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년의 사회부 기자, 다시 현장에 뛰어들다
태극기 집회 참가 手記/요즈음 기자들이 태극기 집회에 단 몇 시간이라도 함께 하며 취재해 본 적이나 있는가. 지금 태극기와 촛불집회 보도가 진실이 아니라고 데스크에 항의도 못하는가.

김광섭(중앙일보 前 편집국 부국장)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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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요즈음 주말마다 태극기 집회에 참가하는 것이 중요한 일과가 되었다. 서울시청 앞으로 가는 지하철과 버스를 갈아타면서 내 마음은 벌써 설렌다. 집 가까운 지하철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에서부터 태극기를 말아 주머니에 넣은 중·장년들을 볼 수 있다. 버스에서도 간간히 보인다.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지만 동류의식을 느낀다.
  
  시청 앞에서 버스를 내리면 벌써 각종 태극기를 들거나 몸에 장식한 사람들이 활기찬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동창이나 친구들 사이처럼 보이는 이들은 서로 정답다. 대한민국을 사랑하고 걱정하는 가치관을 공유하고, 정치에 대한 울분을 감춘 동지의식이 느껴진다. 광장 스피커에서는 벌써 행진곡과 함께 질서 있게 행사를 진행하기 위한 방송이 흘러나오고 있다.
  
  나는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 중에 정수라의 ‘아 아, 대한민국’을 가장 좋아한다. 어깨가 들썩여진다. 그동안 피땀 흘려 잘살게 이룩한 조국에 대한 자부심도 느껴진다. 고교동창들이 모이는 시청 앞 텐트촌으로 간다. 동창들은 ‘나사모’(나라사랑 모임)라는 모임을 만들어 매번 30~40명씩 모인다. 같은 가치관과 분노를 공유한 우리들은 서로 ‘동지’라고 부르며 반가운 악수를 나눈다. 단체 카톡방도 만들어 밤도 낮도 없이 정보를 나누고 있다. 아침 일찍 같은 때는 카톡 소리가 너무 시끄러워 귀찮기도 하지만 열심히 보고 나도 정보를 올리기도 한다.
  
  동창들은 내가 언론인 출신이라고 중요한 정보를 기대하지만 이제 현직에서 퇴직한 터라 펄펄 뛰는 생생한 뉴스를 전달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머리를 짜내 글을 올려주면 주목해 읽는다.
  
  나는 ‘최순실 사태’가 터졌을 때 이런 누추한 여인에게 휘둘린 대통령이 미웠다. 그리고 평소에 지혜로운 각계의 인사를 두루 만나고 당직자 등 여당 리더와 야당인사들을 좀 자주 만나 식사라도 하며 대화를 못한 게 너무 아쉬웠다. 특히 언론인들을 만나 등이라도 두드려 주면 얼마나 좋았을까 안타까웠다. 내가 기자를 해봐서 느끼는 건데 기자들은 사실 속이 참 좁고 얇다. 조금만 잘해주고 친밀하게 대해주면 좋았을걸… 그랬더라면 사태가 여기까지 오지 않았을 텐데… 그러니까 사람들이 촛불을 들고 저 난리 아닌가. 안타까웠다.
  
  그러나 최근 돌아가는 사태를 보니 그게 아니었다. 그래서 작년 12월 24일부터 태극기 집회에 참석하기 시작했다. 언론들은 처음에 태극기집회를 ‘맞불집회’라고 대수롭지 않게 보도했다. 그게 아니라고 생각한 나는 처음 태극기 집회에 순수한 시민으로 참여했다. 참석자들은 대부분 우리가 주변에서 보던 시민들이었다. 그들은 지난 시대에 대한민국을 위해 저 열사의 사막 건설현장에서, 종합상사의 수출역군으로, 그냥 평범한 회사원으로, 조그마한 장사를 하며 열심히 살아서 오늘날 한국을 잘 사는 나라로 만들었다. 각자 열심히 살아온, 뿌듯한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촛불집회를 이해하려고 지켜보았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촛불은 이상한 방향으로 바뀌었다. ‘북한이 미래다’ ‘사회주의가 답이다’ ‘이석기 석방하라’ ‘사드는 재앙이다’, 심지어 고교생들을 앞세워 ‘혁명정권을 세우자’고 했다. 침묵하던 국민들은 가만히 있어서는 안되겠다고 생각했다. 태극기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돈을 받고 참석했다고? 이런 보도를 한 미친 방송도 있었다.
  
  참가자들은 엄동설한에, 더러는 아픈 몸을 이끌고, 자기 돈을 써가며 나오는 것이다. 그들은 좌파들이 난장질을 치는 이 나라를 더 보기 힘들어 오직 대한민국을 걱정하는 열정으로 나오는 것이다. 시민들이 꼭 박사모에 동원되어서 나오는 것은 아니다. 순수한 열정으로, 나라를 걱정해서 밤잠을 못 자고 뛰어나온 것이다. 필자의 고교 동창생들 중 애국가를 4절까지 부르며 눈물을 흘리는 친구도 많았다. 필자도 애국가를 힘차게 부르고 싶은데 눈물이 앞을 가려, 목이 메어 힘차게 부를 수 없었다. 이게 동원된 인파라고?
  
  얼마 전 한 고교 동창은 주말 광화문을 지나가는데 어느 아주머니가 다가와서 “알바 나오셨어요?” 하고 묻기에 무슨 말인지 몰라 “알바라니 그게 무슨 말이에요?” 하고 물었더니 그 아주머니는 아래 위를 훑어보더니 당황하며 “그냥 가세요” 하더란다. 언론은 이런 건 왜 취재, 보도 안하는가.
  
  나는 언론계에 30년간 근무했다. 그중 사회부에만 12년간 있었다. 사건 현장에서 누구보다 많이 뛰었다. 현장에서 취재할 때 가슴 뛰는 장면이 참 많았다. 그러나 기자로서의 냉정함과 객관성을 유지하려고 애썼다. 머리는 그래도 가슴은 뜨거웠다. 제약은 있었지만 정의롭게 사물을 보려고 애썼다. 대통령이 밉고 언론사가 촛불 편으로 가려고 작정했다고 했더라도 기자가 진실과 사실을 외면할 수 있을까.
  
  요즈음 기자들이 태극기 집회에 단 몇 시간이라도 함께 하며 취재해 본 적이나 있는가. 그곳, 현장에 있었으면 기사를 그렇게는 못 쓸 것이다. 양심상…기자 정신은 다 어디 갔는가. 지금 태극기와 촛불집회 보도가 진실이 아니라고 데스크에 항의도 못하는가. 양심선언은 어림도 없을 것이다.
  
  나는 차츰 단순한 태극기 참가 시민에서 취재기자로 변해갔다. 서울의 심장부, 아니 대한민국의 얼굴, 더구나 거룩한 이순신 장군 동상과 세종대왕 동상 앞을 촛불난동세력이 점령하고 흉물스럽고 끔직스러운 물건들이 차지하고 있다. 전신을 묶은 대통령, 단두대,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를 가둔 쇠창살 감옥 等等… 이 섬뜩한 증오심… 이 나라 법무장관과 검찰총장, 경찰청장, 서울시장은 이것들을 철거하지 않고 무얼하고 있단 말인가. 바로 코앞에 정부서울청사가 있고 경찰들이 지키고 서있으나 수수방관하고 있다. 그 정의로운 척하는 언론들, 기자들은 눈이 멀었단 말인가. 도대체 취재를 하기는 하나? 나는 겨울 한낮에 하늘을 쳐다보고 눈물을 흘렸다. 하늘은 왜 이렇게 맑은가….
  
  언론들은 이런 참상을 하나도 보도하지 않고 있다. 나는 무력감을 느꼈다. 친구들과 하나의 시민으로 태극기 집회에 참가하는 것도 좋지만 왕년의 사회부 기자가 이렇게 무기력하게 있어도 되는 건가, 그래서 다음 집회 때부터는 하나의 시민으로서뿐 아나라 기자의 눈으로 태극기집회와 촛불집회를 관찰했다.
  
  태극기집회는 날이 갈수록 호응도가 높아지며 참가자 수도 가속적으로 늘어났다. 태극기집회의 참가자는 나라가 이 꼴이 되어가는 데 대한 걱정과 애국심, 언론이 사태를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 데 대한 분노에 차 있었다. 그들에게서는 힘과 열정이 느껴졌다. 자발적으로 집회에 뛰어나왔기 때문이다.
  
  반면에 촛불집회는 무언가 가라앉고 어두운 느낌이 들었다. 열정도 없어보였다. 밝은 태양 아래서는 빛을 잃고, 어두움이 찾아와야만 조금씩 기지개를 켠다고 할까. ‘사드는 재앙이다’라는 외침이 어딘지 공허해 보였다. ‘이석기를 석방하라’는 대형 조형물도 보였다.
  
  남대문에서 시청 앞 광장을 거쳐 종로로(지난 3·1절), 또는 을지로통으로 뻗친 태극기 인파는 어마어마했다. 사진기자라면 당연히 찍고 싶은 그림이다. 사진기자는 사진효과가 큰 사진에 욕심이 가기 마련이다. 전 같으면 언론사가 헬기를 띄워 공중촬영을 하고 싶은 장관이다. 사진대상 감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어느 언론사도 수재와 열차사고 등 툭하면 띄우던 헬기를 띄우지 않고 물론 영상이나 사진도 보도하지 않았다. 갑자기 기자적인 욕심이 없어진 것일까.
  
  최근 태극기 물결이 너무도 많아지니까 할 수 없이 보도하기는 하지만 마지못해 촛불집회에 이어 보도하는 정도로 면피를 하고 있다. 그러나 촛불장면은 매우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반면 태극기 사진은 될수록 축소해 보도한다. 한국 언론이 어떻게 이렇게 타락했나. 나는 할 수 없이 대한언론인회에 매월 정기적으로 기고하는 ‘언론을 말한다’는 조그만 지면에 칼럼을 쓸 수밖에 없었다.
  
  훗날 현 탄핵사태를 둘러싼 국회의 망국적 처사, 특검의 무소불위 위법과 언론이 심판을 받을 날이 있을 것이다.
  
  
[ 2017-03-06, 23:54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미투데이미투데이  요즘요즘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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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보수   2017-03-07 오후 11:31
가슴 찡한 글 입니다. 고맙습니다. 저도 집회 참석때 마다 몇번씩 눈물이 납니다.
특히 지난 4일날은 더 눈시울이 붉어 지더군요. 태극기 집회는 기적 입니다.
  수루월광   2017-03-07 오후 2:36
전직 기자의 눈으로 바라본 현장감 있는 스켓치에 공감을 느낍니다. 또한 애국심에 존경을 보냅니다.
특히 3.1절 태극기 집회의 헬기촬영이 없었다는 것이 아쉽습니다. 역사적 장면이었는데...누군가 드론을 띄워 찍은 사람이 없을 까요?
  동탄사람   2017-03-07 오전 8:55
광주의 촛불 시위대가 광주의 롯데마트에 가서 '토지의 사드기지 제공 철회!'라고 외쳐댄다고 하네요! 518을 뒤짚어 재미를 본 광주사람들이 이제는 사드도 뒤짚어 김정은 돕기운동을 하자고 하네요!
분명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고, 인민공화국 백성아닙니까
  민주주의수호자   2017-03-06 오후 10:30
참으로 용기있어신 분입니다.
존경합니다. 이러한 분들이 국회에 진출하여 국가를 이끌어 가야합니다.
행동하는 애국자이십니다.
앞으로 애국할 수 있는 기회가 오길 기대하며 적극 지지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뭉치자 ! 싸우자 ! 이기자 !
  naidn   2017-03-06 오후 9:48
중앙일보에도 광섭 군 같은 양심기자가 있었네.
가상한 광섭 군.
  토마스   2017-03-06 오후 9:43
월남처럼 대한민국이 사라져버리지 않는 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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