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목사라니? 끝에 ‘님’자를 붙이세요”

엄상익(변호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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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십대 말부터 주일이면 빠지지 않고 예배당의 구석 자리에 앉아 목사의 설교를 들었다. 소년 시절 북한에서 강제노동소까지 끌려가며 불 시험을 받은 신앙을 가진 분이어서 그런지 많은 감명을 받았다. 그러나 하나님은 한번 선택했다고 해서 끝까지 사용하시는 것은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신도가 구름같이 몰려들고 그 목사는 거의 신적인 존재가 됐다. 이따금씩 설교 중에 그의 자아가 들어가는 것 같았다. 천재적인 머리를 가진 자랑이 나오고 미국의 명문대학을 졸업한 사실이 강조됐다. 그는 최고급 외제승용차를 운전하는 스릴을 설교시간에 살짝 비치기도 했다.
  
  한번은 그의 설교시간에 참석했던 어린아이가 울었다. 그가 불같이 화를 내며 설교를 중단했다. 아이를 들이지 말라는 그의 명령을 어겼다는 이유였다. 그는 성경 속의 인물을 얘기하면서 “나라면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소리치기도 했다. 이미 그는 유통기간이 지난 음식같이 하나님이 그의 영혼을 더 이상 쓰지 않기로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교계에서 그냥 인간적인 왕으로 존재하는 것 같았다.
  
  나는 교회를 조용히 물러 나왔다. 교인들과 조직으로 엮이지 않았으니까 들어오고 나가는 것을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장로로 있는 친구가 다니는 교회를 소개 받았다. 친구는 나를 목사의 방으로 안내했다. 그 목사의 방을 보는 순간 큰 기업의 회장실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장방형의 넓은 방 창 앞에 원목으로 된 거대한 책상이 있고 그 앞에 고급소파가 놓여 있었다. 그 옆에는 길다란 회의탁자가 보였다. 그 목사는 함께 사진을 찍는 모델이 되어 주었다. 그런 호의를 영광으로 알라는 뜻이 그의 표정에 들어 있었다. 성경 속의 예수는 무릎을 꿇고 제자들의 더러운 발을 씻겨 준 겸손의 상징이었다. 나는 그 목사의 영혼을 신뢰할 수 없었다.
  
  이웃에 있는 또다른 교회에 등록을 하고 새 신자 교육을 받았다. 그물코 같이 신도를 조직한 교회였다. 세포 같은 소모임의 책임자가 나를 부르더니 이태리 음식을 잘하는 레스트랑에서 스테이크와 와인을 샀다. 돈이 없는 사람들은 그 행위 자체로 은근히 주눅이 들 것 같았다. 그는 기업체를 경영한다고 자랑했다. 그는 돈자랑뿐 아니라 신앙도 자랑했다. 초등학교 때 벌써 계시를 받았고 평생 새벽기도를 놓친 적이 없는 신앙인이라는 것이다. 성직자는 아니지만 젊어서부터 교인들을 가르쳤다고 했다. 소모임이 있던 날이었다.
  
  “성경은 몇 번이나 읽으셨습니까?”
  내가 대화 도중 소모임의 책임자에게 물었다. 기독교에서 믿음의 근본은 성경에 있다고 믿기 때문이었다.
  
  “그거 많이 읽을 필요 없어요. 나는 한두 번 읽었나? 여하튼 내가 가르쳐 드리는 것만 익히면 됩니다.”
  성경을 읽지 않은 그가 뭘 가르치나 의문이었다. 그가 제시하는 책자는 목사의 얇은 설교집이었다.
  
  “성경이 아니라 목사의 개인적인 의견이나 해석을 공부해야 하는 겁니까?”
  내가 이상해서 물었다.
  
  “아니 목사라니? 그런 불경한 태도가 어디 있습니까? 끝에 ‘님’자를 붙이도록 하세요. 그리고 성경은 절대로 우리 목사님의 해석을 넘어서는 안 됩니다. 그 안에 머물러야 합니다.”
  
  그는 인간인 목사를 우상으로 만들고 있었다. 나는 더 이상 그와 만나지 않았다. 수많은 교회가 신자가 아니라 마네킹을 만들어 놓고 있는 것 같았다. 신자마다 젖꼭지를 입에 물리고 믿음의 유아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것 같기도 했다. 그런 겉모습들에 현혹이 될 필요가 없었다.
  
  나는 믿음의 본질은 성경 안에 있다는 생각이다. 종교개혁을 한 루터는 믿음의 본질은 말씀에 있다고 했다. 하나님과 소통하는데 중간에 성직자가 필요 없다고 했다. 지난 삼십 년 간 나름대로 열심히 성경을 읽고 또 읽었다. 내가 읽은 것이 아니라 어떤 힘에 의해 읽혀졌다. 아마 죽는 순간까지 옆에 있는 책이 성경일 것이다. 그건 엄청난 축복이고 은혜였다. 나의 영혼에 시원한 생수가 넘치는 순간은 성경에 빠져 있을 때인 것 같다. 오늘도 주님은 내게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 같다.
  
  ‘나는 네 앞에 성경이란 쾌적한 들판을 펼쳐 놓았다. 너는 부풀어 오른 마음으로 내 계명의 길을 달리도록 하라’
  
[ 2020-04-30, 03:27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미투데이미투데이  요즘요즘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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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itcokjk   2020-05-03 오전 9:44
엄변호사님의 글은 정말 산전수전 다겪은 사람의 내공이 밖으로 표출된 느낌입니다. 책에서 다 못들은 이야기 늘 감명깊게 경청하고 있습니다.고맙습니다.
  1   2020-04-30 오후 6:09
좋은 "님"과 나쁜 "님"이 확실히 있는 세상입니다!!! 목사도 사람이기때문에 똑 같다고 봅니다!!! 예배의 한시간여는 "평안함과 감사함"의 시간을 예베를 통하여 충만하게 받고있어 교회를 갑니다!!! 항상 글! 감사하며 마음의 가르침을 배우고있습니다!!! 감사! 감사! 감사!!!
  이중건   2020-04-30 오후 1:11
아멘 입니다.
앞으로 대세는 개개인교회가 될 것 같습니다.
나와 하나님관계의 개개인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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