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층은 사전투표제에 적극 대응하자
음모론은 받아들이기 싫은 현실의 탈출구로 시작하지만 스스로 빠져서 헤어날 수 없는 함정으로 끝난다.

노심초사(회원)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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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모론의 시작과 끝>
  
  1월6일에는 미국 차기 대통령 당선 인증 절차가 진행 중이던 의사당에 시위 군중들이 난입하여 회의가 중단되었고 시위대 중에서 4명의 사망자가 발생하였다. 지금까지 미국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도 없었던 사태이지만 작년 11월 대선 이후에 발달한 심상치 않은 기류 속에 예보된 폭풍이 몰아친 것이다. 미국 역사상 초유의 상황을 야기한 장본인은 트럼프 대통령이다. 그는 선거 이전부터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고 승패가 확정된 이후에도 집요하게 선거불복 의지를 드러내며 측근들을 회유하고 지지자들을 선동해 왔다.
  
  현직 대통령이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한 것은 미국뿐만 아니라 어느 선진국에서도 전례를 찾아볼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몇 달 전부터 사전투표, 특히 우편투표를 이용한 부정선거 음모가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우편투표는 민주당 성향의 유권자들이 많이 참여하기 때문에 트럼프의 입장에서 이 제도에 불만을 품는 것은 당연하다. 더구나 코로나 사태로 인해 우편 투표가 급증하는 불운한 상황을 맞이하여 조바심이 생겼을 것이다. 그래서 꺼내든 카드가 부정선거 음모론이다.
  
  바이든이 우편 투표를 도둑질하려 한다는 엄청난 폭로는 뒷받침할 증거도, 연관된 조짐도 없는 일방적인 주장이었기 때문에 음모론이라고 단정지을 수밖에 없다. 이를 두고 선거 전략의 일환이거나 패배에 대비한 사전 포석이라는 분석도 있었다. 분명한 것은 음모론이 선거결과를 유리하게 끌고가려고 의도되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불리하게 귀결되었다는 사실이다. 우편투표에 대한 트럼프의 불신 캠페인이 바이든 지지자들의 우편투표 의지를 꺾기보다는 일부 트럼프 지지자들이 우편투표를 기피하도록 유도했고. 이들이 100 퍼센트 현장 투표에 나가기보다는 투표율을 다소 낮추는 효과를 가져왔을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1월 5일 조지아주 상원의원 결선투표는 모두 민주당 후보의 승리로 결판이 났다. 그리하여 민주당이 상하 양원을 장악하게 되어 공화당은 정치적으로 불리한 국면을 맞게 되었다. 조지아주가 전통적으로는 공화당 텃밭이고 현직 상원의원 2명이 모두 공화당 출신이라는 점에 비추어 의외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반면에 대선 이후 계속된 트럼프의 돌출적인 행태와 열렬 지지자들 사이에 음모론이 확대 재생산되는 기현상을 지켜보면서 어느 정도 예견할 수 있었던 결과이기도 하다. 종내는 지지자들이 선거 불복에 동조하여 의사당에 난입한 사건으로 발전하였으니 트럼프 자멸의 종결판이라고 평가할 만한다. 그의 명예로운 퇴진은 이미 물건너갔으며 정치 생명마저 끝났다고 봐야 한다.
  
  만일 트럼프 대통령이 음모론을 펼치는 대신에 의연한 자세로 우편투표를 독려했더라면 경합주에서 초박빙의 선거결과가 뒤집혀서 재선에 성공했을지 모른다. 조지아주의 상원의원 선거도 마찬가지다. 또한 대선 결과에 깨끗하게 승복하고 아름다운 퇴진을 연출한다면 2024년 대선에서 승산을 기대할 수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지난 선거에서 그가 득표한 7400여만 표의 위력은 이제 무의미한 기록이 되고 말았다.
  
  우리는 미국의 대선 과정과 부정선거 음모론이 시사하는 교훈을 통해서 우리나라의 작년 4.15 총선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오래 전부터 보수층 유권자들 사이에는 사전투표를 이용한 부정선거에 대한 불안감이 팽배해 있었다. 그래서 보수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사전투표 기피 운동이 벌어지기까지 했다. 그 결과 보수층의 사전투표율은 현저하게 떨어졌다. 사전투표는 투표율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그런데 사전투표를 하지 말자는 주장은 투표율을 떨어뜨리려는 의도와 다를 바가 없다. 아마도 사전투표 기피 운동이 없었으면 수도권의 몇몇 지역구에서 박빙의 승부가 뒤집혀서 보수 야권 후보가 당선되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기에서 끝나지 않고 총선 이후에도 부정선거 의혹이 보수층 사이에 거세게 퍼져나갔다. 보수 야당의 참패로 인한 충격과 좌익 정권에 대한 불신감이 선거의 공정성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일으킬 만했다. 그러나 합리적인 근거나 물적 증거를 제시하기 못하는 주장은 한낱 음모론으로 그칠 수밖에 없다. 어떤 실익도 거두지 못한 채 허무맹랑한 생트집이라는 오명만 뒤집어쓰고 말았다.
  
  서울과 부산시장 선거를 몇 달 앞둔 지금 시점에서 이 음모론의 여파로 인해 사전 투표를 기피하는 현상이 재현될까 우려된다. 보수 시민 단체는 부정선거 의혹에만 끝없이 매달릴 것이 아니라 사전투표, 본투표 가리지 말로 적극 참여하는 운동을 벌여서 보수층의 투표율을 높이도록 노력해야 한다. 사전투표제가 어차피 피할 수 없는 제도라면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현명한다.
  
  음모론은 받아들이기 싫은 현실의 탈출구로 시작하지만 스스로 빠져서 헤어날 수 없는 함정으로 끝난다. 보수 우파 국민들은 더 이상 음모론에 집착하여 자충수를 두는 어리석음를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
[ 2021-01-12, 10:25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미투데이미투데이  요즘요즘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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