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그따위 소리를 하십니까?”

엄상익(변호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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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슨 그따위 소리를
  
  
  삼십여 년간 변호사로 법정을 돌아다녔다. 지금은 가을 추수가 끝난 벌판처럼 인생의 초겨울이다. 요즈음 하는 일은 지난날의 일기나 메모를 들추어 그때의 나를 보면서 반성하기도 하고 다시 생각해 보기도 한다.
  
  오늘 아침 본 일기장은 이천팔년 칠월 십일이다. 무더위 특보가 떨어졌다. 나는 북부법원으로 가는 언덕길을 올라가고 있었다. 오전 열 시경인데도 눅진눅진한 아스팔트 바닥은 뜨거운 지열을 뿜어올리고 있었다. 아지랑이가 낀 것 같이 공기가 흔들리고 있었다. 백 이호 법정 문을 열고 들어갔다. 항소심의 오전 재판이 진행 중이었다. 나는 조용히 앞에 있는 변호인 대기석에 앉았다. 재판이 진행되고 있었다.
  
  재판장은 아는 사람이었다. 사법연수원을 같이 다니던 사람이었다. 그의 얼굴에서 연수원 시절 기억의 한 조각이 떠올랐다. 수재들이 모여 치열하게 경쟁하는 곳이 사법연수원이었다. 그는 집념이 대단한 사람 같았다. 사법연수원의 공부를 위해 아버지의 환갑잔치를 미루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판사가 되려면 그 정도로 치열해야 했던 것 같다. 그는 어떤 판사가 되고 싶었을까. 세월이 흐르고 그가 머리가 허연 재판장이 되어 검은 법복을 입고 법대 위에 근엄하게 앉아 있었다. 그의 옆에는 젊은 배석 판사들이 얌전하게 앉은 채 방청석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그들의 앞에는 죄수복을 입은 한 오십대 중반쯤의 여인이 불안한 표정으로 서 있는 게 보였다. 재판장이 부드러운 눈길로 그녀를 내려다 보며 말했다.
  
  “아주머니는 법원에서 연락을 하려고 해도 계신 곳을 알 수가 없었어요. 그러니까 일심에서 구속이 되신 것 같아요. 불러서 화를 끌어들인 셈이 아닙니까?”
  앞에 있는 여인은 불안한 얼굴로 안절부절하지 못하고 있었다. 재판장이 온유한 목소리로 계속했다.
  “오늘부로 석방을 명하겠습니다.”
  
  그는 사람의 마음을 읽는 좋은 판사가 되어 있는 것 같았다. 아들을 위해 환갑잔치를 미루었던 그 아버지가 하늘나라에서 미소지으며 아들을 지켜보고 있을 것 같았다.
  
  다음은 나의 재판 차례였다. 일심에서 도둑 누명을 쓴 노숙자를 변호했었다. 무죄가 선고됐다. 쟝발잔처럼 노숙자는 법의 보호를 받기가 쉽지 않았다. 무죄가 선고되면 검찰은 기계적으로 항소를 했다. 생사람을 잡고 잘못 기소했으면 미안한 마음을 가져야 할 텐데 소설 ‘레미제라블’의 쟈베르 경감같이 끝까지 상대를 악으로 본다. 그렇지 않은 경우에 진실보다 검찰의 권위를 앞세워 항소하는 악습이 있었다. 한번 기소하면 너는 무조건 죄인이어야 해 하는 논리 비슷하다고나 할까. 재판장이 검사를 보면서 말했다.
  “검찰측에서는 유죄라는 사실을 더 입증할 게 있습니까?”
  
  검사는 앞에 있는 수사기록을 들추면서 머뭇거렸다. 제대로 사건내용을 파악하지 못한 얼굴이었다.
  
  “없습니다.”
  검사가 말했다.
  
  “그러면 구형하시죠”
  재판장이 명령했다.
  
  “유죄가 확실합니다. 징역형에 처해 주시기 바랍니다.”
  
  왜 유죄인지 왜 형을 살아야 하는지 검사는 말하지 않았다. 공판검사 그 자신도 모르고 있는 게 분명했다. 그는 그냥 그 자리에 서 있는 마네킹 역할이었다.
  
  “변론하시죠”
  재판장이 나를 보면서 말했다. 나는 그간의 사정을 압축해서 말하고 결론에 이런 말을 덧붙였다.
  
  “검찰은 노숙자를 보고 선입견을 가지고 도둑이라고 단정했습니다. 무죄가 선고되자 진실보다는 조직의 권위를 지키기 위해 기계적으로 항소했습니다. 검찰권의 남용이고 교만을 이 사건에서 봅니다.”
  
  내 말을 듣자마자 검사가 나를 보고 고함을 쳤다.
  “무슨 그따위 소리를 하십니까?”
  
  “지금은 변호사가 변론권을 행사하는 귀중한 순간입니다. 재판장의 허락도 없이 힐난하는 검사의 말 그 자체가 검찰의 월권행위와 교만을 증명하는 게 아닐까요?”
  
  방청객들의 시선이 화살같이 검사에게 쏟아졌다. 법대 위의 판사들도 검사를 말없이 보고 있었다. 검사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했다. 나는 그에게 뭐라고 한 것은 아니었다. 오만한 국가권력에 대해 한 마디 저항했다. 그게 변호사의 사명이라는 생각이었다. 잠시 후 법정문을 나서는데 한 중년의 남자가 다가왔다. 처음보는 사람이었다. 그가 나를 보더니 공손하게 허리를 굽혔다. 무슨 의미인지 알 것 같았다. 그리고 십삼 년이 흘렀다. 그때 잘한 것인지 선을 넘은 것인지 잘 모르겠다. 그 젊은 검사도 지금쯤은 세월 속에서 알맞게 숙성되었을지도 모르겠다.
  
  
[ 2021-01-12, 20:19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미투데이미투데이  요즘요즘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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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답과오답   2021-01-12 오후 9:21
멋지고 근사하고 카타츠시스까지 주는 글이지만 저는 찬성 못합니다
열명의 도적을 풀어줘도 한명의 억울한자를
만들지 말라는 말에 저는 찬성 못한다는 거죠
그 열명이 나가서 무수한 범죄를 저지릅니다
억울한 사람을 양산 한다는 겁니다

너는 억울함의 당사자가 아니니 그런말 한다고 하실거 같습니다만
저는 그 한명의 억울함을 뒤집어 쓴적 있습니다
검사의 이상한 기소로 160일 징역을 살은 과거가 있습니다만
지금은 이해를 하고 있습니다

한국인의 고질적 거짓말은 도적놈일수록 더하다고 봅니다
이런 도적놈들의 거짓에 검사가 기소를 남발하게 되는거죠
우리의 민도에서 검사의 기소남발은 웬지 이해가 갈수도 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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