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사이코 패스

엄상익(변호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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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천이십일년 사월 초순의 중앙일보에서 날카로운 눈으로 뭔가를 응시하는 ‘노원구 세 모녀 살인사건’의 범인 사진이 보였다. 기사 내용은 간단했다. 스물네 살의 김모씨는 온라인게임에서 만난 여성과 사귀자고 했다가 거절당했다. 앙심을 먹은 그는 스토킹을 하다가 택배 배달원을 가장해서 그 여성의 집에 들어갔다. 그는 집 안에 있던 동생과 어머니를 살해하고 나중에 집에 들어온, 따라다니던 여성도 죽였다. 그리고 세 구의 시체 옆에서 사흘간 있으면서 그 집 냉장고에서 맥주와 음식을 꺼내 먹었다고 했다. 신문은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그를 ‘사이코 패스’라고 전하면서 그런 사이코 패스들은 모욕감에 자극을 받기 때문에 거절할 때 조심해야 한다고 알리고 있었다.
  
  변호사를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서 당구장에 침입한 살인 강도범을 맡게 됐다. 강도범 두 명이 주인만 혼자 있는 시간을 타서 당구장 안으로 들어갔다. 심상치 않은 기색을 느낀 당구장 주인은 얼른 그들에게 가지고 있던 지갑을 건네주었다. 그러나 그들은 거기서 물러나지 않았다. 당구장 문을 안으로 잠그고 밤새 살인 파티를 했다. 주인을 의자에 앉히고 얼굴에 비닐봉지를 뒤집어 씌웠다. 그리고 당구 큐대를 가져다가 휘둘러 두개골을 박살을 냈다. 인간이 아닌 악마였다. 원한 관계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가지 어떻게 사람을 그렇게 죽여?”
  
  나도 모르게 살인범에게 말했다. 악마의 인상은 뿔이 난 게 아니라 더부룩한 머리에 수더분한 인상이었다. 그가 나를 보고 씩 웃었다. 그 순간 소용돌이가 이는 듯한 검은 눈동자에 나는 얼어붙는 듯한 느낌이었다. 또다른 악마를 영등포 교도소에서 만난 적도 있었다. 국선 변호인으로 지정되어 의무적으로 만났다. 그가 빙글빙글 웃으면서 내게 이렇게 물었다.
  
  “변호사 선생, 지금 내가 죽여버렸는데 걸리지 않은 게 몇건 있거든. 그 시체들을 변두리 쓰레기장 맨 뒤쪽 청소차 적재함들 놓는 밑에 묻어뒀어. 이번 재판에서 아예 그거까지 불어버릴까? 아니면 모르는 체하고 말하지 말까?”
  
  그 말을 듣고 나는 화가 벌컥 나서 소리쳤었다.
  “그걸 말이라고 해? 이 강도 살인범아”
  
  내 말을 듣는 순간 그의 눈에서 푸른 화염 같은 살기가 도는 것 같았다.
  “아무리 내가 강도를 하고 살인을 했지만 그렇다고 보는 앞에서 변호사가 강도 살인범이라고 하다니? 너 내가 나가면 가만히 두나 봐라.”
  
  사이코 패스인 그는 모욕감을 느낀 듯 펄펄 뛰었다. 내가 맞받았다.
  “강도를 강도라고 하고 살인범을 살인범이라고 하지 그럼 뭐라고 해야 하냐?”
  
  그렇게 말해주고 교도소를 나왔었다. 사이코 패스들에게는 이미 양심이라거나 인간적인 요소가 전혀 없는 것 같았다. 또 다른 그런 살인범을 만난 적이 있다. 밤중에 골목길을 가는 사람을 뒤에서 벽돌로 머리를 쳐서 죽이기도 하고 만나는 여성들을 상습적으로 강간을 한 전과가 여럿 있었다. 그역시 사이코 패스쪽이었다. 내가 그에게 물어보았다.
  
  “그렇게 사람을 죽이고 강간을 하면 양심이 아프지 않아요?”
  그가 잠시 생각하더니 이렇게 대답했다.
  
  “변호사님 참 이상해요. 그렇게 했어도 아무렇지도 않아요. 남들은 양심이 아프지 않느냐고 하는데 나는 전혀 아프지를 않아요. 어떻게 된 거죠?”
  
  그는 정말 의문이라는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그러면 미안하지도 않아요?”
  그는 나를 무심히 보면서 생각하더니
  “그런 느낌을 가져 본 적도 없어요.”
  
  그는 나를 이해하지 못하고 나는 그를 이해할 수 없었다. 방향을 돌려서 그에게 물어보았다.
  
  “그러면 딸이나 아내가 강간을 당하고 살해당했다고 상상해 봐요. 그 강간범을 어떻게 했으면 좋을 것 같아요?”
  “그런 놈은 당장에 죽여버리죠.”
  그가 주저 없이 대답했다.
  “본인이 바로 그런 강간 살인범이 아닌가요?”
  
  그는 자신이 그런가 의아해 하는 표정이었다. 그들에게는 도덕도 법도 없었다. 살아있는 독사 같은 파충류였다. 하나님이 만든 동산에는 푸른 초장에 있는 양만 사는 게 아니었다. 뱀도 살고 바퀴벌레도 산다. 나는 지금도 그 섭리를 모른다.
  
  
  
[ 2021-05-05, 21:17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미투데이미투데이  요즘요즘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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