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神)이 된 사람들

엄상익(변호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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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주 근처에서 집단적인 생활을 하던 종교단체의 간부로부터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처음에는 예수를 열심히 섬기던 사람이 나중에는 자기가 사람들의 죄를 사(赦)한다고 하더라구요. 그가 신(神)이 되어 버린 거죠. 아가같이 순결한 자기를 전능한 신 같이 모셔주기를 바라더라구요.”
  
  “어떻게 그렇게 변질이 되죠?”
  내가 물었다. 사람이 변하는 과정을 알고 싶었다.
  
  “돈이 쏟아져 들어와 그 집단이 경제적으로 윤택해지고 사람들이 교주에게 몰려들었어요. 교주는 신자들에게 먹을 것을 나누어 주면서 자기가 주는 것처럼 은혜를 베푸는 것처럼 착각하기 시작했어요. 그러면서 자기가 중심이 되고 싶어하고 그 단체의 왕이 되어 찬양을 받으려고 했죠.”
  
  “반대하고 따지는 똑똑한 신자들은 없었어요?”
  “그 단체에서 이십 년 이상 생활을 하면 거기가 전부가 되죠. 쫓겨나면 당장 밥 먹을 곳이 없어지는 거에요. 늙고 힘들어지면 하기 싫어도 교주를 왕같이 모셔야 하죠. 덤빌 수가 없어요.”
  
  그 교주는 나중에 횡령죄로 감옥을 갔다. 그리고 신도들은 흩어지고 단체는 소리 없이 허물어진 것 같았다.
  
  또 다른 유명한 종교단체의 사건을 맡았던 적이 있다. 그 교주의 삶도 비슷한 것 같았다. 그는 처음에 대학가 근처를 배회하는 가난한 젊은 전도사였다. 그의 독특한 성경 해석에 대학생 몇 명이 호기심으로 제자가 되었다. 단칸 셋방에 아무것도 없이 사는 그에게 대학생들이 쌀도 가져오고 밥도 지어주면서 그의 교단이 시작됐다. 그의 말이 신화같이 대학생들을 통해 번지고 신도들이 구름같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수십만 평의 부지에 궁궐 같은 성전(聖殿)이 지어졌다. 사람들이 그에게 와서 무릎을 꿇고 절을 했다. 그 교단을 함께 일구었던 간부로 있던 사람이 내게 이렇게 말했었다.
  
  “왕궁 같은 성전이 들어서고 교주가 거기서 살면서부터 문제가 발생했죠. 목사라던 사람이 십자가를 없애버리는 거에요. 그 자신이 이 세상에 온 메시아인데 죽은 예수를 섬길 필요가 뭐가 있겠느냐는 거에요. 찬송도 달라졌어요. 유행가의 멜로디 위에 그를 위한 찬송을 하게 했어요. 그러다가 여신도 성폭행으로 수사가 시작됐죠. 이상하게 메시아라고 하던 교주가 경찰이나 감옥을 아주 무서워하더라구요. 경찰관이 오니까 숨어서 벌벌 떨어요. 그리고는 해외로 도망을 갔어요.”
  
  나중에 그 교주를 감옥 안에서 멀리 떨어져 본 적이 있었다. 코에 돋보기를 걸치고 공소장을 한 줄 한 줄 보면서 빠져 나갈 궁리를 변호사와 의논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수십만 명의 신도들에게 메시아라고 하면서 숭배받던 교주였다.
  
  또 다른 종교단체에 변호사로서 관여한 적이 있었다. 동학의 최제우 정신이 이어진 구한말 강증산이 만들었다는 종교였다. 일제 시기 공주에서 시계방을 하던 남자가 강증산의 교리를 접하고 충청도 일대에 포교담당자로 나섰다. 해방이 되고 그는 계속 강증산의 예언과 개벽 사상을 사람들에게 전했다.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이 그에게 몰려들었다. 그는 집단생활을 하기 위해 땅을 사고 집을 지었다. 모든 사람들의 마음과 힘을 모아 성전을 모았다. 모든 신도들과 함께 노동을 하고 밥을 먹었다. 전국에 성전이 마련됐다. 그는 대학을 세우고 큰 병원을 세웠다. 그리고 백만 명이 넘는 단체의 교주가 됐다. 그는 세상에 단 한번 그의 얼굴을 드러낸 적이 없다. 천문학적 재산이 교단에 있어도 땅 한 평 자식에게 물려주지 않았다. 단체 내에 검소한 집에서 살면서 입던 옷도 오래된 검은 양복 하나가 전부라고 했다. 그는 소리 없이 죽고 교단 내 강원도 땅의 한 구석에 조용히 묻혔다. 그 교단의 신도들은 강증산과 함께 죽은 그를 ‘상제’라고 해서 그 옆에 모시고 있었다. 신이 되고 싶은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그를 추적하면서 알게 되었다.
  
  성경 속의 예수를 보면 여우도 굴이 있지만 자신은 머리둘 곳조차 없이 가난하다고 했다. 그렇게 사람들이 몰려들어 왕을 만들려고 하고 신을 만들려고 해도 자신은 ‘사람의 아들’이라고 낮추었다. 그의 죽음을 알고 겟세마네 동산에서 기도할 때 마음만 먹으면 광야로 도망가 살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을 체포하러 온 사람들을 향해 두 팔을 내놓고 사형대인 십자가에 올랐다. 그리고 영원한 신이 되었다. 종교의 포장에 관계없이 어떤 것이 진정한 것인지를 나는 조금은 알 것 같다.
  
[ 2021-05-21, 02:07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미투데이미투데이  요즘요즘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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