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대통령이 될 수 없다?
영국의 헨리 8세의 딸, 1588년에 스페인의 무적함대를 무찌르고 대영제국의 기초를 다진 독신 여왕 엘리자벳 1세가, 아마도 미소를 짓고 있을 겁니다. ‘쾌재’를 외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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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대학의 심리학 교수 한 사람이, 한 마디로 하자면, “여자는 대통령이 될 수 없다”는 엉뚱한 발언을 하여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어느 시골의 농부가 그런 말을 했어도 몰매 맞을 판에 어찌 대학교수가 그런 말을? 더욱이, 대한민국의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았고, 3파전의 유력한 후보 한 사람이 여성인데, 남녀평등이 상식화된 오늘, 그런 말을 함부로 지껄이는가?

세 후보 중 어느 한 후보도 강하게 반발하지 않았습니다. “얘, 이 미친놈아, 그걸 말이라고 하느냐” 하지 않았습니다. 당사자인 여성 후보는 아직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두 남성 후보가 “맞는 말이다”라는 정도의 가벼운 반응을 보였다고 전해 들었습니다. 두 남성 후보가 펄쩍 뛰었어야 하는데, 그들의 성(性)이 여성에 비해 몇 배 강하다는 통념은 빛을 잃었습니다.

그런데 내 생각은 좀 다릅니다. 황 교수는 심리학자로서 머리가 비상한 사람이라고 나는 즉각 느꼈습니다. 이슈가 없어서 대선이 막바지에 가면서 점점 더 재미가 없는 이 ‘판’에 그는 색다른 이슈를 하나 정치판에 던지고 그 반응을 관찰하고 있는 겁니다.

그의 발언은 반사적으로 많은 여성들 뿐 아니라 많은 남성들에게도, “박근혜가 여자이기 때문에, 애를 낳아보지 않았기 때문에, 대통령이 될 수 없다니, 말도 안 된다”고 중얼거리면서 “나는 이번에 박근혜를 찍어야겠다”고 마음을 굳힌 사람이 100만은 넘을 겁니다. 황 교수의 발언이 선거법에 걸리지는 않겠지만 실질적으로는 선관위가 크게 문제를 삼아야 할 발언입니다. 자기가 지지하는 후보를 띠우는 방법도 희한한 게 있다고 나는 생각했습니다.

그러고 보면, 프로이트의 제자가 평범한 정치인이나 어정쩡한 선거운동원보다는 한 수 위라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얼음판의 여왕 김연아나, 강남스타일 ‘말춤’의 명인 싸이나, 유엔의 사무총장 반기문을 낳은 대한민국은 역시 ‘귀재들’의 고향임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영국의 헨리 8세의 딸, 1588년에 스페인의 무적함대를 무찌르고 대영제국의 기초를 다진 독신 여왕 엘리자벳 1세가, 아마도 미소를 짓고 있을 겁니다. ‘쾌재’를 외치면서!

김동길
www.kimdonggill.com
[ 2012-11-08, 09:00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미투데이미투데이  요즘요즘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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