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치지형의 '레드 시프트'
낭떠러지가 낭떠러지인 줄을 모르고 달려가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 행렬을 막을 방도란 딱히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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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체물리학 용어로 레드 시프트(red shift)라는 게 있다. 우주공간 가장자리로 멀리 날아가는 물체일수록 그 파장이 길어지면서 점점 더 붉은 스펙트럼(spectrum) 쪽으로 간다는 것이다.

한국정치가 그렇다. 정치지형 전체가 우(右)에서 멀어져 좌(左)로 대이동 하고 있다. 4.11 총선을 고비로 그것이 결정적으로 현저해질 모양이다. 진보가 더 좌로, 민주당이 더 좌로, 새누리당이 더 좌로...,

경제와 관련해서는 “누울 자리보고 다리 뻗자”가 아닌 “다리부터 뻗고 보자”가 유행이다. “삼수갑산엘 가도...”인 셈이다. 이 논점에 대해서도 심도 있게 비판적인 접근을 할 수 있는 문제지만, 여기선 일단 뒤로 물리기로 한다. 그것도 중요한 이슈지만 그보다 더 치명적인 이슈가 있기 때문이다. 체제수호냐 체제변혁이냐의 결판이 바로 그것이다.

선진국의 경우 경제는 우로 갔다 좌로 갔다 한다. 나라 곳간이 비면 우로 가고, 공정성이 훼손되면 좌로 간다. 선거 때마다 있는 유권자들의 선택이다. 그러나 그런다고 자유민주 체제 자체가 죽었다 살았다 하는 건 아니다. 자유민주 우파와 온건 ‘애국좌파’가 정치지형의 지배적인 주주(株主)로 떡 버티고 있는 한에는.

그렇다면 한국의 경우는 어떤가? 온건 ‘애국좌파’하곤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80년대 주사파 민혁당의 비전향 계열인 ‘경기남부위원회’ 소속 인물들이 훗날 민노당 실세였던 ‘자주파’를 거쳐 지금 통합진보당 후보나 간부로 여럿 진출해 있다는 증언들이 최근 나온 바 있다. 뚜렷한 사상전환의 마디를 보인 바 없이.

그런가 하면 극렬한 악담(惡談)파도 있다. 어떤 통합민주당 후보는 이런 ‘농담 속 진담’ 같은 소리를 했다고도 한다.“ “미국에 대해서 테러를 하는 거에요. 유영철을 풀어가지고 부시, 럼스펠드, 라이스는 아예 XX(성폭행)을 해가지고 죽이는 거에요.” 한국이 미국에 테러를 하면 해외 반미(反美) 테러리스트들에게 잘보여 한국은 테러를 당하지 않을 수 있다는 소리였다.

세상엔 별 사람이 다 있다고는 하지만, 문제는 그 소수가 한 쪽 귀퉁이에 콱 찌그러져 있는 문자 그대로의 별 볼일 없는 소수가 아니라, 다수의 코를 한 줄에 꿰어 자기 쪽으로 확 낚아채는 견인 역(役)을 한다는 데 있다. 양적 소수파가 질적 기수(旗手) 구실을 하는 것이다.

이들이 좌 쪽의 지배적인 담론과 투쟁 어젠다를 만들어 선전선동을 해대며 냅다 잡아당기고 몰아세우니까 진보일반, 통합민주당, 새누리당, 그리고 시정(市井)의 이른바 ‘여론’이라는 중우(衆愚) 현상이 줄줄이 그 쪽으로 쏠리거나, 맞추거나, 부화뇌동 하거나, 눈치 보거나, 영합한다. 이래서 한국 정치지형 전체의 레드 시프트가 진행된 것이다.

이들 레드 시프트의 견인 역들은 차기 국회에서 캐스팅 보드를 쥘 것이라 한다. 그렇게 되면 통합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의 협력을 얻어야만 무슨 일이든 할 수 있게 된다. 세상엔 공짜가 없기 때문에 그 협력의 대가는 ‘날이면 날마다’ ‘가면 갈수록’ 레드 시프트일 게 뻔하다. 그리고 레드 시프트의 종착역은 체제수호냐 체제변혁이냐의 결판일 것이다.

낭떠러지가 낭떠러지인 줄을 모르고 달려가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 행렬을 막을 방도란 딱히 없다. 떨어져 보기 전에는 모른다. 아니, 말리면 말리는 사람만 욕을 먹기 십상이다. 그러니 어쩌랴. 어디 한 번 떨어져 보랄 밖에.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

[ 2012-04-04, 10:35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미투데이미투데이  요즘요즘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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