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능하신 돈님'의 나라
117년 前 일본의 한 종교인이 본 미국.

엄상익(변호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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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기독교인의 모임에서였다. 시국과 관련해서 한 사람이 이렇게 말했다.
  
  “미국은 우리에게 자유민주주의를 전해준 나라예요. 6·25 때 공산침략에서 우리를 구해주고 한미동맹으로 지금까지 우리를 지켜줬잖아요? 미국과 친한 나라는 전부 잘살게 해 주잖아요? 미국이 없으면 대한민국은 망해요. 대한민국이 없으면 우리들도 없는 거죠. 그런데 북한의 김정은이 본토를 공격할 마음을 먹는다는 거에요.”
  
  나는 그의 말 중에서 ‘본토’라는 단어가 마음에 걸렸다. 그의 잠재의식 속에 미국을 조국으로 여기는 것 같아 보였기 때문이다. 그 모임에 있던 미국에서 인공위성을 전공한 과학자가 이런 말을 했다.
  
  “지구 위에 떠 있는 미국 인공위성의 삼분의 일은 사실 군사위성이예요. 그 위성에 이제는 핵무기까지 탑재한 단계에 이르렀죠. 필요하면 언제 어느 나라도 바로 하늘에서 핵폭탄을 떨어뜨릴 수 있게 됐죠.”
  
  섬뜩한 소리였다. 미국의 미래학자 엘빈 토플러가 책에서 이런 주장을 하던 기억이 있다.
  
  ‘미국의 인공위성이 세계 어떤 나라든 실시간으로 그 지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살피고 있다. 그걸 거부하거나 막을 수 있는 나라가 과연 주권을 가지고 있는 걸까.’
  
  그게 미국의 위력이다. 영혼이 미국의 식민지화 된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6·25 이후 미국의 막강한 물량 공세와 영화, 재즈문화 속에서 미국이 우상이 된 면이 있다. 미국에 조기 유학을 하고 온 아이들은 더 이상 한국민이 아닌 것 같아 보일 때가 있다. 그들은 대한민국의 역사를 배우지 않았다. 미국의 대통령과 역사가 자기들의 역사였다. 영어가 넘쳐난다. 한글 간판을 거의 볼 수 없는 거리도 있다.
  
  한미 간 소고기 협상 파동 때였다. 변호사로서 한미간 협상 과정을 그 대표에게 들으면서 미국이나 중국 같은 대국에 대해 우리가 왜 고개를 굽히고 겸손해야 하는지를 깨달았다. 백화점이나 마트에 물건을 납품해야 하는 업자처럼 우리도 자동차나 핸드폰 같은 상품을 미국시장에 가서 팔아야 살 수가 있기 때문이었다. 미국만큼 많이 사주는 큰 시장이 없다. 그래서 그들은 갑이고 우리는 을이었다.
  
  중국시장이 커졌다. 물건을 사주는 고객에게 잘해야 우리가 먹고 살 수 있다. 따지고 보면 그게 본질적 이유였다. 북한의 김정은이 핵무기를 개발해 본토를 공격하겠다고 몽니를 부리는 것도 따지고 보면 경제제재에서 벗어나 먹고 살겠다는 몸부림이 아닌지 모르겠다. 나는 우연히 117년 전 일본의 종교인 한 사람이 쓴 글을 봤다. 그 시절 미국에 유학하고 온 엘리트 저널리스트이기도 했다. 그가 1902년 6월에 이런 글을 썼다.
  
  <일본은 나쁜 나라지만 미국은 좋은 나라라고 하는 인식이 세계적으로 퍼져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지금 미국인들은 중국은 세계에서 제일가는 시장이라고 하고 있습니다. 만일 자전거 제조업 한 가지만 가지고 보더라도 양쯔강 연안을 미국 상인을 위하여 개척한다면, 그리고 중국인 청년 한 사람마다 자전거 한 대씩 꼭 갖도록 만들기만 하면 미국의 자전거 제조업자는 제품의 재고를 남길 우려가 전혀 없을 것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필리핀을 점령해 두면 미국이 중국무역을 보호하는데 대단히 유리하다고 합니다.
  1902년인 오늘 현재 미국을 지배하고 있는 것은 재산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법률은 그들의 이익을 위해서 꾸며집니다. 대통령과 주지사들은 그들의 지지를 받아야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습니다. 청교도 정신이 지배한다는 미국 교회에서 가장 세력이 있는 사람은 믿음이 좋은 사람이 아니라 돈을 제일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입니다. 목사의 설교도 부자들의 비위를 건드리지 않으려고 애를 씁니다.
  미국인 가운데 어떤 사람은 돈을 가리켜 ‘전능하신 돈’이라고 합니다. 이것이 미국을 지배하고 있는 정신인데 만일 그 신봉자의 숫자로 따진다면 미국은 결코 기독교 국가가 아니라 '전능하신 돈님'의 나라입니다. 그들은 돈을 의지하며 돈을 두려워하고 돈에 끌려다니는 나라입니다. 미국은 세계에 자유민주주의 이념을 전해주는 평화의 나라라고 하고 있습니다. 필리핀 사람들이 미국에 자유와 독립을 애원하고 있지만 그들은 조금도 귀를 기울이고 있지 않습니다. 그들이 필리핀 군도를 공격하는 것은 돈 때문입니다. 동양 무역의 주권을 장악하기 위해 그들은 필리핀 인민의 자유를 빼앗았습니다.
  중국과 무역해서 이익을 얻자는 것이 그들이 동양정치에 참여하는 주요 동기입니다. 그들은 쿠바 국민을 도와 스페인 사람을 내어 쫓았습니다만 무보수로 한 것은 아닙니다. 그들은 대가로 푸에르토리코의 비옥한 섬을 빼앗아 가졌습니다. 미국의 어떤 이는 쿠바까지도 미국의 영토로 삼자는 주장을 공공연히 하고 있습니다. 제퍼슨의 유명한 독립선언문은 이제 와서는 겨우 몇 사람에게 존중받을 뿐입니다. 워싱톤과 링컨이 건설한 미국도 이쯤 되면 완전히 끝장이 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그들이 획득하려고 하는 것은 그들의 이익뿐입니다.>
  
  117년 전 그 일본인이 본 미국과 오늘날의 미국은 어떻게 다를까. 약자의 입장에서는 강자에게 머리를 숙일 수밖에 없다. 먹고 살아야 하는 필연 속에서는 개개인이나 나라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나 쓰러져도 중심은 잃지 않는 그런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 영혼까지 팔아버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지 않을까. 경제지수는 그래도 높은데 국민들의 정신지수가 더 낮은 것 같다.
  
  
  
  
  
  
  
  
  
  
  [출처] ‘전능하신 돈님’의 나라|작성자 엄상익
[ 2019-06-22, 18:54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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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중건    2019-06-24 오후 3:38
지당한 말씀이고 지혜로운 자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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