적으로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한 시기입니다.
토요토미 히데요시의 양대 심복 중 하나인 ‘고니시 유키나가’의 1진이 부산진성을 함락시키고 바로 당도한 곳이 동래성입니다.

고니시는 동래성 남문에 도착하여 [戰則戰矣 不戰則假我道]라고 적힌 팻말을 걸어놓고 도발을 합니다. “싸우든가 말든가 아니면 길을 비키든가”라고 말입니다. 이에 동래부사 송상현은 이렇게 화답합니다. [死易假道難], 즉 죽기는 쉬워도 길을 내줄 순 없다. 바로 그 장면을 담은 그림입니다.

그 화답을 말해주는 나무판자 2개가 성벽 앞에 떨어져 있습니다. 이로서 임진년 7년간의 처절한 역사는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사이가도난(死易假道難): 죽기는 쉬워도 길을 비켜줄 수는 없다. 성문 바로 위에 송상현 부사로 보이는 장수가 있습니다. 동래성 앞에 포진한 고니시의 왜병은 도끼로 성문을 공격하기도 하면서 도발을 감행합니다. 그림에서 보면 동래성 조선군이 쏘는 화살에 왜병이 죽기도 하지만 왜군 총부대는 뒷쪽에 포진하고 있는 형태입니다. 그림만 보고 해석한다면 이것은 시선고정을 위한 유인책입니다.

▲왜병의 우회 기동: 압도적인 병력 우위를 점하고 있는 고니시의 왜병은 동래성 남문 쪽에서 송상현 부사의 조선군을 고정시켜 놓고 우회기동으로 들어가는 모습입니다. 그림에서도 보면 조선관군은 왜병의 주력이 포진한 남문에 집중되어 있는 반면에 왜병이 우회기동을 하고 있는 성의 동쪽을 보면 병력이 끊겨 있습니다.

▲결국 동래성이 뚫리다: 송상현의 조선관군을 동래성 남문 쪽에 집중시켜 놓은 채 우회기동한 왜병은 결국 동래성의 가장 약한 부분을 찾아내고야 말았습니다. 그곳엔 조선군이 전혀 배치되어 있지 않은 완전 무방비 지대입니다. 그곳으로 왜병은 물밀듯이 성안으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도망가는 장수와 병졸들: 왜병의 기세에 겁먹고 도망하는 조선 장수와 병졸의 모습도 그려져 있습니다. 기록에 따르면 경상좌병사 ‘이각’은 울산 병영에서 동래부까지 지원을 왔으나 왜구의 숫자에 겁을 먹고 북문을 통해 울산으로 도망을 한 것으로 나옵니다. 이미 도망하는 말 탄 장수와 병졸들, 그리고 성 안에선 또 한 무리의 병졸들이 창을 버리고 도망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4각의 링에선 숨을 곳이 없듯이 침략당한 땅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더구나 역사 기록에선 더더욱 숨을 곳이 없습니다. 

▲임금께 절하고 의연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송상현 부사: 그림의 가운데에서 관복을 입은 관리들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송상현 부사입니다. 송상현 부사는 항전을 하였지만 불가항력적 상황을 맞이해 갑옷을 벗고 임금이 있는 북쪽을 향해 절을 하고 하직의 글을 남겼다고 합니다. 결국 왜병의 칼에 전사하고 맙니다. 준비 안 된 상황에서 장수가 할 수 있는 마지막 방법이었을 겁니다. 그 와중에서도 창 하나 들고 왜병에 맞서고 있는 병졸을 보니 애처로워 보입니다. 

▲처절한 역사의 현장-지붕에 올라가서 기와장을 던지는 아녀자: 관군의 패배로 왜병에 점령된 동래성에서 남은 것은 처절한 역사의 현장이었습니다. 지원군은 도망가 버렸고 동래성 관군은 이미 패하였고 그 다음의 차례는 바로 힘없는 아녀자 차례였습니다. 그림을 보면 지붕에까지 올라가서 기왓장을 던지며 맞서는 부녀자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 아래에는 던져진 기왓장이 보입니다. 왜병은 지붕에 올라가 있는 아녀자를 향해서 조총을 겨누고 있습니다. 또 다른 지붕에선 도포에 갓을 쓴 선비 모습의 백성이 역시나 기왓장을 던지며 맞서 보지만 아마도 결과는 모두가 짐작하고 있는 그것이었을 겁니다.

당시 왜장 고니시의 종군승으로 따라 왔던 덴게이(天荊)는 《서정일기》에 이 날의 동래성에서 ‘목을 벤 게 3000여, 포로가 500여’라고 기록했다고 합니다.
 
저런 시절을 겪었는데도 그로부터 40년 후엔 병자호란을 그리고 또 그로부터 약 300년 후엔 일제의 식민지로 전락하였던 역사입니다. 지금 또 도전을 받고 있습니다. 군축론자로부터, 거짓된 평화론자로부터 우리의 국방력이 도전을 받고 있습니다. 복지가 이슈가 되는 시절에 국방력 강화의 목소리가 자칫 위축될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 우리는 마지막 사진을 보여 줍시다. 국방과 안보가 무너진 상황에선 무슨 복지가 필요할까 하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는 평택 미군기지 이전 건설을 ‘전쟁침략 기지’ 건설이라면서 반대하고, 우리의 해양주권을 지키는 초석인 제주해군기지 건설도 반대하고 있습니다.
 
지붕 위에 올라가 기왓장을 던지며 저항하는 백성들의 모습은 바로 우리들의 이야기가 될 수 있습니다. 바다로부터 오는 적을 바다에서 못 막았을 때 육지에서 승리는 무의미합니다. 전쟁억제력이 무너졌을 때 그것을 회복하기란 더더욱 힘듭니다. 이번 서울시장을 뽑는 것은 적을 바다에서 막느냐 아니면 육지로 끌어들이느냐만큼 중요합니다.
 
김종서 장군이 한 유명한 말이 있습니다. 500년 전 김종서 장군의 말은 오늘날 박원순 후보에게 딱 들어맞습니다.

<군사를 훈련시키려고 하면 어떤 이는 ‘백성이 굶주리고 있으니 할 수 없다’하고,
무기를 수리해 놓으려 하면 ‘백성이 가난하니 할 수 없다’하고,
장정의 숫자를 점검해 보려고 하면 ‘백성이 놀라서 시끄럽게 되니 할 수 없다’하고,
군대를 출동시키려하면 ‘국고가 비어 있으니 안 된다’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백성이 굶주리고 국고가 비었다고 해서
오랑캐가 쳐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