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차 자유통일이 이뤄지면, 악법밖에 없는 북한의 법은 모조리 폐기되고 한국의 자유민주 양법(良法)이 북한에도 고스란히 적용될 것이다.

“악법은 안 지켜도 된다.”(박원순)

이 말은 북한에 가서 해야지 한국에서 하면 안 된다. 북한에선 그러다가 바로 잡혀가서 상상초월 고문 끝에 공개 총살당하겠지만, 그는 로자 파크스보다 수십 배 위대한 사람이다. 북한 민주화를 위해 한 알의 밀알이 될 위대한 사람이다. 일제시대에 독립운동하다가 희생된 사람보다 위대한 사람이다. 그러나 한국에서 이런 말하는 사람은 나쁜 사람이다. 한국의 자유민주에서 단물만 빨아먹고 공산독재에게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은밀한 추파를 던져, 세계 챔피언 독재자에게 오판의 빌미를 주는 나쁜 사람이다. 일제시대에 독립투사를 밀고하여 출세한 사람보다 나쁜 사람이다. 일제시대에는 말할 자유가 없었지만, 한국에선 말할 자유가 노아의 홍수처럼 넘침에도 그 자유를 악용했으니까, 악질 친일파보다 나쁜 사람이다. 반민주적이고 반민족적인 나쁜 사람이다.

북한의 법은 모조리 악법이다. 설령 법이 있다고 해도 그것은 김정일의 명령과 지시에 의해, 그의 심술과 변덕에 따라 언제든지 사문화된다. 북한은 법 위에 노동당규약이 있고, 노동당규약 위에 김일성의 10대 강령이 있고, 김일성의 10대 강령 위에 김정일의 신년공동사설이 있고, 김정일의 신년공동사설 위에 김정일의 명령과 지시가 있고, 김정일의 명령과 지시 위에 김정일의 심술과 변덕이 있다. 북한에선 출신성분과 뇌물, 권력과 아첨, 우상숭배와 거짓이 모든 걸 좌우한다. 도대체 상식이나 원칙이 없다. 신혼여행도 김일성 동상 참배가 시작이요 끝이다. 첫날밤도 김일성과 김정일의 초상화가 부리부리 내려다보는 곳에서 치러야 한다. 그러다가 불이 나면 신부나 신랑을 제쳐놓고 그 초상화를 안고 탈출해야 한다. 인민보안원(경찰)한테 덤벼? 100일 동안 평양의 광복거리를 장악해? 당당히 북한 전역을 돌아다니며 북한인권 운동을 해? 평양시장에 입후보해? 북한에선 거주이전의 자유가 없어서 외교관도 처자를 다 데려가지 못하는데, 마이너스 재산가라면서 1년 중 100일을 해외에서 보내?

한국은 자유민주 국가이다. 자유민주 국가에서는 민주적 절차에 따라, 국회에서 법을 제정하고 국회는 국민에 의해 선출된 대표자에 의해서 구성된다. 모든 법은 국민의 법이요, 국민에 의한 법이요, 국민을 위한 법이다. 시대가 변하면 처음에는 아무리 훌륭하던 법도 비현실적일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법을 고치면 된다. 이전에는 없던 상황이 생겨나 새로운 법이 필요할 때도 있다. 이럴 경우에는 새로운 법을 만들면 된다. 대체로 다수당 주도로 법이 개정되거나 제정되지만, 정부가 발의한 법안도 있고 소수당이 발의한 법안도 있어서 갑론을박하는 과정에서 결국은 다수결에 의해서 법안이 통과된다. 소수당에서 발의한 법안이 통과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소수당이 늘 소수당인 것도 아니다. 한국에선 정권교체도 실지로 여러 번 이뤄졌고 그때마다 여당이 원하는 대로 많은 법이 제정되었다. 때로는 악법도 제정되었다. 그러나 그 악법에 대한 평가는 이념에 따라, 정파적 이해에 따라 판이하게 다를 수 있다. 그럴 때도 실정법이므로, 악법 여부를 정확히 알 수 없으므로 개정되거나 폐기되기 전에는 지켜야 한다. 그게 민주주의다. 한국은 1988년부터 여의도를 거치지 않더라도 악법을 민주적 절차에 따라 고치거나 폐기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에 위헌 여부를 정식으로 제소하면 된다. 한국에선 악법 여부를 낫과 망치의 붉은 별나라 이념에 사로잡힌 시민단체가 정하는 게 아니라, 헌법재판소가 정한다. 국회에서 통과되어 여러 해 시행된 법률도 헌법재판소에서 위헌이라고 판결하면 그 법은 악법으로 자동폐기된다.

박원순이 주장하는 악법은 국가보안법이다. 대법원 판례도 그렇고 헌법재판소 판례도 그렇고 국가보안법은 자유민주의 건강한 국체(國體)에 집요하게 파고드는 김일성 바이러스를 퇴치하는 안성맞춤 백신임을 거듭 밝혔다(1997년, 1998년). 구속기간이나 형벌체제 등 극히 사소한 일부 조항의 위헌 판례도 있지만(1992년, 2002년), 국가보안법 자체는 대한민국이 공산화되지 않는 한 악법이 될 수가 없다는 것을 거듭 밝혔다. 오히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가 반국가단체로 최종 판결한 단체가 이름만 바꾸어 가슴에 빛나는 별을 달고서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파괴하고 있다. 박원순은 바로 이런 단체가 광화문에서 김일성 만세를 외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과연 박원순은 카다피와 함께 불교인권위원회에서 불교인권상을 받을 만한 자격이 있는 듯하다.

1990년 동서독의 통일은 인류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통일이었다. 단 한 사람도 죽지 않았다. 그렇게 된 까닭은 동독의 공산독재 법률을, 악법을 모두 폐기하고 서독의 자유민주 양법(良法)을 옛 동독에 그대로 적용했기 때문이다. 장차 엄청난 어려움이 있겠지만, 한반도의 궁극적인 통일은 북한의 공산독재 법률을, 악법을 깡그리 폐기하고 한국의 자유민주 양법을 고스란히 북한에도 적용하는 법률행위가 될 것이다. 그 날 박원순과 박원순의 아바타 안철수는 과연 어디에 있을까?
(2011. 10.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