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끼 든 깡패에게 “어서 까라”던 김영삼

엄상익(변호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 스크랩하기
  • 기사목록
  • 이메일보내기
  • 프린트하기
  • 글자 작게 하기
  • 글자 크게 하기
  <대통령들의 깡다구>
  
  천구백팔십년 계엄령으로 전국이 꽁꽁 얼어붙었을 때였다. 당시 법무장교로 군 복무 중이던 나는 이따금씩 육군본부 법무감실을 업무로 드나들었다. 계엄 군법회의에서는 김대중을 재판하고 있었다. 어느 날 그곳에서 군 검찰관으로 근무하는 장교 동기생이 나에게 내란 음모 사건의 피의자 신문조서 마지막에 적힌 김대중의 최후진술 부분을 보여주었다. 그 부분을 얼핏 읽은 기억이 지금도 남아있다. 김대중은 그때부터 이십 년이 지나면 이 땅에 민주화가 올 것이라고 예언을 했다. 그리고 그때가 되면 조서에 적힌 이 말이나 군사재판은 다시 그 의미를 되새기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 땅의 민주화를 위해 순교를 한다는 뜻이 최후진술에 기록되어 있었다. 그에 대한 조사를 목격한 동기생 법무장교가 내게 이렇게 말해 주었다.
  
  “김대중 선생은 돋보기를 쓰고 조서를 하나하나 살펴보고 오탈자까지 다 고쳤어. 서명도 정성을 들여 하고 말이야.”
  
  보통사람은 할 수 없는 태도였다. 계엄군법회의에서 그는 사형선고를 받았다. 권력 내부에서 그를 진짜 죽이려고 했는지 아닌지는 아직도 그 정확한 의도가 밝혀지지 않았다.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이 그를 죽이면 안된다고 확실히 못을 박고 견제한 건 사실이었다.
  
  군에서 제대를 하고 개인법률사무소를 할 때였다. 우연히 전국적 주먹으로 이름이 난 김태촌이라는 사람의 사건을 맡아 상담을 할 때였다. 건달인 그는 정치에도 깊숙이 관여를 한 것 같았다. 한 번은 그가 이런 말을 했다.
  
  “거물 정치인으로부터 건달들을 데리고 신민당에 난입해 작살을 내라는 명령을 받았었어요. 전국의 건달들을 소집해 당사에 쳐들어가 닥치는 대로 때려 부수고 눈에 보이는 사람들을 몽둥이로 까고 주먹으로 발로 뭉갰죠. 그들에게 공포를 주입해서 기를 완전히 꺽기 위해 저와 몇 명은 날이 선 도끼를 연장으로 들고 갔어요. 윗층의 당수실 문을 도끼로 찍어 넘어뜨리고 들어갔어요. 그랬더니 김영삼이 도망을 가지 않고 자리에 그대로 앉아 있는 거예요. 그래서 날 선 도끼를 쳐들었죠. 그랬더니 나를 쏘아 보면서 "어서 까라"라고 하더라구요. 난감했어요. 겁이 없는 사람이었어요. 내가 속으로 당황해 있는 순간 황락주의원이 달려와 김영삼 총재를 끌고 가 창문 밖으로 뛰어 내리더라구요. 창문을 통해 내려다 보니까 그 옆의 일층 지붕으로 떨어져 다리를 절룩거리면서 가더라구요. 그걸 보고 내가 가슴을 쓸어내린 적이 있어요.”
  
  대통령이 될 사람들은 그릇이 다른 것 같았다. 변호사를 하면서 전두환 대통령의 심복이었던 이학봉 민정수석의 민사 손해배상 사건을 맡은 적이 있었다. 그와 친해지다 보니까 12·12군사반란의 본질이 더러 튀어나오기도 했다. 한번은 이학봉이 술을 마시다가 이런 얘기를 했다.
  
  “박정희 대통령은 전두환이나 우리 같은 육사 출신 장교들 일부를 친위대 같이 키웠어요. 우리들한테 박정희는 거의 아버지 같은 의식이었죠. 그런데 그런 아버지가 김재규의 총에 맞아 돌아가셨는데 그 자리에 육군참모총장이 있었다는 거에요. 사십대 초반이었던 우리들은 순간 분노해서 눈이 돌았죠. 그래서 참모총장 공관을 쳐들어 갑시다라고 전두환 사령관에게 말한 거예요. 전두환 사령관이 바로 그렇게 하자고 해서 거사가 된 거에요. 거사가 성공해서 우리들이 권력을 잡기는 했지만 참 무모했어요. 잘못됐으면 우리들이 반란죄로 사형될 수도 있는 사건 아닙니까? 전두환 사령관은 그때 우리 또래 청년 장교보다 나이도 열 살 이상 많았던 오십대였는데 우리를 말리지 않고 바로 동조하게 일을 저질렀다니까요. 그게 용기가 있었던 건지 아니면 무모했던 건지 잘 모르겠어요.”
  
  역사의 물결은 그렇게 우연히 휘어지고 몰아치면서 이루어진 것 같았다. 대통령은 목숨을 내놓는 근본부터 그릇이 다른 사람이 하는 것 같았다. 혁명을 일으킨 박정희 대통령도 목숨을 내 놓은 사람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바위 위에서 떨어져 내려 자신의 남은 자존심을 지켰다. 박근혜 대통령은 삼십 년 가까운 징역형을 선고받고 감옥생활에 남은 인생을 제물로 바치면서 버티고 있다.
  
  세대가 바뀌고 새로운 대통령 후보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재명, 윤석열, 안철수, 유승민 등 반짝이는 별들이다. 예수는 십자가 위에 올라 목숨을 바치고 영원한 정신적 왕국을 건설했다. 새로운 정치스타들이 주역이 되는 세상은 보통사람들이 골고루 사람답게 사는 영혼과 의식이 한 단계 올라간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
  
[ 2021-04-21, 05:56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미투데이미투데이  요즘요즘  네이버네이버
  • 기사목록
  • 이메일보내기
  • 프린트하기
  •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맨위로

댓글 글쓰기 주의사항

  북한산   2021-04-23 오전 8:33
'까라'고 하는 용기는 대단합니다. 그러나 대통령 당선후 부친을 만나 대통령당선증을 보여드리면서 '이거 하나 얻는데 50년이 걸렸습니다. '라는데서 입맛이 떨어졌습니다. 그 많은 현란한 말들-민주화,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대도무문-과 단식투쟁등이 결국은 중학생때부터의 꿈인 대통령되기위한 수단에 불과했다는 것이니까요...퇴임후 식사자리에서 누군가가 김영삼전대통령에게 '3당합당은 민주화를 위한 결단이었지요?'라고 질문하자 김영삼의 답변" 무신 씰 데없는 소리, 다 대통령 될라꼬 한 거지..."
  onoda74   2021-04-21 오전 10:51
글에 나타나는 엄변이라는 사람의 정신세계는 꽤나 어지러워 보인다.
뭣보다 이념적 지향이 없다.
대체로 좌든 우든 유명한 사람들과 스쳤던 과거 인연들을
자랑하는 것처럼 보이는 내용이 많다.
한마디로 이 사이트에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맨위로월간조선  |  천영우TV  |  조선일보  |  통일일보  |  미래한국  |  올인코리아  |  뉴데일리  |  자유민주연구원  |  이승만TV  |  이기자통신  |  최보식의 언론
  개인정보취급방침
이메일
모바일 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