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머리 굴리기와 큰머리 쓰기
도둑은 왜 신발을 벗고 방으로 들어올까?

張良守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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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 몇 살 때, 신문사 사회부 기자로 경찰서에 출입할 때, 세상일에 거의 까막눈이던 나는 거기서 별별 희한한 일을 다 보았다. 그 중에서도 절도·사기를 저지르다 붙들려온 사람들을 조사하고 있는 것을 보고 놀라움을 금하지 못한 것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밤에 남의 집에 숨어들어 도둑질을 하는 사람들은 신발을 벗고 마루며 방에 들어간다는 것도 그때 처음 알았다. 절도라는 파렴치범이 무슨 그런 예의를 차리나 했는데 그것이 아니었다. 신을 신고 들어가면 신발 바닥에 묻은 흙·모래 알갱이 때문에 아무리 조심을 해도 짜박짜박 소리가 나기 때문에 그런단다.

방안에 숨어든 도둑이 서랍을 열 때는 제일 아래 것에서부터 위의 것으로 차례차례 연단다. 그것은 또 무슨 작업 순서가 그런 것이 있는고, 했더니 위의 것부터 열면 그 안에 든 물건을 꺼낸 다음 그 서랍을 닫아야 다음 것을 열 수 있는데 반대로 하면 열어 둔 채 그 위의 것을 열 수 있는 편의가 있기 때문이라 한다.

사기범들의 아이디어에도 기발하기 짝이 없는 것이 있었다. 1960년대 언젠가는 한, 수표를 위조해 사용했다가 붙들려온 사람이 있었는데 그의 수법이 그런 것이었다. 당시 고등학교 상업교과서에는 수표란 이런 것이라고 가르치기 위해서 컬러로 실제 수표의 앞뒷면을 인쇄해 싣고 있었다. 그 사진은 실물과 너무 꼭 같기 때문에 거기에 대각선으로 ‘見樣’(견양)이라는 큰 글자를 비스듬히 찍어 두고 있었다. ‘이것은 보기다’라는 것을 분명하게 해 두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 사람은 그것을, 앞뒤 면을 잘라내 등 뒤를 맞붙여 한 장의 수표로 만들어 사기에 써 먹었었다. 그는 '見樣상사'라는 고무도장을 찍었었다. 그러니까, 그 위에 ‘보기’이니까 쓰지 못하도록 새겨 둔 ‘見樣’이라는 글자는 ‘견양상사’라는 회사의 로고(logo) 꼴이 되었고 그것을 받은 사람은 거기에 속아버렸던 것이다.

은행에서 돈을 찾아 나오다 소위 ‘날치기’를 당하는 일이 하도 잦아 한 경찰관에게 어디, 가방 같은 데에 단단히 넣으면 될 건데 왜 사람들이 그렇게 당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더니 그 경찰관 말이, 그게 그렇지 않다고, 아무리 조심스런 사람이라도 당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한다. 주로 여자들이 많이 당하는데, 돈을 찾아 은행에서 나와 얼마쯤을 가고 있으면 누가 뒤에서 “김x자 손님, 김x자 손님-” 하고 부른단다. 돌아보면 하얀 와이셔츠 차림에 왼쪽 가슴에는 누구누구라고 새긴 플라스틱 이름표를 달고 한 쪽 귀에는 볼펜을 꽂은 남자가 온단다. 누가 보아도 영락없는, 일하다 나온 은행원이다. 그러고는 돈 계산이 잘못된 것 같으니 좀 보자고 한단다. 그러니 속을 수밖에- 아무 의심 없이 건네주면 바로 줄행랑을 쳐 어- 어- 할 때는 이미 어디로 사라졌는지 없어진 뒤라 한다.

그런 사람들이 소위 굉장히 영리하게 잔머리를 굴리는 사람들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그런 식으로, 머리 좋은 사람은 보나마나 그 말로가 뻔 할 것이다. 그렇게 하여 富者(부자)가 될 리는 만무하고 언젠가는 法網(법망)에 걸려 가련한 신세가 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말 머리가 좋은 사람들 중에는 아무리 보아도 바보 같이 보이는 경우가 더러 있다 한다. 아인슈타인 박사가 그 예가 될 것 같다. 그는 그의 연구실에 고양이 두 마리를 기르고 있었는데 이놈들이 드나들 때마다 문을 열어 달라고 야옹거리고 문을 갉고 해서 안 되겠다고, 벽에 구멍을 내 판자를 달아 놓아 머리로 밀면 바로 드나들 수 있게 해야겠다면서 벽면을 뚫고 있더란다. 그의 조수는 그저, 그러시는구나 하고 어딘가에 갔다가 한참 뒤에 돌아오니 박사가 그 구멍을 다 뚫어 놓고 또 하나를 뚫고 있더란다. 그래, 뭐 하시느냐고 물었더니 “고양이, 두 마리 아니냐?”고 하더란다. 구멍 하나면 두 마리가 아니라 열 마리도 드나들 수 있다는 데에 머리가 못 미친 것이다. 그래도, 아무도 아인슈타인 박사를 바보라고 하지 않는다. 그는 사소한 일상에는 어두워도 아무도 해낼 수 없는 큰일을 해 낸 사람이기 때문이다.

가만히 생각하면 우리 先人(선인)들 중에는 이기적인 사람이 보았을 때는 그럴 수 없는 바보지만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큰일을 한 사람들이 많다. 아내에게 물 한 잔 달라고 해 그것을 마시고는 멀거니 한 번 건너다보는 것으로 작별을 하고는, 國賊(국적)들의 잔치판에 폭탄을 던져 뒤엎어버리고 國權(국권) 회복의 제단에 몸을 바친 윤봉길 의사, 土豪(토호)라 할 만한 집의 재산을 나라를 위해 다 써 버리고 적국의 수괴를 처단하고 의연히 죽음을 맞은 안중근 의사, 6000석 家産(가산)을 독립운동에 바치고 삼형제가 일제의 고문에 목숨을 바친 李會榮(이회영) 선생 같은 사람이 그런 분들이다.

요즘 제 혼자 一身의 富(부), 명예를 위해 분주한 사람들, 시간 나면 그런 분들 행적도 한 번 쯤 돌아보는 것이 어떨까 한다.

[ 2012-04-12, 16:28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미투데이미투데이  요즘요즘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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