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과 돌이 부딪치는 세상

엄상익(변호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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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부자들이 모였다. 그중 한 명이 이런 말을 했다.
  “왜 우리가 돈을 내서 사회의 쓰레기들을 먹여 살려야지?”
  
  얼마 전 본 미국 영화의 한 장면에 나오는 대사다. 겉으로는 말할 수 없지만 일부 부자들의 잠재의식 같았다. 그게 영화 속만은 아닌 것 같았다. 얼마 전 한 모임에서 부자인 사람이 이런 말을 하는 걸 직접 들었다.
  
  “왜 우리들이 청년 백수들을 먹여 살려야 하는지 모르겠단 말이야. 나 원 참. 이런 망할 놈의 나라가 있나?”
  
  부자들은 뭉치지만 못했을 뿐 원통함과 증오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부자를 미워하는 가난한 사람들의 마음도 역시 다른 것 같지 않다. 어떤 골목에 외제 고급 승용차가 주차해 있었다. 지나가던 청년 하나가 그 차를 보고 발로 걷어차기 시작했다. 주변 사람들이 한 명 두 명 모여 그 광경을 보았다. 그리고 모두들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얼마 전 내게 카톡을 통해 전해진 글이었다. 부자와 가난한 사람들의 마음이 돌과 돌을 부딪치듯 파란 불꽃을 튀기고 있는 것 같다.
  
  우리 사회에는 또 다른 적대관계가 있다. 노인과 젊은 사람들이 서로 미워하고 있는 것 같다. 태극기 집회에 참석했던 선배가 있었다. 칠십대 중반의 그는 오랜 세월 언론인으로 지냈고 잠시 청와대 정무비서관을 한 적도 있었다. 나름대로 세상을 보는 눈과 지혜가 있는 분이었다. 그가 걱정스런 표정으로 내게 이렇게 말했다.
  
  “태극기 집회에 참석해서 청와대 부근을 가는데 데이트를 하던 젊은 커플들이 내려 오더라구. 그런데 그 사람들이 우리들을 보는 눈에 지독한 증오가 서려 있더라구.”
  
  나 역시 그 증오의 일부는 이해한다. 태극기 집회에 간 적이 있었다. 미국을 상징하는 성조기를 온몸에 두르고 ‘한미동맹’을 외치고 있었다. 우리들은 미국이 없으면 망하는 것으로 세뇌되어 자라왔다. 우리는 미국이 우리를 지켜준 자유의 천사라고 배웠다. 세계에서 제일 가난한 나라의 소년들은 미국이 보내주는 옥수수가루를 먹고 연명했고 미국 아이들이 입던 옷을 받아 입고 자랐다. 미군이 길바닥에 던져주는 초콜릿을 목숨걸고 주워 먹었다. 우리의 정신 속에 미국은 천국보다 더한 우리의 정체성으로 또아리를 틀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오줌을 지리는 노인이 됐어도 성조기를 들고 광화문으로 나가는지도 모른다.
  
  태극기 집회에 참석했던 한 미국인의 말이 내게 충격적이었다. 그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면서 지금의 미국은 당신들이 생각하는 그때의 미국이 아니라고 말해 주었다. 장사꾼 트럼프에게 한미동맹은 없다고 했다. 박정희 대통령은 육십만 대군이 몇몇 소수의 미군 장교에게 휘둘러지는 것은 마땅치 않다고 했다. 이승만 대통령도 우리 대한민국이 독자적으로 군사행동을 하고 북진통일을 하겠다고 했다. 이승만·박정희 대통령의 꿈은 핵 개발과 자주국방이기도 했다.
  
  젊은이들은 중국과 일본 그리고 미국의 외국군 부대가 백년 세월 동안 번갈아 수도의 한복판인 용산에 주둔하고 있는 이유를 모른다. 노인세대가 성조기를 들고 거리로 나오는 이유를 자식들이나 손자들에게 납득시킬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덕분에 ‘에이지즘’이 퍼지고 있는 것 같다. 노인은 추하고 더럽다는 젊은 사람들의 인식이다. 지하철을 타고 가다보면 광고판에 노인들을 무료로 태워주는 바람에 적자를 내고 있다는 안내판이 나온다. 노인들을 은근히 비방하는 간접적인 광고다. 이상하다.
  
  내 경우는 삼십 년간 변호사 생활을 하면서 수십억의 세금을 국가에 바쳤다. 그런 세금이 지하철을 만드는 데 들어갔을 것이다. 나이 먹고 지하철을 공짜로 타는 게 그렇게 젊은 세대에게 미안해야 하는 것일까? 오히려 젊은 세대가 우리들의 덕을 보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군복무로 장교생활을 했던 나는 지금 젊은이들의 세 배 내지 네 배 가량을 국방의무를 이행했다. 국민으로서의 의무를 다했는데 늙었다는 이유만으로 젊은이들의 냉랭한 눈초리를 받아야 한다는 게 서럽다.
  
  세금을 내는 사람들은 자기가 내는 돈으로 사회안전망이 구축되어 함께 여러 사람이 골고루 잘사는 세상이 된다는 사실에 보람을 느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국가의 도움을 받는 사람들은 성실한 부자들과 기업을 향해 감사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젊은 사람들에게 말해 주고 싶다. 우리들은 젊어 봤었지만 당신들은 늙어보지 않아서 모른다고.
  
[ 2021-03-02, 11:11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미투데이미투데이  요즘요즘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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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답과오답   2021-03-02 오후 3:43
고마움을 가르쳐야 합니다
인간의 기본적인 조건이 고마운 마음이라고 봐도 될거 같은대
우리는 그것을 모르는거 같습니다
너무도 이기심의 발달이 커서 다들 자기밖에 모르는
인간으로 된것이 한국인 대다수 같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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