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당 형사의 질문 “좌파에요?”

엄상익(변호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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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살나는 소설가들>
  
  소설가 백시종씨는 오래 전에 현대그룹의 정주영 회장을 묘사한 ‘왕회장’이란 소설을 발표해서 재벌그룹의 이면을 폭로한 적이 있었다. 나중에 백시종씨한테 이런 말을 들은 기억이 난다.
  
  “책을 써서 출판했는데도 시중의 그 많은 서점에 책이 한 권도 꽂히지를 않는 거에요. 그리고 당시는 도로를 거의 현대자동차에서 생산된 포니가 누비고 다닐 때에요. 어느날 그 포니가 길을 가는 저를 덮칠 우려가 있으니 몸조심하라는 소리를 들었어요.”
  
  작가가 자신이 체험한 어떤 사실을 폭로하려면 참 힘이 드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대학 시절 ‘인간시장’이란 사회 구석구석의 비리를 폭로한 소설이 베스트 셀러가 된 적이 있었다. 소설가 김홍신씨를 최고의 작가로 만든 소설이었다. 나중에 김홍신씨는 내게 이런 체험담을 말해주었다.
  
  “밤중에 누가 집에 돌을 던져 유리창이 박살나기도 하고 나를 죽여버리겠다는 협박이 계속 와서 피해 다닌 적도 있어요. 원래 바른 소리를 하거나 글을 쓰면 그렇게 되는 겁니다.”
  
  좌파단체의 여러 사람들이 소설가 이문열씨가 쓴 책들을 관 속에 집어넣고 이천의 이문열씨집 문 앞으로 가서 불태워버린 적이 있다. 이문열씨가 쓴 한 컬럼에 반발해서 그런 행동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금년 초 이문열씨를 찾아가 점심을 먹고 산책을 할 때였다. 그가 한 장소를 손으로 가리키면서 말했다.
  
  “여기가 내 책들이 모두 화형식을 당한 자리에요. 이 자리에 ‘불망비’라는 비석을 개인적으로 세우고 싶은 마음입니다.”
  
  그의 쓰라린 마음을 알 것 같았다. 살아있을 때 원로 소설가 정을병씨와도 친하게 지냈었다. 그가 이런 말을 했었다.
  
  “박정희가 혁명을 한 후 강원도나 제주도 도로를 닦을 때 불량배들을 잡아다가 강제노동을 시켰어요. 그 노동에 참여해서 직접 경험을 하고 ‘개새끼들’이라는 소설을 썼죠. 그리고는 문인 간첩이라는 누명을 쓰고 보안대에 끌려가서 엄청나게 얻어맞았어요. 그때가 겨울이라 그 부대에 뜨거운 물이 도는 라지에타가 있었는데 맨발로 그 위에 서 있게 벌을 주더라구. 재주부리는 곰 같이 한 발을 디디고 섰다가 다른 발로 바꾸곤 했었지.”
  
  글을 쓴다는 건 그런 십자가를 지는 운명이 따르는 것 같았다. 그건 전문 소설가만이 아니었다. 인권변호사로 알려진 한승헌 변호사는 그가 쓴 수필 때문에 두 번을 감옥에 갔다 온 것으로 알고 있다. 사회의 어두운 면을 보고 처벌을 두려워하지 않고 글로 폭로하는 게 작가의 임무인지도 모른다.
  
  나의 등단 작품도 폭로소설이었다. 판사 사위를 돈으로 들여온 재벌 회장 부인의 청부살인의 내막을 그대로 폭로했다. 변호를 하면서 파악한 비밀이 더러 포함되어 있었다. 먼저 업무상 비밀누설죄로 고소를 당했다. 처벌을 받더라도 사실을 폭로해야 하겠다는 결심이었다. 사모님이 다른 사람에게 죄를 다 뒤집어 씌우고 자신은 법망을 빠져 나가려고 하는 사실을 알았다. 싸늘하게 식은 재가 되어 공원묘지 납골당에 있는 억울하게 죽은 여대생이 떠올랐다. 내가 십자가를 지더라도 그들의 모략을 폭로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 회사에서는 나의 글 때문에 주가가 이백억 이상 하락했다고 손해배상소송을 걸었다. 판사였던 그 집 사위는 나의 글 때문에 판사 재임용에서 떨어졌다며 위자료를 청구했다. 명예훼손으로도 민·형사재판이 열리고 있었다. 몇 차례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기도 했다.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을 때였다. 담당형사가 물었다.
  
  “좌파에요?”
  “왜요?”
  내가 되물었다.
  
  “재벌그룹 회장을 소설로 나쁘게 쓴 거 같아서 물었어요.”
  형사는 잠시 생각을 하다가 다시 물었다.
  
  “그러면 정치에 뜻이 있어요? 이렇게 소설을 써서 이름을 알린 다음에 출마하려고 하는 거에요?”
  “전혀 그런 뜻이 없어요.”
  
  “그러면 뭐에요?”
  형사가 물었다.
  
  “나는 변호사지만 작가도 되고 싶어요. 작가의 사명은 사회적 불의를 보고 그걸 글로 써서 알리고 세상을 정화시키는 거라고 생각해요. 물론 감옥에 갈 각오도 하고 배상금을 물고 빈털터리가 될 각오도 해야 하겠죠.”
  
  “도대체 이해가 되질 않네”
  아내가 약국을 하고 있다는 고참 형사의 말이었다.
  
  
[ 2021-04-10, 19:15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미투데이미투데이  요즘요즘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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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답과오답   2021-04-10 오후 7:29
이해기 어렵다는게 이해가 됩니다
통상의 일반적 한국인으로서는 웬지 슬프지만 당연한 말인거 같아섭니다
그러나 웬지 한국인 아니면 애들도 이해가 될거 같으니
더 한심스러운 나라인거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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