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큰 선물은 성령(聖靈)

엄상익(변호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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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12월 31일 밤이다. 아파트 맞은편의 큰 교회 마당은 꿈의 별밭이었다. 크리마스트리에 달린 작은 전구들이 투명하게 반짝였다. 새해를 경건하게 맞이하고 싶어 예배당으로 갔다. 수만 명의 신도를 거느린 강남의 대형교회였다. 검은 두루마기 차림의 노(老)목사가 설교하고 있었다.
  
  “여러분 1998년이 끝나고 1999년 새해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 말에 사람들이 와아하고 웃었다. 노 목사는 자신이 착각해서 잘못 말하는 걸 깨닫지 못한 것 같았다. 그가 누군지 알 것 같았다. 나이 아흔을 넘긴 은퇴한 분이었다. 십년 전 쯤 노목사 부부가 함께 사는 작은 아파트로 찾아간 일이 있었다.
  
  노 목사는 평생 목회를 해 왔지만 신도가 얼마 안 되는 작은 동네의 교회였다고 했다. 북한 출신인 그는 가난을 벗어나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교회 대학생부에 있던 한 청년을 자랑했다. 그 청년이 들어오더니 몇 명 안 되던 대학생부가 단번에 이백 명으로 늘어나 뜨거워지더라는 것이다. 교회 목사 집으로 김치를 얻으러 오던 그 청년이 강남의 대형교회 목사가 되어 이따금씩 설교하라고 초청을 해준다는 것이다. 바로 그 노인목사였다. 노인목사가 말을 계속하고 있었다.
  
  “돌아오는 새해에는 여러분이 3월에도 복(福)을 받고 5월에도 복을 받고 7월에도 받고 자꾸자꾸 복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그 말에 사람들이 또 와아하고 웃었다. 노목사의 예화(例話)가 이어졌다.
  
  “칠십 년 전 우리 마을에서 제일 가난한 부부가 쓰러져 가는 집 옆에 있는 텃밭에서 채소를 키워 먹고살았어요. 가보면 항상 채소를 다듬고 있었어요. 그런데 이 부부가 예수를 잘 믿으니까 마을에서 제일 좋은 기와집을 산 부자가 됐어요. 게다가 그 집 마당에 목화씨를 빼는 공장까지 받은 거예요. 예수 잘 믿으니까 그런 복이 온 거요. 여러분 성경을 한 번 같이 봅시다.”
  
  노인목사는 설교단에 있는 두툼한 성경책을 펼치면서 말했다.
  
  “아브라함의 아들 이삭이가 사는 가나안 땅에 흉년이 들었어요. 그런데 하나님 잘 믿으니까 이삭이 밭에서만 백 배 소출이 났어요. 또 요셉이 보세요. 애굽에서 종이 됐잖아요? 그런데 하나님 잘 믿으니까 큰 나라 애굽의 총리가 됐어요. 그게 말이 돼요? 말레이시아에서 노동하러 온 사람을 우리나라 국무총리를 시킨다면 말이 되겠어요?”
  
  노인목사는 그곳에 모인 사람들이 모두 예수를 잘 믿어 부자가 되고 높은 자리에 올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직 젖을 먹이고 기저귀를 채워줘야 하는 어린애 같은 믿음들에게는 그렇게 해야 교회에 나오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에게 안내하는 예수는 어떤 존재였을까. 마구간에서 태어나 평생 머리 둘 곳조차 없이 가난하게 살았다. 평민으로 살다가 마지막에는 죄인이 되어 사형선고를 받고 처절한 죽음을 맞이했다. 성경 속의 예수는 제자가 되려면 자기 십자가를 지고 그를 따라오라고 했다. 그 십자가는 가난과 낮아짐 그리고 고난을 두 팔 벌리고 받아들이라는 상징이었다.
  
  예배를 마치고 나오면서 나는 생각해 본다. 아흔 살을 넘은 그 노 목사는 평생 어깨에 지던 그 십자가가 무거웠던 건 아닐까. 나도 그랬다. 이십대 말부터 예수에 끌려 살아왔다. 친구들은 점점 부자가 되고 높은 자리에 올라갔다. 나는 돈도 못 벌었다. 친구들이 장관이 되고 대법관이 되면서 세상의 나는 상대적으로 점점 더 낮아졌다. 뒷골목 작은 법률사무소에서 손때 묻은 낡은 성경을 보면서 늙어갔다. 주님은 여러 고난도 선물로 주셨다. 종종 흔들렸다. 그런데도 나는 내면 깊은 곳에 있는 어떤 존재에 잡혀 세월의 강을 흘러왔다.
  
  요즈음 나는 껍데기에 불과했다는 느낌이다. 내면의 존재가 내게 직감을 불어넣고 양심이란 모습으로도 나타나기도 했다. 그 존재가 내 운명을 결정하면서 원인모를 평안과 행복감을 주기도 했다. 가난해도 세상 출세를 하지 못했어도 가장 큰 선물은 성령(聖靈)이라는 생각이다. 거기서 나오는 아홉 열매는 돈이나 권력 같은 세상의 인공적인 맛보다 훨씬 무공해 자연의 맛 같았다.
  
  
  
  
  
  
  
  
  
  
  
  
  
  
  
  
  
  
  
[ 2019-01-03, 13:56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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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답과오답    2019-01-03 오후 5:56
예수 믿어도 겸손이 없으면 불행 합니다
부자가 되도 과욕을 부리면 불행입니다
예수를 믿지 않아도 겸손한자는 행복 합니다
가난해도 욕심이 적으면 행복 합니다

천국은 예수믿어서 가는게 아닙니다
겸손하고 욕심이 적은자는 어디서나 천국 입니다
저는 천국은 아닌지 몰라도 지금 행복하고 기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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