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적(靈的) 세계를 탐구하던 소설가

엄상익(변호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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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년 전 미국인이 쓴 영(靈)에 관한 책을 읽은 적이 있다. 그는 히말라야 부근을 돌아다니면서 신비한 능력을 가지고 있거나 그런 체험을 한 여러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하고 글을 썼다. 대체적으로 공통된 내용은 인간의 영이 몸에서 빠져나가 다른 세계를 다니다가 돌아오는 그런 현상이었다. 불교의 선승(禪僧)인 달마의 인상을 보면 온유하지 못하고 험한 얼굴이다. 영이 육체에서 빠져나가 돌아다니다 돌아오니까 몸이 없어져 버렸다는 것이다. 그래서 죽어가는 다른 흉한 모습의 사람의 몸에 들어갔다는 얘기가 전해오고 있다.
  
  성경을 보면 사도 바울이 아라비아 사막에서 기도하고 있을 때 그의 영이 몸에서 빠져 나와 셋째 하늘로 올라가 본 여러 상황을 말하고 있다. 그는 영만 빠져나갔는지 몸까지 갔는지 확신할 수 없다고 솔직하게 고백하고 있다.
  
  영은 종교에서만 다루는 신비한 영역은 아닌 것 같다. 근세철학을 구축한 칸트는 인간의 영이 있다는 것과 내세가 존재한다는 것과 영원을 얘기했다. 오래 전에 죽은 원로 소설가 정을병씨와 친했었다. 신학대학을 다니다가 문학으로 삶을 바꾼 그는 노년에 영의 세계를 열심히 탐구하고 있었다. 정신세계를 연구한 서적들을 읽기도 하고 인도 성자(聖者)들의 강연을 열심히 찾아 듣기도 한다고 했다. 그는 영적인 책을 여러 권 내기도 했다. 그가 죽기 이년 전쯤 내게 이런 말을 했다.
  “나는 드디어 체험을 했어요. 눈과 눈 사이의 제3의 영적인 눈을 통해 밝고 뜨거운 어떤 것이 내게 들어오는 것을 느꼈어요.”
  
  그는 내게 그가 밑줄을 치고 공부했던 여러 권의 영적인 것에 관한 책을 주기도 했다.
  
  “영이란 것이 어떤 존재입니까?”
  내가 그에게 물었다.
  
  “우리에게는 오감으로 세상을 느낄 수 있는 몸이 있어요. 그리고 자연과 세상의 이치와 논리를 깨달을 수 있는 이성이 있죠. 그게 다가 아니에요. 인간의 깊은 내면 속에는 그의 영이 있어요. 그런데 이 영이라는 것이 죽어있는 경우가 많아요. 이성과 한 덩어리가 되어 그게 전부인 것으로 알 때도 있고 또 본능에 매몰되어 영을 자각하지 못하고 짐승처럼 살다가 죽는 경우도 많죠. 대부분의 인생은 인간에게 영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범속하게 살다가 가는 거죠.”
  
  “그 영이라는 걸 제가 알 수 있도록 간단히 예를 들어 설명해 주실 수 없을까요?”
  “우리 생활을 보면 기쁜 일이 생겼을 때 기뻐하고 슬픈 일이 생겼을 때 슬퍼하죠. 대부분 원인 결과의 관계가 있고 이성적으로도 분명해요. 그런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어요. 삶에서 더러 근거가 없는 직감이 올 때가 있죠. 예를 들면 시험을 쳤는데 점수계산을 해 보니까 논리적으로 합격이 될 것 같아요. 그런데도 깊은 내면에서 어떤 불안감이 계속 오는 거에요. 또 사업을 할 때도 상대방의 말이나 상황이 논리적 계산적으로 분명한데도 마음 깊은 속에서 불안하고 어떤 존재가 상대방을 믿지 말라고 말하는 것 같은 터무니 없는 감정이 솟아 오를 때가 있죠. 더러는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그런 걸 느끼는 걸 육감이라고도 표현하죠. 그게 우리 내면에 있는 영이 우리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거에요. 살아보면 이성이나 논리보다 그런 직감이라고 할까 그게 더 맞는 경우가 많아요. 갑자기 가족에게 교통사고가 났을 때도 그렇구요.”
  
  “인간 내면에 존재하는 그 영의 구조는 어떻다고 보십니까?”
  내가 정신세계를 연구한 소설가에게 물었다.
  
  “인간의 영이라는 것은 독특한 상상 속의 공간일 수 있어요. 그 안에 수많은 귀신들이 들어와 존재할 수도 있고 또 다른 영들이 지나가는 길일 수도 있죠. 인간의 영 속에 자신도 모르는 다른 영이 들어와 그를 지배하는 조종자가 될 수 있어요. 악령에게 지배당하는 사람이 대부분인 반면 성령이 충만한 사람도 있는 거죠. 인간 속에 있는 그런 영들을 볼 수 있고 분별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어요. 이성을 절대적으로 아는 세상이 오래동안 유지되어 왔는데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인간은 그 속에 있는 영의 지배를 받아요.”
  
  나는 원로 소설가를 통해 영의 세계에 눈을 뜬 면이 있었다. 죽음의 세계로 간 그는 모든 것을 확실히 보았을 것이다.
[ 2021-05-18, 21:06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미투데이미투데이  요즘요즘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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